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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렌즈 직구 사이트가 '유해 사이트'?

[취재파일] 렌즈 직구 사이트가 '유해 사이트'?
  직구 열풍,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더 이상 '호갱님'이 되지 않겠다는 현명한 소비자 의식과 더불어, 빠르고 편리한 인터넷 환경까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는 직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세계 직구에서 한국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뽑아보면 그 수치가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꽤 많은 사이트들은 한국 소비자를 위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니 알 만 하지 않은가.

  나도 가끔은 직구족이 되고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무지 싸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며칠 전 노트북 가방이 필요해 국내 매장에 갔더니 25만 원이라고 했다. '신상'이라 세일도 안 한단다. 혹시나 해서 해외 사이트를 찾아봤더니 똑같은 가방의 가격이 120달러 정도다. 할인 쿠폰까지 적용하면 100달러가 되지 않는 가격에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배송이 최대 일주일이라니까, 아주 급하지만 않으면 아주 괜찮은 '딜'인 셈이다.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라,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하면 배송료가 무료인데다 직배송도 되고, 할인 쿠폰에, 세일까지 줄줄이 이어지니, 어찌 직구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옷과 가방은 물론이고, 전자제품, 비타민 같은 건강식품, 생활용품까지 직구로 살 수 있는 상품은 없는 게 없다. 심지어 콘택트 렌즈도 직구로 살 수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이 소식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눈이 나빠서 일회용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 번 쓰고 버리는 제품이다 보니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80개 들이(40일 사용) 1팩의 가격은 10만8천 원. 1년이면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눈'에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직구 사이트를 봤더니 같은 제품 90개 들이 1팩이 82달러 밖에 하지 않았다. 1년이면 656달러, 우리 돈으로 76만 원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25% 정도 저렴하다. 거기에 각종 혜택까지 받고 나면 최대 50%까지 절약할 수도 있겠다.

  이런 신세계를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어떤 사이트들이 있나 검색을 해봤더니, 이게 웬 걸. 렌즈 직구 사이트가 모두 '유해 사이트'로 지정이 되어서 직구가 불가능하단다. 그동안 렌즈를 직구 해오던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렌즈 직구가 '유해'하다는 것일까?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식품과 의료기기 등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다이어트 식품, 자양강장제 등이 모두 유해 식품으로 분류되어 인터넷 판매와 구매 모두 금지됐다는 소식은 여러 차례 접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콘택트 렌즈도 건강에 유해하기 때문에 금지가 된 것일까. 유해 식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등의 정보를 올려 놓는 식약청 홈페이지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렇다할 설명이 없다. 진짜 안 좋은건가, 걱정도 된다. 

  식약처 담당부서를 통해 설명을 들어봤다. 첫 번째 이유는, 허가받지 않은 렌즈의 인터넷 판매는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현행법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6항을 보면 '안경사는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안경업소에서만 판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안경사만이 렌즈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렌즈는 국내 안전기준 평가를 거치지 않았기에,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는 2014년 12월 6천여 곳의 렌즈 직구 사이트에 대한 유해 사이트 지정을 방송심의통신위원회에 요청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서 2015년 초 해당 사이트들이 모두 '유해 사이트'로 분류되어 렌즈 구매가 불가해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소비생활을 하는 직구족들은 직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른바 '우회 접속'을 통해 직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해가 되는 게 있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과 동일한 상표의 제품도 있고,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도 있으니 별 이상 없을 거라는 게 직구족들의 생각이다.

  현행법과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 누가 맞다,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나 돌아보면, 국내 렌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탓이다. 법도 존중하고, 소비자도 손해 보지 않게 하려면, 국내 렌즈 가격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가장 합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거품이 빠지면, 국내 검사를 통과한 렌즈를 '호갱님'이 되지 않고도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렌즈 값에 허리가 휘어지는 눈 나쁜 사람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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