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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한국은 고용 절벽인데…日 청년 취업 잘되는 이유?

* 대담 : SBS 도쿄 김승필 특파원

▷ 김소원/사회자: 

오늘 주제는 청년 고용문제인데, 한국의 백수 청년들에게 일본의 문을 두드려보라는 이런 얘기군요. 김 특파원 어제 일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과 얘기를 나눠봤다면서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일본의 세계적인 오토바이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가장인데, 여기서는 A씨라고 부르겠습니다. 15년 전 A씨는 지방의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성적은 뒤에서 세는 게 더 빨랐고, 좋아하는 것은 오토바이뿐이었습니다. 부모는 '네가 하고 싶은 것 하라' 며 자식을 품에서 놓아줬습니다.

A씨는 일본의 3년짜리 전문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전공은 디자인계열이었습니다. 졸업 후 일본의 세계적인 오토바이 제조기업에 시험을 쳤습니다. 4년제 유명대학 대졸자와 경쟁했지만, 전문대학 출신이다 보니 찰흙으로 모형을 만드는 분야에서 뛰어났습니다. 회사는 학벌보다는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을 우선 쳐줬고, 결국, 합격했습니다. 현재는 이 회사의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로 10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소원/사회자: 

우리 청년이 일본 사회에 정착하는 게 더 쉬웠다는 뼈아픈 얘기네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오토바이 제조업체에서 A씨에게 스카우트를 제의했다고 하는 데 A씨는 고민 끝에 일본에 남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비자만 있어도 일본에서는 아이들 약값이나 병원비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사교육을 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집안이 부자인지, 학벌이 어떤지, 고향이 어딘지, 서로 비교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애들은 애들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힘들 것 같았다고 합니다. A씨는 현재 월세를 회사에서 보조해주는 단독주택에서 4인 가족으로 살고 있다.

▷ 김소원/사회자: 

김 특파원, 한국은 청년 고용 절벽인데요, 일본은 왜 청년 취업이 잘될까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최근 일본의 대졸자 수는 55,6만 명 수준이입니다. 한국은 32만 명입니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3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대졸자 수가 한국보다 적습니다. 젊은 인구가 감소한 것과 대학진학률이 50% 안팎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한국은 OECD 최고수준인 70% 선입니다.

한국은 학벌을 중시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직하는 청년이 절반이라는 얘깁니다. 고졸 취업률도 97%를 넘습니다. 고졸이라고 결혼 시장에서 비애를 겪지도 않습니다. 일본 부모들은 자녀가 좋아하면 그뿐입니다. 집안을 비교하고, 서로 조건을 따져보는 것은 먼 나라 얘깁니다.

여기에다 일본은 중소기업이 튼튼한 나라입니다.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연봉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얘깁니다. 중소기업이라고 임금 체납을 하거나,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임금을 체납해 갈등이 있다는 기사는 거의 접하기 어렵습니다.

▷ 김소원/사회자: 

김 특파원,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최근 한일관계에서 일본 사회의 장점을 얘기하는 게 쉽지 않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직접 살아본 일본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일본은 안정적인 사회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빠른 발전이나 변화는 없는 사회입니다. 이미 선진국이라는 얘깁니다. 빠른 발전이 없는 사회에서는 이방인이 '꿈'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옛 얘기이듯, '재팬 드림'도 없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은 육체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지급하는 사회이다.
▷ 김소원/사회자: 

아르바이트 시급이 천 엔이 넘는다면서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일본 땅에서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만 해도 한 달에 20만엔 이상을 벌 수 있습니다. 경력이 조금 쌓이고 성실하기만 하면 30만엔 이상을 받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일자리가 널려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아르바이트만 해도 50만엔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얘깁니다. 생활하는 데 '월세'가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그러나 다른 비용은 없습니다. 애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은 물론 중학생 때까지 아동수당이 꼬박꼬박 나옵니다. 지자체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중학생 때까지는 애들 약값이나 병원비가 제로입니다. 공교육이 살아 있어 사교육을 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외국이다 보니 '차별'을 느낄 때도 있고, 적응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확립된 곳입니다. 물론, 역사인식이나 영토 문제는 별개이긴 합니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차별은 없습니다. 자신이 성실하기만 하면, 4인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게 일본사회입니다.

▷ 김소원/사회자: 

김 특파원의 주장은 일자리에는 국경이 없고 일본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 이런 얘기군요.

▶ SBS 김승필 특파원: 

일본은 한국보다 대학에 가기도 쉽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습니다. 한국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이겨야만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성공한 일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일본은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나 메르스 사태가 한국의 모든 것이 아니듯, 아베 정권이나 지진이 일본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이 되기 전까지, 청년 고용이 활황이 되기 전까지,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일본 사회가 가진 여러 장점을 생각하면 일본을 예외로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한국 청년은 성실하고, 똑똑하다. 지구 어디에서라도 잘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 김소원/사회자: 

네, 소식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 뉴스> 도쿄 김승필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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