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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드론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취재파일] "드론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올해 초 세계적인 스타 장쯔이의 남자친구 가수 왕펑이 '드론(무인항공기)'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실어서 프러포즈했다. 이 덕분에 중국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프러포즈가 인기를 끌었고, 왕펑이 쓴 드론 제품은 소위 '대박'이 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드론은 이제 '키덜트' 시장의 주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 가정매장만 봐도 드론 판매대가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5만 원 내외부터 시작해 입문하기도 쉽다. 특히, SNS 시대에 맞춰 셀카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인기다.

드론은 원래 정찰 등을 위한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후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라는 상업적 용도로 쓰이기 시작해 이제는 농약살포와 배달, 방범, 구조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얼마 전 글로벌 SNS 업체 페이스북은 세계 곳곳의 오지에서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드론의 시험비행을 마치기도 했다. 이런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드론이 미래성장 동력'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대통령도 "국가적 차원의 통합적 산업발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했다.

● 드론 날개 잡는 규제

하지만 '드론'을 얘기하자면 불만들이 먼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많아서 우리나라의 드론 사업이 뒤처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사용자들은 날릴 곳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정부는 드론 분야에서 국내 기술 수준이 세계 7위라고 발표했다. 민군 겸용 무인기 분야 얘긴데, 이마저도 활용 시장 발굴 미흡으로 시장 진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내수, 취미용-레저용 시장이라도 잡아야 하는데 그도 녹록지 않다. 국내 업체들이 뒤늦게 뛰어들고 있지만 이미 중국의 값싼 드론이 시장을 선점했다. 게다가 드론이 있어도, 날릴 수 있는 공간도 사실 마땅치 않다.

서울의 경우 한강 이북과 경기 북부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고, 김포공항과 성남의 서울공항 반경 9.3Km 역시 원칙적으로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다. 또 상업용이냐, 무게 12kg 이상이냐 이하이냐에 따라 규제도 달라지고, 규제 조항도 애매하다. 관련 기관도 국방부, 국토부, 산업부, 미래부 등 수도 없이 많다. 이들 기관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국토부의 비행 관련 규정 보러가기 (클릭)


이 때문에 국회에는 드론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다. 정부도 국토부를 중심으로 비행 규제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산업용 드론의 활용 범위 확대와 함께, 무게나 크기 등에 따라 비행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드론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얼마 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선 델타 여객기가 착륙을 위해 200m 고도로 하강을 시도할 때 드론이 비행기 30m 아래로 스치듯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자칫 드론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엔진을 파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메모리얼 데이를 축하하려고 띄운 드론이 갑자기 오작동으로 인근 건물과 부딪치고 떨어져 두 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드론 프로펠러도 흉기로 돌변한다. 두 달여 전 가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가 공연 중 다가온 드론을 잡으려다가 프로펠러에 손을 베이는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드론 관련 사이트에서는 '제초기'라는 말이 돌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드론으로 인한 큰 인명피해 사고는 없다. 하지만,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드론 안전 관련을 취재하면서 인터넷에서 한 드론 촬영 영상을 찾았다. 드론이 낮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돌진해 철조망으로 된 담장을 들이박고 떨어졌다. 제어가 안 된 듯했다. 그런데 담장 반대편에는 6~7살 되는 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담장이 없었으면 아이와 충돌했을 법 했다. 지난 달 해운대에서도 감시용 드론이 추락했다. 다행히 사람과 충돌은 하지 않았지만 그 무거운 물체가 인파 속으로 추락했다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드론 전문가인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드론을 장난감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취미용 드론 중에도 무게가 3kg 이상 되고, 최대 시속이 수십km에 이르는 동체들이 있다. 하지만, 장난감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조종법이나 안전사항에 대한 숙지 없이 일단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미용 드론이 얼마든지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드론은 기종에 따라 통신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드론 동호회에 따르면, 고급형 드론은 통신이 끊기면 최초 비행 위치로 돌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기능이 없는 드론은 그대로 추락하거나 건전지나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떠다닌다고 한다. 그러다 건물이나 나무에 충돌한다. 또 기계다 보니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작동의 가능성도 있다.

드론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드론의 사용법을 숙지하도록 하고 보험 등 제도적인 부분도 정비돼야 한다. 다행히 드론 관련 협회와 관련 교육 기관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보험의 경우도 항공 촬용 등 상업적 용도로 쓰일 때만 의무가입 대상이지만, 협회나 동호회는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자의 상해를 1~2억원까지 보장해주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드론을 사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안전교육이나 보험은 너무나 미비한 수준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안전교육이나 보험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과한 일이다. 1kg 미만의 플라스틱 드론까지 교육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초소형 드론은 프로펠러 가드나 재질이라든지 기기 자체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규제 세분화에 이런 드론 안전에 관련된 부분이 포함돼야 드론 이용자나 국민들도 좀 더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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