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암살'은 역대 순제작비 몇 위일까?

[취재파일] '암살'은 역대 순제작비 몇 위일까?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암살'이 29일 현재 관객 469만명을 모으며 1000만 고지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습니다. 암살은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고, 중국에서도 한 달 넘게 촬영을 한 만큼 제작비 규모도 엄청 납니다. 순제작비만 180억원에 마케팅배급비 30억여 원을 합쳐 총제작비는 210억여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익분기점은 부가판권 수익을 고려해 관객 65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관객 650만명을 넘긴 영화는 23편입니다. 암살은 1000만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사실 650만명은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그 해 투자배급사 또는 영화사의 최대 프로젝트이고, 최대 목표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투자배급사와 영화제작사들은 영화제작을 시작하기 전 철저한 제작비 분석과 시장 예측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역대 한국영화의 '순'제작비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마케팅배급비까지 포함된 총제작비는 아닙니다. 가급적 투자배급사가 밝힌 공식 수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작 예비비의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실제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두 순위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흥행 여부 가운데  △는 손익분기점를 간신히 돌파한 경우입니다.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CJ E&M와 같은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순위 영화 순제작비(원) 개봉연도 최종관객(명) 투자배급 흥행
1 설국열차 4000만 달러(438억) 2013 935만 CJ E&M O
2 디워 300억 2007 843만 쇼박스
3 마이웨이 280억 2011 214만 CJ E&M X
4 미스터고 225억 2013 133만 쇼박스 X
5 암살 180억 2015 ?? 쇼박스 ??
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70억 2008 669만 CJ엔터
7 태풍 150억 2005 410만 CJ엔터 X
8 명량 148억 2014 1761만 CJ E&M O
9 태극기 휘날리며 148억 2004 1175만 쇼박스 O
10 국제시장 138억 2014 1426만 CJ E&M O
11 해적 135억 2014 866만 롯데엔터 O
12 군도 135억 2014 477만 쇼박스
13 타워 130억 2012 518만 CJ E&M
14 해운대 130억 2009 1145만 CJ엔터 O
15 전우치 120억 2009 614만 CJ엔터 O
16 도둑들 115억 2012 1298만 쇼박스 O
17 베를린 110억 2013 717만 CJ E&M O
18 고지전 110억 2011 294만 쇼박스 X
19 중천 105억 2006 142만 CJ엔터 X
20 제7광구 100억 2011 224만 CJ E&M X
20 괴물 100억 2006 1302만 쇼박스 O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위 순제작비는 투자배급사의 공식 입장이거나 제작진을 상대로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100% 정확한 수치는 아닌 만큼 참고용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대작들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배급사와 영화제작사 내 수많은 관계자들이 시나리오를 여러 차례 검토했을 겁니다. 감독과 배우들도 선별했겠죠. 그런 덕분인지 일반 영화들에 비해 확실히 실패 확률은 낮은 것 같습니다. CJ가 21편 가운데 12편을 제작했군요. 쇼박스 8편, 롯데 1편입니다. NEW는 아예 없습니다. NEW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상장 이후 자금을 확충하면서 올해 하반기 조선시대 마지막 포수 이야기를 다룬 '대호'에 150억원,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판도라'에 12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순제작비 100억원대 영화들은 그래도 한국영화시장 안에서 승부가 가능합니다. 마케팅 및 배급비용 15-20억 정도 써서 500만 관객을 노리는 것인데, 위 표에서 보듯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암살처럼 총제작비 220억원 영화는 한국 영화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손익분기점이 600만, 700만 관객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실패 리스크(risk)가 너무 큽니다. 실제 총제작비(순제작비+마케팅배급비) 200억원 이상의 영화들은 모두 이런 리스크 분산 기법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했습니다.

 '설국열차'의 경우 크리스 에반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해 한국 개봉 전 전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이 됐죠. 판권 수출로 순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회수했습니다. 덕분에 국내에선 700만명 정도가 손익분기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스터고'는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했지만, 중국 개봉 수익이 1억1285만 위안(우리돈 210여억 원) 정도였습니다. 중국 수익의 일부를 배급사인 쇼박스가 챙기면서 적자를 면했죠. 미국 배우들을 출연시켜 만든 '디워'도 한국 흥행 수익만큼 미국 DVD시장에서도 큰 수익을 올렸습니다.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한국 영화들을 바라보면 이제 한국 영화시장이 좁아 보입니다. 흥행 실패 위험을 줄이려면 국내 극장수입 이외의 수입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1)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며 부가판권시장을 키우던지, 2) 중국 개봉을 노리던지 3) 아니면 처음부터 외국 배우들을 기용해 글로벌 프로젝트로 가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암살의 경우 현재 중국에서 개봉 전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다가 항일운동 소재가 중국 영화팬들에게도 통할 듯합니다. 물론 낙관만은 할 수 없습니다. 2013년 초 중국에서 개봉한 '도둑들'(위 중국 포스터)은 2225만 위안, 우리돈 40억원의 초라한 성적을 올렸죠. 

도둑들의 절도 행위에 심기가 불편했던 중국 당국이 스크린 수를 제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 영화팬들 자체가 권선징악에 익숙해 영화에 흥미가 낮았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중국 본토에선 비슷한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도 개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암살이 한국 영화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을 할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나올 대작 한국 영화들은 단순히 한류 확산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업적으로 해외 영화팬들의 사랑도 함께 받아야 합니다. 영화제작 실력이 늘어난 만큼 더 큰 대작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영화산업에는 대작 영화들을 지원할 다양한 파이낸셜 기법이나 해외 진출 제도 등이 충분히 마련돼 있기 않습니다. 세계 7위에 걸맞은 다양한 영화 지원 제도의 발전을 기대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