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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려동물을 입양하기전 생각해야할 것들

유기동물들의 처절한 시한부 생활

[취재파일] 반려동물을 입양하기전 생각해야할 것들
동물 구조사는 혼자 떠도는 동물을 보면  "얘는 주인을 찾을 수 있겠다"나 "얘는 안락사 처리 되겠구나"를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동물 외형만 봐도 실수로 주인을 잃은 것인지, 주인에 의해 버림받은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동물 구조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출동한다.

임무는 유기 동물을 데려다 보호센터에 데려다 주는 일이다.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오고 119안전센터에서도 온다. 유기동물 신고가 119로도 가기 때문이다. 신고를 하는 사람이 위험하거나 어린이나 노약자, 여성인 경우는 119구조대가 직접 출동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조사가 출동한다. 
구조사와의 동행 첫 날, 대전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몰티즈 강아지는 운이 좋은 경우였다. 아파트 경비실에 갇힌 채 발견된 몰티즈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

하지만 외형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귀 치료를 하는 지, 목에는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주인의 보호를 잘 받던 애완견이란 얘기다. 예상대로 몸 안에는 칩 형태의 인식표가 내장돼 있었다. 반려 견 등록을 한 것이다. 이 녀석은 발견된 당일 주인을 만나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째 근교의 유원지에서 발견된 이른바 '믹스'견은 운이 나쁜 경우였다. 구조사는 금방 "안락사 처리 되겠어요"라고 예상했다. 목에는 제법 근사한 줄을 하고 있었다. 한 때는 애완견이었음을 말해주는 물건이다. 귀여운 용모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몸은 뼈만 앙상했다.

사람의 보호 없이는 살기 어려운 강아지였다. 물과 음식을 정신없이 탐했지만,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금방 토했다. 물론 등록도 안 돼 있었다. 버린 것인지 길을 잃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인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근처의 한 식당주인은 "같이 놀러왔다가 떼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처음엔 정신없이 주인이 떠난 방향으로 달려갔다가 며칠 후면 다시 유원지에 나타나 배회한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주인 없이 떠도는 동물을 찾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개가 특히 많았고 다음이 고양이다. 고양이는 사실 유기된 반려동물인지 길고양이인지 구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구조사는 이것도 금방 구별했다. 사람의 손길을 받아 본 고양이는 다르다고 했다.

가끔이지만 햄스터, 고슴도치, 앵무새, 이구아나를 구조한 적도 있고 애완용 구렁이, 비단뱀 같이 위험하지 않은 파충류가 신고 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동물들이 구조사에 의해 옮겨지는 곳은 유기동물 보호센터다.

대전시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대전 현충원 근처인 갑동에 있다. 초행길이라면 찾기 힘든 변두리의 산기슭에 위치했다. 8월 현재 이곳에는 250여 마리의 주인 잃은 반려동물이 있다. 대부분이 개나 고양이다. 진돗개를 비롯한 큰 개에서 부터 어린 몰티즈, 시추 같은 강아지, 이른바 '믹스'라고 부르는 잡종견들도 많이 있다.
이곳에 들어온 지 2주가 지나면 동물들은 모두 사형을 선고받는다. 언제든 안락사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기간은 10일이다. 그리고 나흘이 더 지나면 파리 목숨이 되는 것이다. 실상은 그렇게 야박하지는 않다.

전염병에 걸렸거나 회복이 어려울 만큼 건강이 나쁠 때만 즉각 안락사 처리된다. 유원지에서 발견된 '믹스'견의 경우가 그렇다. 보호센터 직원도 이 강아지는 안락사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양을 봐도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었다.
큰 개들은 비슷했다. 짖거나 반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을 기억하는 개와 고양이는 달랐다. 관심 받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과잉되게 꼬리를 흔들고, 더 큰 목소리로 짖어댔다. 내미는 손을 치열하게 핥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고양이 한 마리는 우리 밖으로 손을 길게 내밀기도 했다. 이런 보호센터의 동물들을 보고는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락사 선고를 받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보호센터의 한 직원은 "얘네 들은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옛 주인도 기다리겠지만 이제는 새 주인을 더 기다리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왔다가 그냥 가도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입양하려고 사무실까지 안고 왔다가 마음이 변해서 다시 보호소에 남게 되면 하루 정도는 밥을 안 먹죠" 라는 말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보호센터까지 온 동물은 4마리 중 1마리가 안락사 처리된다. 보호센터에서 천수를 누릴 수는 없으니 기다릴 만큼 기다긴 동물들은 차례로 소각 처리되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을 잃는 반려동물은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휴가철에 갑자기 늘어난다. 올해는 25%나 늘었다. 가족단위 이동이 많다보니 말 못하는 동물이 주인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인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 6월 한 여성이 강아지를 버리고 달아나는 모습이 뒤따르던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돼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학가 원룸 등 1인 가구에서 유기되는 동물도 많다. 반려동물을 선물로까지 주고받는 게 요즘 세태다. 주인 사정에 따라 사랑받다 사정이 안 되면 버림받는 게 요즘 반려동물의 처지인 셈이다.

반려동물 정책을 다루는 농식품부의 박춘근 사무관은 "정말 기를 수 있는지 심각하게 판단하고 입양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버려진 동물을 처리하는 국가 예산만 한 해 100억 원이 넘는다. 이들을 안락사 시키는 것도 할 짓이 못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1마리를 기르는데 2000만 원 정도의 양육비가 소요된다. 수명을 고려해 평균을 내면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의 양육비가 든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세대는 경제력이 떨어지는 젊은 층이다.

애완동물 사달라는 자녀들의 성화에 시달리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혼자 사는 집에서 기르고 싶은 젊은 층도 많을 것이다. 지자체마다 있는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방문해보고 결정할 것을 권한다. 주인을 잃고 멍하니 있거나 관심 끌기위해 몸부림치는 유기 동물들을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랑에는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한다는 배움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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