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스브스역사
슬라이드 이미지 1
슬라이드 이미지 2
슬라이드 이미지 3
슬라이드 이미지 4
슬라이드 이미지 5
슬라이드 이미지 6
슬라이드 이미지 7
슬라이드 이미지 8
슬라이드 이미지 9
슬라이드 이미지 10
슬라이드 이미지 11
슬라이드 이미지 12
슬라이드 이미지 13
슬라이드 이미지 14


내가 17살 때 너를 처음 만났다. 진통 7일만에 겨우 만난 너였다. 작았던 나에게서 세상 누구보다 큰 네가 나왔다. 아무리 어려워도 네가 서당가는 건 멈출 수 없었다. 네 아빠가 중풍으로 전신불수가 돼 내가 품을 팔아 종이랑 붓이랑 먹을 사줬다. 그때 세상 누구보다 기뻐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작은 줄만 알았던 네가 어느새 국모의 원수를 갚겠다고 큰 일을 하더구나. 정강이의 살이 터져 뼈가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고문을 당한 너였다. 그런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내가 날품팔이를 해 사식을 넣어주는 것 뿐이었다. 왜놈 손에 죽느니 차라리 나랑 같이 죽자고 했을 때,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어머니 저는 분명 안 죽습니다. 제가 나라를 위해 사무치는 정성으로 한 일이니 하늘이 도우실 겁니다." 언젠가 네가 내 생일에 준 돈으로 권총 두 자루를 샀다. 일본군 한 명이라도 더 죽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 내 소원은 대한독립을 이루는 너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그 얼굴을 못 보고 가니 내 원통함을 어찌하면 좋으냐. 

이 이야기는 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의 자료를 토대로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곽 여사는 1939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들이 이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후원하며 '임시정부의 어머니'로서 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곽 여사와 같이 독립에 크게 기여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투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흥행중인 영화 '암삼'의 최동훈 감독이 영화를 구상한 곳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여성 독립투사의 생가에서였습니다. 

"부산에서 ‘암살’ 시나리오를 썼다. 의열단을 결성한 김원봉의 아내 박차정 여사의 생가가 있더라. 그때‘과거의 있었던 사실이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동훈 감독/인터뷰출처 뉴스토마토)

독립유공 포상자 13,930명 중 여성은 248명에 불과합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무명의 여성헌신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독립투사로, 또 때로는 누군가의 어머니로, 아내로, 묵묵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썼던 숨은 여성 투사들을 다시금 새겨볼 때입니다.

(SBS 스브스뉴스) 

▶ 러시아에 붙은 '서울' 주소…잊혀진 역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