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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마약에 포위됐는데 구멍은 많고…

'골든 트라이앵글', 우리말로 옮기면 '황금의 삼각지대'입니다. 태국 북부와 미얀마 서부, 라오스 북동부를 아우르는 지역입니다. 이름은 멋있습니다만 세계적인 아편 생산지입니다. 한때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헤로인의 80%가 이곳에서 공급됐습니다.

골든 트라이앵글 하면 따라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마약왕 쿤사'입니다. 중국계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국공 내전으로 미얀마로 밀려난 국민당군의 후예라고도 합니다. 쿤사는 한때 1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세계 마약계를 좌지우지했습니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골든 트라이앵글은 중국 윈난과 거의 딱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약의 상당량은 윈난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이곳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365일 24시간 마약과의 숨바꼭질이 벌어집니다.

중국 국경 수비대는 미얀마에서 오는 거의 모든 차량과 오토바이, 사람을 세우고 샅샅이 수색합니다. 하지만 마약을 숨기는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차량 트렁크를 개조하기도 하고, 범퍼에 공간을 만들어 숨기기도 합니다. 미얀마에서 오는 여성 관광객의 몸속 은밀한 곳에 숨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틀이 멀다 하고 마약을 적발하지만 들어오는 모든 마약을 걸러낸다고 아무도 자신하지 못합니다.

도로의 경비가 삼엄하다 보니 산악 지역을 이용해 국경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주둔하는 중국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마약 단속입니다. 산속의 아편 산지를 적발하고, 마약 밀수입 통로를 감시하고, 요소요소 저장고를 찾아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 붓습니다. 하지만 험준한 산악 지대이자 길고 복잡한 국경을 모두 완벽하게 지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요즘 중국이 마약과 관련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지역은 신장입니다. 바로 옆에 새롭게 세계 최고 아편 생산지로 떠오른 '황금의 초승달 지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 공급되는 헤로인의 90%를 이 지역에서 만듭니다.

'황금의 초승달 지대'는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를 키우는데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사 시대부터 아편을 생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역사도 깊은 데다 현재 이 지역의 치안은 전 세계에서 최악이다 보니 마약 생산의 천국이 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이란 북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마약 군벌이 지역 통치권을 틀어잡았습니다. 헤로인 생산이 해가 갈수록 늘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걱정하는 바는 마약의 생산과 유통을 통해 형성된 막대한 자금이 신장 위구르 무장 독립운동 단체에 흘러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 무장 경찰은 매일 같이 마약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황금'자가 붙은 지역들만큼 막대한 생산량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북한산 마약도 중국의 골칫거리입니다. 올해 3월 북-중 국경 무역의 중심지인 단둥에서 대규모로 북한산 마약을 유통시키던 일당 28명이 떼로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북한산 마약을 들여와 헤이룽장 등 동북 지역은 물론 멀리 광둥까지 유통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장 난 액정 TV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보내 수리하는 것처럼 꾸며 필로폰을 숨겨 들어오는 등의 수법을 주로 썼습니다. 워낙 북-중 사이의 무역 교역량이 많다 보니 모든 화물을 철저히 검사하기 어려운 점을 노렸습니다.사실 북한 입장에서 마약만큼 유혹적인 수출품은 없습니다.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데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고 수요는 거의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 당국이 마약 수출을 몰래 지원하거나 적어도 묵인, 방조하는 것 아니냐 의심할 만합니다.

따져보니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 가운데 중남미를 빼고는 모두 중국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막고 방어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더욱 난감한 점은 마약이 유입되는 구멍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거래하고 국제 특송을 통해 배달됩니다. 수입 화물에 숨겨 들여옵니다. 그 막대한 물량을 일일이 다 검사할 수 없는 노릇이라 중국의 고민이 깊습니다.

특히 합성마약의 종류가 날로 다양해지고 제조 기법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적한 곳의 화학 공장을 빌려 은밀히 만듭니다. 당국이 추적한다 싶으면 바로 다른 장소로 옮깁니다. 이런 숨바꼭질에 중국 당국은 쫓아가기조차 어렵습니다.

중국 내 광활한 산악 지역을 이용한 내부 생산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 한가운데 몰래 마약 농장과 공장을 차려놓고 생산과 유통을 합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이런 공장을 찾기 위해 요새 무인기를 부쩍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감시하고 찾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잡아도, 잡아도 또 나오고 생기는 게 꼭 어릴 때 하던 두더지 잡기 게임 같습니다.

중국 수뇌부의 마약 단속 의지는 추상같습니다. 중국 당국의 마약 단속에 대한 열의와 노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중국의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 수준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엄합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마약 시장입니다.

이런 아이러니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중국의 마약 관련 정책과 대책에 무슨 허점이 있는 것일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수요 측면을 지적합니다. 마약 공급을 막고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열 명이 한 도둑을 지킬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사회적 환경,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만 중국도 빠른 시간에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구성원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막중합니다. 사회는 경쟁과 능률, 효율성만 따지고 이를 보완할 여유와 휴식, 정신적 충족감 등은 뒷전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집니다. 특히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틀 속에 자본주의 요소를 잔뜩 뒤섞어 놓은 현실로 인해 구성원들의 정신적 혼란이 더욱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쉽게 기댈 수 있고 신속하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마약의 매력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잡고,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이를 감수할 만큼 수요가 크다보니 마약은 갈수록 범람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마약 대책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단속과 처벌을 넘어 좀 더 근원적인 치유법이 제시돼야 합니다. 굳이 마약을 찾지 않아도 되도록, 마약에 기대지 않아도 되도록,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정신적 위안이 필요합니다. 이는 최근 마약 청정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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