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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色즉시공' 소림사 주지의 은밀한 이중생활

[월드리포트] '色즉시공' 소림사 주지의 은밀한 이중생활
색즉시공(色卽是空)!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한 구절로 형체를 뜻하는 ‘색’이 곧 헛것인 ‘공’이라는 뜻입니다. 즉, 현상세계의 색이 영원히 존재하는 실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혹에서 벗어나서 그 실상을 보고 집착을 버려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입니다.

요즘 중국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구는 핫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 선종의 본산이자 무술을 하는 무승들의 도량으로 유명한 허난성 쑹산 소림사(少林寺)의 주지(방장) 스융신(釋永信) 관련 스캔들입니다.
천년 고찰임에도 1928년 군벌에 의해 소실된 뒤 문화대혁명 기간에 다시 한 번 화재로 잿더미가 됐던 소림사는 1980년대 들어 더욱 쇠락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안휘성 출신의 한 소년(출가 전 본명 劉應成)이 출가와 함께 소림사로 찾아왔습니다.
영특함을 인정받은 젊은 스님은 34살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주지에 발탁됐습니다. 미국 MBA 출신의 스융신은 스스로 '소림 주식회사'의 CEO를 자처하며 철저한 경영 마인드로 소림사를 일약 상업 사찰로 탈바꿈시켰습니다. 2005년 디지털 사찰을 표방한 이후 주지 자신부터 노트북 등 각종 스마트 기기로 업무를 보기 시작했고 중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 제작과 활발한 SNS활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의 타고난 이재 능력이 더해지면서 소림사는 부흥의 날개를 달았습니다.

소림사의 상징인 무승단의 상품성을 적극 활용해 영화를 비롯한 각종 문화 컨텐츠 제작과 파생 수익 사업을 벌여 한 해 로열티 수입만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소림사에서 만들었다는 각종 차와 음식물, 기념품에 승복 등도 비싼 값에 팔았고, 심지어 소림 무술을 모티브로 한 온라인 게임도 출시하는 등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호주를 비롯한 6개국에 소림사 해외분원을 열었는가 하면 소림사 산하에 100개가 넘는 자회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해 150만 명이 소림사를 찾는데 1인당 입장료는 100위안, 우리 돈 1만 8천 원입니다. 이 가운데 30%가 소림사 몫인데 그 수입만 4천만 위안, 우리 돈으로 70억 원이 넘습니다.

재벌 기업 부럽지 않은 수익을 거두는 소림사의 최고 경영자 스융신에게도 반대 세력들이 생겨났습니다. 2010년을 전후해 스융신이 사적인 축재를 하고 여 신도들과 은밀한 교제를 하고 있다는 폭로도 잇따랐습니다. 그때마다 스융신은 근거없는 모함이라며 부인했고 소림사는 물론 중국불교협회 등에서도 스융신을 적극 옹호해줬습니다.

소림사로 인해 세수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허난성 정부는 물론 공안국도 기꺼이 방패막이가 돼 주었고 스융신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줬습니다. 이런 잡음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스융신은 일약 영국 여왕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명사들이 초청하고 교류하길 원하는 '셀러브러티'의 대열에 올랐습니다.

이제 불교계의 거성이 된 그에게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스융신은 더욱 광폭의 행보를 이어갔고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 전인대의 대표와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자리에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자신을 소림사의 제자라고 밝힌 고발자가 스융신의 방탕하고 탐욕스런 이중생활을 고발하는 투서를 언론과 SNS에 올리면서 스융신에게 최악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가 두 개의 호적과 두 개의 신분증을 갖고 세상의 눈을 피해 여러 명의 정부(情婦)를 두고 사실혼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딸과 아들을 하나씩을 두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부정하게 축재한 비자금 30억 달러를 미국과 독일에 몰래 숨겨 두고 호화 별장 등에 내연녀와 자식을 보내 살게 하고 있다는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폭로자는 스융신이 소림사에서 승려생활을 시작한 직후에 이미 공금 절도로 당시 주지 스님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한 바 있다고 주장하며 당시 징계 관련 서류들을 제시했습니다. 바늘 도둑이 어느새 소 도둑이 되어 수십억 달러의 공금을 빼돌려 남들 몰래 방탕한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부적절한 여성 편력과 관련한 폭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소림사 내에 기거하는 韓씨 성을 가진 여인은 스융신 친모의 생질녀로 10년 넘게 스융신과 부부 사이로 지내며 2009년 딸까지 출산했다며 이 여인의 신분증과 호적 사항 등을 제시했습니다. 한 여인 말고도 스융신에게 또 다른 젊은 아내가 있는데 그녀는 북경대 출신의 미모의 여인으로 스융신의 꾐에 빠져 농락당한 끝에 얼마 전 아들을 출산하고 독일에 있는 스융신의 비밀 별장에 살고 있다며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사실이라면 호색한, 색정남이 따로 없는 일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스융신과 소림사 측은 해명을 하고 나섰지만 워낙 비교적 구체적인 증거에 폭로자가 추가 폭로 자료를 쥐고 있다며 검찰과 공안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전과는 분명 다른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특히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진상을 꼭 밝혀야 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스융신의 평소 여성 편력을 보여주는 증빙 사진들이 사이버 공간에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러 온 매력적인 여성 언론인들이나 기도를 드리러 장기간 머무는 미모의 여신도들에게 그가 노골적으로 추근대고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폭로 내용대로 스융신이 정말 성직자로서의 계율을 어기고 부끄러운 짓들을 했다면 언제까지 구중 고찰의 높은 담벼락 뒤에 숨어 버틸 수는 없을 겁니다. 그가 은밀히 몰두해온 '색(色)'이 얼마나 공허한 것임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면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그가 수없이 되뇌이던 반야심경의 한 구절의 진정한 의미를 뼈저리게 경험하는 게 순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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