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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사업가 부부 의문의 실종…양파 속살처럼 드러나는 진실

[월드리포트] 사업가 부부 의문의 실종…양파 속살처럼 드러나는 진실
미국 커네티컷 주 경찰에 네이빈 부부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7일이었습니다. 남편 제프리(56)는 이 지역에서 이름 난 ‘쓰레기’ 수거 업체의 대표였고, 부인 지넷(55)은 중학교 도서관을 담당하는 교사로 일하는 잉꼬 부부였습니다. 두 사람의 실종은 곧 지역 언론에 대서특필됐습니다. 방 네 개에 큰 거실, 화장실 3개 달린 저택에 사는데다 자주 둘 만의 여행을 즐기는 부자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부가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 4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두 사람이 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생각하다가 사흘 째 전화통화가 두절되자 뒤늦게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수색 작업에 착수했는데 신고 접수 이틀만인 지난 9일 두 사람의 차가 인근 주차장에 버려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차 창문 가운데 하나가 깨진 상태였습니다.
▲ 출처 : PIX
 
누군가 이 부부를 납치해서 몸 값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두 주 넘게 아무런 소식도 없었습니다. 아니면 강도나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두 사람을 살해한 뒤 어딘가 암매장했을 수 있다는 가설도 나왔지만 그럴 만한 단서 역시 찾지 못했습니다. 미스터리 같은 두 사람의 실종에 대해 지역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이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 네이빈 부부가 살고 있던 저택 / 출처 : Daily Mail
 
네이빈 부부가 살던 저택은 부인 지넷이 지난 1994년 이후 그녀 이름으로 산 4천 스퀘어피트 (372제곱미터/ 약 112평)짜리 주택입니다. 당시에 13만 5천달러, (1억 5천만원 가량/ 당시 화폐가치와 미국 집 값 등 고려할 때 13만 달러는 매우 큰 돈임)을 주고 구매한 집이었습니다. 게다가 부부는 이 집을 산 뒤 당시 돈 3천만원을 들여 대형 수영장도 만드는 등 여러 차례 큰 돈을 들여 집을 호사스럽게 고쳤습니다.
▲ 출처 : Daily Mail
 
그런데 부부는 지난해부터 이 집을 놓고 은행 등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부는 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8억원 가량을 모기지로 융자받았고 여러차례 개축하면서 건축 회사에도 체납된 돈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재 부부가 갚아야 할 부채가 2백23만달러, 우리 돈으로 26억원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송에서 부부는 졌고 더 이상 항소하지 말라는 결정까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부부는 할 수없이 지난 6월 이 집을 팔고 지금은 천8백 스퀘어피트 (167제곱미터/50평)짜리 소형 주택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남편 제프리는 이 지역 전력 회사에 14만 달러, 우리 돈 1억 6천만원 가량의 전기료까지 체납한 상태였습니다.
▲ 네이빈 부부가 집을 팔고 이사한 월세 주택 / 출처 : Daily Mail
 
대형 쓰레기 수거회사 대표이고, 집을 화려하게 개축하고,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는 모습에 이웃과 친구들 모두 돈 많이 버는 사업가 부부로 부러워했는데 실상은 호사스러운 낭비벽을 가진 ‘깡통 부자’ 였던 겁니다. 은행과의 오랜 소송 끝에 패소하고 법원으로부터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통보까지 받은 것은 두 사람이 실종되기 바로 2주 전이었습니다.
 
지역 언론들이 명시적으로 기사에 쓰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이런 속 사정을 보도한 데는 어쩌면 최근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두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러하다면 버려진 차의 유리 창이 깨져 있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의문이 되고 맙니다. 실종 부부의 가족들도 두 사람 통장에 적지 않은 예금 (액수는 밝히지 않음)이 있다면서 이런 의혹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통장에 현금이 많다는 것이 또 다른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 출처 : PIX
 
갈수록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 지역언론 (Hartford Courant)이 새로운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경찰이 지난 수요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들고 어느 집을 수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집은 다름 아닌 실종 부부의 아들 집이었습니다. 이 아들은 아버지가 경영하는 쓰레기 수거회사의 영업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왜 이 아들 집을 수색했는지 그리고 영장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 언론은 경찰이 두 부부의 차 안에서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금은 FBI도 수사에 가세했습니다.
▲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아들 집 / 출처 : FOX 뉴스

 부부가 실종된 지 20일, 과연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요? 아니면 자작극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뭔가 추악한 범죄나 공모의 피해자인 것일까요? 아니면 빚더미에 몰린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슬픈 현실의 피해자들일까요? 수사가 진행될수록, 지역언론의 취재가 더해질수록 의문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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