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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탑차 뒤에 매달려 간 남성의 '웃픈' 사연

(2015년 7월13일 중국 구이저우성 류판쉐이시 판센현 촬영 화면)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보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황당한 장면을 거의 매일 보게 됩니다. 이 화면도 처음 봤을 때는 '헐,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연을 듣고 보니 실소를 짓고 말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말로 '웃픈' 사건입니다.

얼마 전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 류판쉐이시에서 경찰 순찰차 블랙박스에 촬영된 화면입니다. 앞서 가는 탑차의 후면에 한 남성이 거미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양쪽 문의 손잡이를 잡고 작은 발판 위에 올라섰습니다. 탑차는 차 뒤쪽의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도를 높이고 방향 전환도 합니다.

그때마다 남성은 온 몸에 힘을 주고 억지로 버티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황당한 장면이 벌어진 시간은 길거리에 차가 많은 퇴근 무렵이었습니다. 순찰차는 무리해서 탑차를 세우다 사고가 날 것을 우려했는지 가만히 따라가기만 합니다.

'새로운 수법의 무임승차인가?', '탑차에 물건을 싣고 미처 내리지 못했는데 차가 갑자기 출발했나?' 여러 가지 추측이 머리에 떠오르는 순간, 관할 교통경찰이 사연을 풀어 놓습니다. "매달린 남성은 이 지역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이었습니다."

엥? 음식점 종업원이 왜 탑차 뒤에 매달려가지? 아니나 다를까 탑차 뒤의 남성은 자신이 일하는 음식점에 도착하자 훌쩍 뛰어 내립니다.

"해당 직원은 음식점에서 쓸 그릇과 접시를 식당으로 가져가는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탑차 뒤편 여닫이문의 잠금 장치가 고장 났습니다. 문이 고정되지 않았습니다. 문이 열려 안에 실어놓은 그릇과 접시가 밖으로 쏟아져 떨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탑차 운전자와 해당 직원은 문에 매달려 몸으로 막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한 것입니다."

아하! 이해가 갑니다. 한 마디로 음식점 종업원이 인간 자물쇠 노릇을 한 것입니다. 고장 난 잠금장치 역할을 몸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간 사정은 알겠는데 납득이 되지를 않습니다. 마음이 몹시 불편합니다. 왜 고장 난 양쪽 문을 노끈 등으로 묶어서 고정 시키지 않았을까요? 하다못해 강력 테이프로 칭칭 감아도 되지 않을까요? 꼭 그렇게 불편하고 위험한 방법을 동원해야 했을까요?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아직도 중국에서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노끈을 찾아서 묶거나, 강력 테이프를 이용하는 수고로움보다 그 종업원의 위험한 노동이 값싸게 취급 받는다는 현실 탓입니다.

여전히 이런 일들을 중국 곳곳에서 봅니다. 기계로 열고 닫으면 되는 차량 출입문을 사람이 일일이 열어주는 곳이 많습니다. 높은 산 위 매점에서 팔아야 할 각종 음식물과 생필품을 지게꾼들이 산처럼 지고 힘겹게 기어올라 나릅니다.

하늘에 걸린 고압선에 얼음이 얼어 그 무게로 단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자가 밧줄을 타고 고압선에 매달려 얼음을 닦아 냅니다. 그 노고에 한편 감사하면서도 한편 불편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비슷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백화점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권을 뽑아주는 아가씨들을 보면서입니다. 한 여름 땡볕에도, 한 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예쁜 옷을 입고 서서 주차권을 뽑아줍니다. 그도 모자라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고객님, 반갑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때마다 저는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저 미안하고 안쓰러울 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매연을 마시며 짓는 저 미소가 얼마나 힘겨울까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고귀한 노동이 값싸게 취급받는데 제가 못 느끼고 있을 뿐이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우리나라도, 중국도 '모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게' 취급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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