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한국·일본 롯데 모두 장악…사실상 승계

롯데그룹은 어제(16일) 오후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로, 이번 대표 선임으로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 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고 경영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일본에서도 받들게 됐다"며 사실상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음을 시사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 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포스트 신격호'의 경영권 승계를 확정짓게 됐다는 것입니다.

애초 롯데그룹의 후계자 구도는 '일본 롯데 신동주, 한국 롯데 신동빈'이었지만 작년 말 신동빈 원톱 체제로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12월 26일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롯데 부회장·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롯데아이스 이사 등 계열사 3곳 직위를 해임했습니다.

그는 올해 1월 8일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되면서 일본 롯데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도 잇따라 물러났습니다.

그는 3월 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배제된데 이어 롯데리아 주주총회에도 재선임 되지 못했습니다.

이에따라 신 전 부회장은 롯데상사, 롯데건설, 롯데리아의 경영권에서 배제됐습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차남이자 신 전 부회장의 동생인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그는 올해 3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등기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와 한국롯데그룹을 연결하는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만큼 등기이사 선임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전까지 호텔롯데 등기이사에는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만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지분 47%가량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입니다.

여기에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주식 8.83%, 롯데칠성 5.93%, 롯데제과 3.21%, 롯데리아 18.77%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이어 부산롯데호텔의 이사에도 선임됐습니다.

부산롯데호텔도 롯데리아 11.79%, 롯데캐피탈 11.47%, 롯데푸드 4.76%, 롯데쇼핑 0.78% 등의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동빈 독주체제'가 착착 정비되는 가운데 신 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동시 경영 가능성을 예고하는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린 '글로벌 식품 전략회의'에서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원 롯데, 원 리더(하나의 롯데, 하나의 지도자"라는 문구를 한국·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 대표에게 제시하고 "한국과 일본 롯데는 한 명의 리더 아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여기에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어제 공식적으로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까지 맡게 됨으로써 사실상 한일 양국 롯데그룹의 공동회장 격의 지위로 올라섰습니다.

이 같은 후계구도 결과가 나온 것은 신 총괄회장이 '실적주의'를 중시하고 강조했던 점과 연계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롯데를,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의 경영을 맡아 왔으나 실적은 극명하게 대비됐기 때문입니다.

2013년 기준 한국 롯데가 74개 계열사에 83조 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천억 원가량에 머물렀습니다.

또한 재계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면서 신 총괄회장에게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도 제기됐습니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모으며 지분율을 3.92%까지 높였습니다.

그 결과 5.34%를 보유한 신 회장과의 차이를 좁히며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비칠 소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 주식도 신 회장(13.46%)과 신 부회장(13.45%)간 차이가 0.01% 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