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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소림사' 아우라에 밥 한 끼 쌀값이 1만6천 원

중국 선종의 본산이자 중국 무술의 태두, 소림사를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요즘 중국 신문에서 거의 매일 '소림사'의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내용은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소림사와 관련해 한 유기농 쌀이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도대체 쌀과 소림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산시(섬서)성의 한 식품업체가 인터넷에 띄운 광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해당 쌀은 산시성 시안에 지난 6월 문을 연 '소림도시선당'의 기념미입니다. 참고로 '소림도시선당'은 시안 시내에 세워진 소림사의 도시형 분원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쌀은 '소림도시선당'의 참선 진상미라고 소개됐습니다.
 
그런데 이 쌀의 판매 가격을 본 중국 네티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1斤, 즉 5백 그램에 2백60 위안, 우리 돈으로 4만8천6백 원이 넘었습니다. 5백 그램의 쌀로 대략 밥 세 그릇 쯤 만들 수 있으니 밥 한 끼 분량의 쌀값이 1만6천 원을 넘는 셈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산지 쌀값이 20킬로그램에 약 4만 원쯤 합니다. 해당 쌀의 가격은 우리나라 평균적인 쌀값의 50배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중국인들 사이에 난리가 났습니다. 쌀에 금가루를 입힌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비쌀 수 있냐는 것이죠. '소림사'라는 아우라가 더해졌다고 값을 수십 배  뻥튀기 할 수 있냐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해당 식품 회사가 해명에 나섰습니다. 완전 무공해 유기농이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워낙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쌀에는 비료도, 농약도 전혀 치지 않습니다. 잡초를 농민들이 직접 손으로 뽑고 오리를 동원해 해충을 잡습니다. 심지어 땅을 가는 것도 현대식 기계 대신 소와 쟁기를 동원해 전통식으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쌀 5백 그램을 생산하는데 드는 원가가 2백60 위안을 넘는데 손해를 보며 파는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변명입니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비난은 해당 식품회사 대신 소림사로 모아졌습니다. 한 네티즌이 올린 글입니다. "사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모든 기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판매 가격을 제 맘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쌀값의 경우에도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장에서 그렇게 말도 안 되게 비싼 쌀이 팔릴 리가 있습니까? 제 정신이라면 그 돈을 내고 쌀을 살 리 없죠. '소림사'라는 간판이 있으니까 지갑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소림사의 참선승에게 진상되고, 따라서 소림사가 품질을 보장하며, 종교적 의미도 있다고 하니 사는 것이죠. 그러니 쌀을 이용한 폭리의 원흉은 소림사입니다. 종교를 이름을 빌려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소림사가 욕을 먹어 마땅합니다."

급기야 산시(섬서)성 불교협회까지 성명을 내고 나섰습니다.

"해당 고가 쌀 판매 행위는 우리 불교의 교리에 전혀 어긋납니다. 정신(正信), 정행(正行)이라는 불교 정신에 비춰볼 때 완전히 그릇된 행동으로 불교의 이름을 파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중단을 촉구합니다."

불교 협회가 성명까지 내면서 소림사측을 정면 비판하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습니다. 소림사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댓글란을 도배했습니다.

그러자 시안의 '소림도시선당'이 해명 글을 내놨습니다. "해당 쌀은 본 선당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우리는 해당 쌀의 판매와 관련해 협의를 하거나 협조를 한 사실이 없습니다. 아울러 참선 진상품이라는 문구도 거짓말입니다. 우리 선당의 이름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해당 회사에 대해 엄중 항의하고 법적인 책임도 물을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네티즌들이 확인한 결과 해당 쌀은 시안의 '소림도시선당'이 개관식을 할 당시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공급된 바 있었습니다. 아울러 문제의 식품회사도 소림사의 협찬 회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문제의 쌀과 생산 식품회사가 소림사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정황들입니다.

설사 해당 식품회사가 소림사에 단순히 협찬을 한 뒤 광고에 소림사의 이름을 도용했다고 해도 소림사측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소림사의 행태가 이런 황당한 쌀을 팔고도 남을 것이라 믿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임상범 기자가 소림사 방장(주지)의 추문과 소림사의 문제적 행태 대해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미 MBA 출신인 소림사 방장 스융신은 사실 소림사 중흥의 일등공신입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쇠락해가던 소림사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되살려놨습니다. '소림사'라는 콘텐츠를 세계적인 1등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와 공연, 기념품 판매를 넘어 이제 게임 업계에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융신이 일반 기업의 CEO라면 탁월한 경영가로 칭송 받았을 것입니다. (그의 성추문과 공금 횡령 의혹 등 범죄 혐의를 차치한다면 말입니다.)

문제는 소림사는 불교의 '도량'이지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일체의 욕심을 버려 해탈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불교의 교리를 생각하면 필사적으로 물욕을 쫓는 듯한 현재의 소림사 행태가 바람직하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초고가 쌀 사건에서 소림사가 피해자라 하더라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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