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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암에 걸렸어요"…쇠고랑 찬 미스 펜실베니아

[월드리포트] "암에 걸렸어요"…쇠고랑 찬 미스 펜실베니아
지난 4월 미스 펜실베니아에 뽑힌 23살 블랜디 리 위버 게이츠의 카 퍼레이드 모습입니다. 게이츠는 펜실베니아주립대에 다니는 모범생으로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여성이었습니다. 게이츠는 2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혈액암의 일종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렸다며 치료비가 없다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이츠는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환자 마스크를 쓴 사진과 함암치료를 받고 있는 듯 머리를 짧게 깎은 사진 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모두들 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걱정했습니다.

투병 중에도 지난 4월 미스 펜실베니아에 뽑힌 그녀에 대해 미인대회 조직위원회도 그녀가 끔찍한 병과 싸워 이겨내길 희망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딱한 소식에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했고 수천 달러가 모였습니다. 특히 그녀가 미스 펜실베니아에 선발된 뒤 그녀를 돕겠다는 온정이 더 많이 답지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몇 차례 자선모임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너무 길었을까요?

올초 수사기관에 익명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녀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며 진실을 가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의 암투병에 의문을 제기한 편지를 받은 펜실베니아주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도 지역을 대표한 그녀가 설마 거짓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서 수사를 시작했지만 바라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암투병 중이란 그녀의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그녀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고도의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은 기록이 전혀 없었고, 담당의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백혈병 환자처럼 보이기 위해 수 차례 스스로 머리를 밀었다고 밝혔습니다.

친구들과 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녀를 볼티보어 존스홉킨스 병원까지 바래다 주었고 그녀가 치료를 받고 돌아올 때까지 몇 시간이나 병원 로비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치료를 받은 것처럼 나타나곤 했던 것입니다.

조사 결과 가장 최근에 입상한 미인대회를 통한 모금행사에서만 1만 4천 달러, 우리 돈 1천500만 원가량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류의 거짓말은 그냥 거짓말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되며 대가는 혹독합니다. 그녀는 지난 화요일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사기를 통한 절도 혐의로 쇠고랑을 찬 채 구치소로 이송됐습니다. 미인대회 조직위원회도 그녀의 왕관을 돌려받고 수상을 취소했습니다.

지난 4월에 텍사스에 사는 한 10대 소녀도 같은 혐의로 쇠고랑을 찼습니다. 19살 고메즈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그 대가로 지금까지 1만 7천 달러를 모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고메즈는 자신이 2011년 1월 암이 발병했고 6개월 시한부라는 진단을 의사로부터 받았다며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처럼 암투병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모금을 해야 한다며 ‘Dream Foundation’란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도 팔고 자석도 팔아 돈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이렇게 거짓말을 하며 돈을 끌어모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정말이면 자녀에게 무관심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범죄를 방조한 것이겠죠.

고메즈 사건 역시 게이츠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익명의 제보를 통해 그 추한 내막이 밝혀졌습니다.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있듯이 동정심에 호소해 남을 속이는 이런 류의 범죄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한 사람을 오랫동안 속이거나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는 진리가 다시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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