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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키스하는 수병과 간호사'…그 주인공은 진짜일까?

[월드리포트] '키스하는 수병과 간호사'…그 주인공은 진짜일까?
이 사진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키스하는 수병과 간호사’입니다. 2차 대전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1945년 8월 14일,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 종전을 기뻐하며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던 인파들 틈새를 비집고 다니던 유명 사진작가 ‘알프레드 아이젠스타트’가 찍은 사진입니다. ‘라이프’ 잡지 종전 특집호에 실린 이 사진은 지난달 뉴욕 타임스가 ‘20세기 최고의 사진’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참고: 일본이 항복한 것은 8월 15일 정오였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War Time이라고 해서 서머타임이 적용돼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8월 14일 11시였다고 합니다.)
▲ 라이프지에 실린 20세기 최고의 사진 / 출처 : TIME
 
이 사진을 찍을 당시 아이젠스타트는 수병과 간호사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고, 이 사진이 나온 직후부터 두 주인공이 누구일까를 놓고 세간의 관심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후 자신이 그 사진의 주인공임을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번번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장 그럴듯한 주인공으로 지목된 사람은 ‘글렌 맥더피’ (수병)과 에디스 셰인(간호사)이었는데, 셰인 여사는 지난 2010년에 숨졌고 맥더피 옹도 지난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가장 유력한 주인공으로 알려진 사람은 ‘조지 멘도사’와 ‘그레타 짐머’ (프리드만)였습니다. 조지 멘도사는 지난 2012년, 이 사진과 관련해 발간한 책에서 여러 가지 유력한 증거를 제시해 현재로서는 사진 속 두 인물로 사실상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국 CBS는 2012년 두 인물과 인터뷰를 한 바 있습니다.
▲ 출처 : 美 CBS
 
조지는 태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종전 소식을 전해 들었고, 때마침 당시 여자친구였던 ‘리타 페트리에’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치과 병원 간호사였던 그레타는 종전 소문이 진짜인가 알아보려고 광장에 막 걸어 나오던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조지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한 상태였지요. 게다가 이미 술도 몇 잔 걸친 뒤였거든요. 흰 옷을 입은 그레타를 보고는 덥석 껴안고 키스를 했지요.” 조지는 당시 자신과 그레타가 사진에 찍히고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사진을 찍은 알프레드 아이젠스타트는 불과 10초 동안 네 번 셔터를 눌렀습니다.
▲ 출처 : 美 CBS

 두 사람은 사진이 찍힌 줄도, 라이프 지에 그 사진이 실린 줄도 몰랐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던 차에 1980년, 라이프지가 이 이름 모를 두 주인공을 찾기 시작했고 당시 조지의 친구가 이 잡지에서 사진을 보고 조지에게 알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조지는 사진이 찍힌 지 35년 뒤에야 처음 그 사진을 보게 된 겁니다.
▲ 출처 : 美 CBS
 
앞서 언급했던 대로, 라이프 지가 이 유명 사진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그들이었노라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수병이나 간호사의 얼굴이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진짜인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 출처 : 美 CBS
 
 
조지는 자신이 그 수병이라는 명백한 증거로 ‘수병의 오른쪽 어깨 뒤에 보이는 한 여성’의 얼굴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자기가 데이트하려 했던 당시 여자친구인 리타 페트리에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는 겁니다. (리타는 이듬 해 조지와 결혼해 69년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는 이 20세기 최고의 사진 속 주인공은 조지와 그레타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출처 : 美 CBS

 
그런데, 최근 이 두 사람이 실제 주인공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텍사스 주립대와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팀이 사진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부터입니다. 연구팀 분석의 포인트는 두 사람이 키스한 시각이 몇 시쯤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을 이끈 도널드 올손 박사는 사진 오른쪽 윗부분에 커다란 그림자가 찍혀 있는 건물이 브로드웨이 45번가의 ‘로 빌딩’이고 빌딩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건너편 아스트로 호텔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림자의 길이 등을 분석한 결과 사진이 찍힌 시각이 오후 5시 51분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지었습니다.
 
그런데, 조지와 그레타는 자신들이 키스한 시각이 대략 2시쯤이라고 설명했고, 이미 숨진 글렌과 에디스 역시 키스 시각을 2시쯤이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만일, 연구팀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두 쌍 모두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가 됩니다. 만일, 두 쌍 모두 사진 속 주인공이 아니라면 진짜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사진을 찍은 아이젠스타트도 1995년에 숨졌으니 20세기 최고의 사진 속 주인공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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