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北 잠수함 탐지에서 美 전략무기 시위까지…"미군만 보였다"

[취재파일] 北 잠수함 탐지에서 美 전략무기 시위까지…"미군만 보였다"
“북한 잠수함 50 여척이 기지를 이탈했다”는 그제(23일) 국방부의 발표. “미군 전략무기들의 전개 시점을 탄력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어제(24일) 국방부의 발표. 이 두 발표가 어제와 그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북한과 해외까지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북한이 치명적인 전력인 잠수함을 모두 내보내 우리를 위협하는, 전에 없던 지경에까지 이르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B-52 폭격기와 항공모함 전단, 원자력 잠수함이 남과 북의 싸움에 끼어들 태세였습니다.

북한 잠수함 탐지도 미군이 했고, 전략무기도 미군 자산입니다. 지난 4일 목함지뢰 폭발로 촉발된 남과 북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장면에서 안타깝게도 미군만 보였습니다.

● 미군 ‘눈’이 보고, 미군 전략무기 개입을 바라고

북한 잠수함이 기지에서 무더기로 사라졌다는 정보는 소유권이 우리 군에게는 없습니다. 미군이 확인해서 우리 군에게 제공한 정보입니다. 미군의 군사위성 등이 북한 서해의 남포, 비파곶, 사곶, 동해의 차호, 마양도 잠수함 기지를 살펴보다 북한 잠수함들이 일제히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우리 군은 이 정보를 받고나서 경악했습니다. 북한이 잠수함을 확보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고 잠수함들이 NLL을 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급 기밀인 북한 잠수함 동향을 유례없이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렸습니다. 물론 정보 공개는 정보의 소유권자인 미군의 양해를 구한 뒤에 이뤄졌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대남 무력시위에 대응한 카드도 미군 전략무기들입니다. 우리가 먼저 요청했건 미군이 먼저 제안했건 미군의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에 급파돼 대북 무력시위를 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북한 잠수함 동향 포착과 북한 잠수함 대응책 모두 미군에 의한, 미군의 일이 됐습니다.

북한의 공기부양정이 중국 단둥과 가까운 철산에서 대동강 하구 남포로 남하했다는 정보도 미군 정보입니다. 북한 서해의 공기부양정은 우리의 서북도서 5개 섬을 기습 탈환하겠다는 전력이어서 30척 가까운 공기부양정의 남하는 적지 않은 위협입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미군이 국면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 주한미국 대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치는 “같이 갑시다” 구호가 어색합니다. 미국은 “앞서 갑니다”, 우리는 “따라 갑니다”라고 외쳐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못한 자주국방? 안한 자주국방?

이번 남과 북이 싸움을 보면 자주국방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재주가 없어서 못한 자주국방도 있지만 할 수 있어도 못한 자주국방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북한이 잠수함을 내보내려고 할 때 북한 잠수함 기지 앞을 우리 해군 원자력 잠수함이 수중에 똬리를 틀고 지키고 있었다면 지금 같은 호들갑은 없었을 것입니다. 일찍이 우리 힘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만들고자 했지만 주변국의 반대로 계획을 접었던 적이 있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공기부양정을 꺼내면 우리 국방부가 정확도 높은 중단거리 미사일로 북한 주요 시설을 촘촘히 겨냥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없어 답답합니다. 사실 미사일 기술 개발을 우리나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군사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 기술을 이미 확보했거나 발사체를 만들어 놓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루지 못한 가정(假定)들만 부질없이 만지작거리는 꼴이지만 미군만 바라본 지난 며칠이 그 정도로 헛헛했습니다. 미군 전략무기가 한반도로 급파되기 전에 남북 당사자만의 접촉으로 사태를 정리했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하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