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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난민의 필수품은 스마트폰

유럽 국가들이 몰려드는 난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21세기 난민들에게는 음식과 피신처 외에 스마트폰과 충전기가 필수품이 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난민들은 탈출 루트와 체포, 국경수비대의 움직임, 교통수단, 머물기에 가장 좋은 곳과 가격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가족및 친구들과 연락을 할 때 스마트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이에 따라 난민들의 피난 여정에 스마트폰의 지도와 위치추적 앱,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메신저는 필수적인 도구가 됐습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시내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시리아 음악교사 출신 난민 오사마 알자셈(32)은 "다른 나라로 입국할 때마다 심카드를 사서 인터넷에 연결하고 지도를 내려받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파악을 한다"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북유럽을 향한 다음 루트를 짰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라며 "배터리가 부족해지려는 기미만 보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피난 여정에서 스마트폰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5년째 계속되는 내전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의 중산층 난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까지 중동 난민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씁니다.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피난을 위한 여정에 오르기가 더욱 쉬워진 것은 물론 발칸루트처럼 성공적인 루트에 대한 집중도가 심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헝가리에 이르는 발칸루트에 난민들이 일제히 몰리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 국경을 넘는 난민이 하루에만 3천 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브로커들은 난민들을 겨냥해 페이스북 그룹에 목적지가 될만한 유럽도시의 정경을 담은 역동적 사진을 올려놓고 광고를 하고, 가격할인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1천900유로(약 260만 원)를 내면 자동차로 이스탄불에서 그리스 테살로니키까지 데려다주고 2시간 동안 걸어 국경을 넘을 수 있게 안내해준다는 식입니다.

5세 미만의 어린이는 50% 할인을 해줍니다.

'유럽으로 잠입하기'라는 페이스북 그룹에는 6천57명이, '유럽연합(EU)에 밀입국하기' 그룹에는 2만3천953명이, '유럽으로 이민가는 방법'이라는 그룹에는 3만9천304명이 각각 가입돼 있습니다.

이들 그룹에 가입하려면 운영자의 초대가 필요합니다.

난민들은 이들 그룹에서 공개적이거나 사적인 토론을 하며 유럽으로 가는 여정 내내 사진과 비디오를 올려 공유합니다.

유럽에 이르는 루트의 정확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좌표도 공유대상입니다.

이같이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공유가 활성화되면서 난민 브로커들의 밀입국사업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리아내전이 시작되던 당시와 비교해 브로커들에게 치르는 밀입국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체루트 중 난민들이 브로커에게 의존하는 루트는 터키에서 그리스까지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GPS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찾아갑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가장 인기있는 난민피신처에서 일하는 시리아 출신 모하메드 하지알리(38)는 "브로커들의 사업은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페이스북 덕택에 사람들이 혼자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기구들도 난민들의 스마트폰 활용을 염두에 두고 구호활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들에 3만3천 개의 심카드와 스마트폰 충전기 8만5천704개를 나눠줬습니다.

적십자는 시리아 제2의도시 알레포에서 상수도 본관이 파괴됐을 때 깨끗한 식수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지도에 표시해 페이스북에 게재, 13만3천187명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시리아에서는 박격포가 떨어진 곳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인기입니다.

베오그라드의 한 신문가판대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 난민 모함메드 살모니(21)는 "스마트폰 덕택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으로 40시간 동안 걸어 넘어올 수 있었다"면서 "정말 위험한 여정이었는데 스마트폰이 내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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