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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능교재 '요지경'…감수는 대충, 감수료는 착착, 오류는 쉬쉬

- 감사원 "EBS교재 비공개 오류 확인…평가원 직원 감수료만 14억"

[취재파일] 수능교재 '요지경'…감수는 대충, 감수료는 착착, 오류는 쉬쉬
60만 수험생의 인생은 수능 시험 단 하루에 왔다갔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날 하루를 위해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에 70%나 출제된다는 EBS 수능연계교재를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보고 또 보고 또 봅니다. 교과서가 아닌 문제집일 뿐인데 말입니다. 내 공부와 내 머릿속 지식의 중심이 되어야 할 지침서가 한 권의 책도 아니고 교과서도 아니고 그저 문제집인 나라,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그런데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역대급 문제집', 과연 수험생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질 만큼 잘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수능연계교재 감수 과정은 그야말로 '요지경'이었습니다. 교재를 만드는 EBS는 교재 오류를 숨기는데 급급했고, 이를 감독해야 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수 위원들은 감수 업무는 제대로 안 한 채 감수료만 14억원이나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사이 교재의 완성도를 감수하고 오류를 살펴볼 책임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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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EBS 수능교재의 오류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수험생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역대급 문제집'이기에, 그런 무게감에 걸맞는 '질 관리'가 되어야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EBS 수능교재부는 최근 3년간 많은 오류를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 당시 EBS 측은 오류 개수 축소 의혹과 공개되지 않은 오류에 속하는 '윤문'의 존재를 부인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보면, "[표 3]과 같이 EBS 수능교재에서 2012년 110건, 2014년 159건 등 여전히 많은 오류가 발생하여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돼 있습니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오류, 표기정정, 윤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EBS 교재정정심의위원회가 결정하며, 표기정정 및 윤문은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EBS가 전체 오류 규모를 축소해 발표해 왔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있는 표를 발췌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EBS 수능교재의 감수 책임을 맡고 있는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뭘 했을까요?

감사원은 "EBS에서 2013년과 2014년에 EBS 수능교재에서 발생한 오류 중 86건(윤문을 제외한 '오류'와 '표기정정' 건수)에 대한 정오표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는데 이 중 17건의 오류(EBS가 자체적으로 '오류'로 분류한 건수)를 대상으로 평가원 감수의견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오류에 대한 감수의견을 기재하지 않는 등 EBS 수능교재를 충실하게 감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EBS는 윤문과 표기정정을 제외하고 최소한의 '오류'를 평가원에 보고 했는데, 평가원은 그마저도 충실하게 감수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사이 수능교재 감수 업무를 맡았던 평가원 직원 62명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받아간 EBS교재 감수료는 1인당 평균 2천320만원, 모두 14억4천만원인 것으로 드러났습습니다. 그것도 평가원 소속 연구원이 원래 받는 성과 연봉 외에 관련 기관에서 인건비성 경비를 받으면 안되는 지침까지 어겨가면서 그 돈을 받아갔다고 합니다.

EBS와 평가원 기관 간의 계약이 아닌, EBS와 평가원 직원 사이의 감수 계약이 되면서 이렇게 감수료 부당 수령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중 연구원 8명은 EBS 교재 감수 기간 동안 다른 합숙 출장을 가서 실제로 수능교재를 감수할 수 있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EBS 수능교재 오류에 대한 책임이 평가원과 개인자격으로 감수업무에 참여한 감수자 중 어디에 귀속되는지 불분명하게 되어 EBS 수능교재 감수 업무의 공신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게 감사원의 분석입니다.

SBS 보도 이후 EBS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오류-표기정정'만 공개하던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당초 EBS 내부적으로 '오류-표기정정-윤문' 3단계로 오류를 나눠서 윤문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오류 전체 숫자를 축소할 수 있던 방식에서, 이름만 바꿔 '내용오류-내용보완-단순 오탈자 및 맞춤법 위배' 3단계를 전면 공개하는 걸로 바꾼 겁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수능연계교재 감수업무 내실화 방안을 주문했습니다. EBS 수능교재가 수능 시험과 연계되어 있는 한, EBS와 평가원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의 '완벽'을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년에 수십권을 늘 새로 만들어야 하고, 시간에 쫓기고, 인력은 부족하고, 이런 항변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지도 모를 '역대급 문제집'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변명일 뿐입니다.

(참고) 현재 수험생을 60만명으로 잡은 것은, 지난 6월 4일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 62만1,789명(재학생 54만7,786명, 졸업생 7만4,003명)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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