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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3분 만의 대응사격' 기록, 육군에겐 넘기 힘든가

[취재파일] '13분 만의 대응사격' 기록, 육군에겐 넘기 힘든가
우리 군 최고 지휘관들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도발하면 즉시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도발 즉시 원점 타격’에서 ‘즉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뜻하는 걸까요? 북한 도발을 확인하자마자 사격 명령을 내리고 사격이 개시되기까지의 시간이 맞을 것입니다.

● 27분 만의 대응사격? 52분 만의 대응사격?
그럼 그제(20일) 북한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은 즉시 이뤄졌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첫 번째 포격 도발은 오후 3시 53분 벌어졌습니다. 14.5mm 고사포 한발이 발사됐고 육군 탐지 장비에 궤적 일부가 포착됐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첫 번째 도발에 대해 “궤적이 완전하지 않았고 허상일 가능성도 있어서 북한 도발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포탄도 야산에 떨어져 수색할 엄두를 못 냈습니다. 대응사격할 타이밍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포격 도발 시각은 오후 4시 12분입니다. 이때는 76.2mm 평사포탄 3발이 우리 측 비무장 지대에 떨어졌고 포연과 폭음, 진동이 관측됐습니다. 우리 군 장병들은 즉각 북한의 공격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군 지휘부는 대응사격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포격 도발이 있은 지 25분이 지난 오후 4시 37분에야 해당 사단은 북한의 도발로 결론을 내리고 대응 사격과 주민 대피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27분이 지난 오후 5시 4분이 돼서야 첫 대응사격이 이뤄졌습니다.

군 당국은 ‘27분만의 대응사격’이라며 성공한 작전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발 여부 판단이 쉽지 않았다는 첫 번째 도발 3시 53분은 아니더라도 두 번째 도발인 4시 12분을 기점으로 삼으면 우리 군은 52분 만에 대응사격을 한 셈입니다. 북한 도발인지 아닌지 구분하는데 25분을 소비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 '13분 만의 대응사격' 2011년 연평도 포격전
2011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연평도에 북한의 방사포탄이 비처럼 쏟아졌습니다. 해병대 연평부대 자주포 중대도 방사포 공격을 받았습니다. 도발 직전 훈련을 하다 고장 난 자주포를 고치고 불 붙은 자주포의 불을 끄면서도 연평부대원은 13분 뒤인 2시 47분에 대응사격을 개시했습니다.

최초엔 도발 원점을 몰라 우선 무도의 북한 방사포 진지를 때렸고 육군으로부터 도발 원점 좌표를 건네받은 뒤에는 그곳으로 사격했습니다. 육군의 탐지 레이더가 적 포탄 궤적을 늦게 찾아낸 것인지 연평부대원이 탐지 레이더보다 빠르게 반응한 것인지 연평부대원들은 그때 그랬습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응사격과 연평도 대응사격의 차이에 대해 “연평도 포격전은 도발 즉시 북한군 소행이란 점이 명백했다” “이번 도발은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없었고 적 도발 여부가 모호했기 때문에 연평도와 사정이 다르다”며 이번 대응사격을 평가했습니다. 군 당국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27분 만의 대응사격’을 인정한다고 해도 연평부대의 ‘13분 만의 대응 사격’만 못합니다. 또 ‘27분 만의 대응사격’ 주장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시간을 축소시킨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이번 도발이 벌어진 육군 28사단은 작년 10월 10일 고사포 공격을 받은 부대입니다. 그때 대응사격은 이번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고사포탄이 부대 벽에 박힐 정도로 직접적인 공격이 있었는데도 총성 청취 55분 만에 낙탄을 찾았고 대응사격은 낙탄 발견 50분 만에 이뤄졌습니다. 이번 대응사격은 그때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니 만족하고 말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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