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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두고 때리고 돈 뺏고'…조직폭력배 같은 중고차 매매업자

[취재파일] '가두고 때리고 돈 뺏고'…조직폭력배 같은 중고차 매매업자
● '내 아들을 걸고 판매합니다'

지난 2월 경기도 김포에 사는 29살 전 모 씨는 중고차를 사려다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다른 매매 사이트보다 수백만 원이 저렴한 중고차를 본 것이지요. 전 씨는 바로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었는데 매매업자의 상냥한 목소리에 안심이 됐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업체가 사이트에 적어 놓은 ‘내 아들을 걸고 판매합니다’란 문구에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지요.

실제로 만난 중고차 매매업자의 첫 인상도 좋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가장이라는 느낌이 전 씨의 기억이었지요. 하지만 매물로 올라온 차를 보여주면서 매매업자는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매매업자는 “매물로 올라온 이 차는 사실 팔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아니어서 죄책감이 든다”며 “더 좋은 조건의 다른 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3시간이 넘도록 중고차 매매단지를 돌며 차를 봤는데 하나같이 성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 차들이었습니다.

전 씨가 구매 의사가 없다고 말하자 매매업자는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냐’, ‘이렇게 오랜 시간 나를 가지고 논 것이냐’고 소리를 질렀지요. “이 정도 가격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며 “바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 씨가 계속 거부하자 매매업자는 욕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에는 급기야 전 씨를 가두고 계속 구매를 강요했습니다. 전 씨는 주행 중인 차의 핸들을 힘으로 돌리고 매매업자와 몸싸움을 하고 나서야 겨우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 '가두고 때리고 돈 뺏고'

전 씨를 감금하고 협박한 매매업자는 인천지방경찰청이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벌인 중고차 불법 매매 집중 단속 때 붙잡혔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이 기간 동안 120명의 매매업자를 적발하고 6명을 구속했지요. 이들은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중고차 허위매물을 인터넷 매매 사이트에 올려 구매자를 유인했습니다. 구매자가 나타나면 이와 똑같은 차종의 중고차를 보여주며 ‘고장이 잦다’거나 ‘성능이 떨어진다’며 다른 차를 살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싼 차들을 보여줬는데 계속 구매를 거부하면 협박은 물론 폭행, 심지어는 감금까지 했습니다.

지난 4월말 전북 고창에서 올라온 한 부부는 앞선 경우처럼 중고차를 사지 않겠다고 했다가 매매업자의 차량에 40분 동안 갇혀 있다 가까스로 탈출했습니다.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는 구매자를 밀치고 가로막으며 협박한 매매업자도 있었지요. 유명 외제차량 매매대금 6천5백만 원을 받은 뒤 차 열쇠를 가져오겠다고 하고 그대로 달아나거나 중고차를 팔지도 않고 60대 남성에게 계약금과 수고비 명목으로 2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매매업자도 검거됐습니다.

● 도 넘은 중고차 매매 경쟁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폭행이나 협박, 감금 같은 조직폭력배가 할법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중고차 매매 경쟁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매매상사가 모여 만든 조합에서 사원증을 받아 지자체에 등록되는데 실제 시장에는 구매자들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정식 인증을 받지 않은 매매업자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이런 불법 매매업자가 넘쳐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차를 제값에만 팔면 되기 때문에 그들의 활동을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중고차 한 대를 천만 원을 받고 팔려는 정상적인 매매업자 입장에서는 불법 매매업자가 천만 원에 자신의 수익을 더해 이 중고차를 대신 팔아주고 자신에게는 천만 원만 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불법 매매업자들이 구매자들에게 보여주는 차는 하나같이 성능에 비해 차값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 매매사원증부터 확인해야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중고차 구매자들은 매매업자의 사원증을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매매업자들은 거래를 할 때 이 사원증을 반드시 목에 걸고 있어야 합니다. 이 사원증이 없는 사람은 불법 매매업자라는 뜻입니다. 이런 업자를 따라가면 성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차들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매매 계약서를 쓸 때도 반드시 매매상사의 사무실 안에서 해야 합니다. 사무실이 아니라 매매단지의 로비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한다면 일단 거절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고차 매매를 하러 갈 때 친구나 가족 등과 함께 가는 것도 좋지요. 매매업자의 정보가 불명확한 중고차 매매 사이트도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헐값 광고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중고차 매매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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