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포토] 농소고분 목관에서 금빛 산스크리트어 300여 자 확인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상준)는 지난해 12월 발굴한 고려시대 고분인 전북 순창 농소고분 관곽의 목관에서 금가루로 쓴 고대 인도 문자인 범자(산스크리트어) 300여 자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겹으로 된 관곽의 안쪽 관 측면에서 발견된 범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용된 서체인 실담체와 란차체로 쓴 뒤 글자 바깥을 흰색 원으로 감싼 모습입니다.

내용은 '육자진언'과 '파지옥진언' 등 부처의 가르침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진언 2종으로, 두 진언이 반복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육자진언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를 벗어나 중생을 구제해 부처 세계에 태어나게 하는 '옴마니파드메훔'(Om ma ni pa dme hum)이고, 파지옥진언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옴까라데야스바하'(Om ka ra de ya sva ha)입니다.

연구소는 고려시대 목관에서 파지옥진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목관을 조사한 결과 재질은 소나무이며,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 후기인 13∼14세기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해 이뤄진 농소고분 조사에서는 청동합과 청동수저, 머리카락을 뭉친 다발이 가지런히 담긴 청동반이 나온 바 있습니다.

조상순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무덤을 발굴하면 보통 유물만 수습할 뿐, 목관 자체가 출토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지난해 발굴 당시에는 글자가 몇 개만 보여 장식으로 생각했으나 조사 결과 진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관은 목관에 진언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묻힌 이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소는 두개골과 머리카락 유전자 분석 등을 추가로 진행해 내년에 발굴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SBS 뉴미디어부/사진=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