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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빚 권하는 사회'는 막아야 하지만…

[취재파일] '빚 권하는 사회'는 막아야 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또 발표했습니다. 예전보다 대출받는 것을 까다롭게 하고, 처음부터 원금도 갚아 나가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모든 대출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주로 '집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규제 대상입니다.

● 상당히 강한 정책입니다. 그동안의 대출 관행을 뒤엎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10년, 20년 아무리 상환 기간이 길어도 한두 푼이 아닌 수억 원을 갚아나간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매월 몇 십만 원 내던 돈이 백만 원을 훌쩍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전세난에 떠밀려서 '억지로' 집을 산 사람들은 거치기간이 끝나 갈수록 막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혼부부들은 다시 반전세, 월세를 찾아다녀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옳은 방향입니다. "내 집 가격은 오를 것", "은행 갈아타면 되지" 이런 생각에 이자만 갚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지역별 호재 말고는 대세적인 부동산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집 한 채 덜렁 있는 고령층-베이비부머의 증가와 낮은 출산율 등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마냥 미룰 수는 없습니다. 이자만 내다가는 사랑스러운 '내 집'이 언제 시한폭탄으로 바뀔지 모릅니다. 대책을 내놓은 금융위원회 담당자는 "욕 먹을 각오했다. 하지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 빚을 떠안고 사는 구조는 바꿔야 하지만…

천백조 원에 달하는 부채는 정부가 진 것이 아닙니다. 가계부채입니다. 하지만 정부 탓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원론적으로 정부는 국민들이 빚을 많이 지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투기성 대출, 과잉 대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물론 현실은 원론과 다릅니다. 1년 전 정부는 LTV DTI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가장 손쉬운 경기 활성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하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던 부분이 많지만, 규제 완화와 맞물려 부채 '급증'이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돈 빌려 집 사라고 부채질하다가 1년 만에 많이 빌리지 말라고 물을 뿌리고 있으니 '오락가락'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당국도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대출의 질을 개선하는데 시기가 어디 따로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동감합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왜 진작하지 못했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잡고 금융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LTV, DTI 같은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금리 인상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출을 깐깐하게 하면서 DTI 규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내는 데만 그쳤습니다. 돈은 계속 빌려주겠지만 예전보다 쉽지 않게 그리고 적게 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고육지책'입니다.

분할상환,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내려가는 혜택이 있다지만 이번 대책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원금 상환은 꿈도 못 꾸는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소득이 늘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종 저소득층 지원대책, 경기 활성화 방안은 앞서 내놨으니 효과를 지켜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살림살이 나아졌단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파편적인 대책이 아닌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연계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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