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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셰프 전성시대라지만…고단한 요리사들

[취재파일] 셰프 전성시대라지만…고단한 요리사들
그야말로 '셰프' 전성시대입니다. 요리 방송이 대세라고도 합니다. 셰프들이 등장해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누군가가 먹는 과정이 예능, 교양 프로그램의 형태로 포장돼 줄줄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요리연구가가 등장해 조리방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주기만 하는 과거 방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조리법을 알려주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만큼, 요리사 이미지도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요리사들은 그야말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하기도 하고, SNS에 올린 말 한마디, 가족 사진 한장이 온라인에서 기사화되기도 합니다. 요리사들에 대한 호감을 짐작할 수 있는 말, ‘요.섹.남’ (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죠.

 하지만, 예능에서 보여주는 요리사들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가공된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 생활이 배제된 특정 상황에서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예능이 알려주지 않는 요리사의 삶을 조금 들여다봤습니다.

우선, 최근 흔히 사용되는 단어로 ‘셰프’가 있습니다. 셰프도 요리사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셰프는 주방을 지휘하는 요리사들의 수장격 입니다. 주방에는 셰프가 아닌 요리사들이 더 많습니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7개월째 일하고 있는 한 20대 요리사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26살 정세준씨는 강서구에서 자취를 합니다. 군대에서 요리사의 꿈을 가지게 됐다는 정씨. 기상시간 쯤 찾아간 정씨의 방 책상에는 요리 서적과, 전문 용어를 필기한 노트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머리맡에는 유명 셰프의 저서가 놓여져 있습니다.

6시쯤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합니다. 아침 식사는 보통 거릅니다. 자취를 하고 있는데, 집에는 요리 재료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치된 조미료 역시, 보통의 대학생 자취방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동행한 날은 우유를 가볍게 한잔 마셨습니다.

7시쯤 집에서 출발합니다. 전철을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강남의 레스토랑으로 출근을 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소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정씨 담당이 뜨거운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불 앞에 선채로 계속 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중간중감 잠시 앉아 쉴 수는 있습니다만, 일의 특성상 거의 일과 시간을 선채로 보내야합니다.

이날 점심시간은 오후 3시 반쯤 찾아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즐기는 시간에는 당연히 일을 해야 합니다. 2시쯤부터 점심을 먹기로 돼 있지만. 늦게까지 점심을 즐기는 손님이 있을 수 있어서 상황은 유동적입니다. 점심메뉴는 인근에서 배달돼 온 백반입니다.

오후 시간도 비슷합니다. 이날 퇴근은 열시 반쯤에서야 가능했습니다. 평소보다 늦었습니다. 이렇게 주 4일을 일하고 받는 연봉은 2천만 원 정도입니다. 최근까지 주 5일 근무였는데, 이달부터 연봉의 큰 변화 없이 주 4일로 변경됐다고 합니다.

  14시간을 거의 서서 일하는 고된 근무였지만, 정씨는 표정은 밝은 편이었습니다. 비슷한 경력의 셰프 지망생들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자신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고,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자주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정씨의 설명이었습니다. 정씨는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15년 정도 더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요리사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요리사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서 셰프들을 비롯해 요식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실제로 정씨보다 훨씬 열악한 근무 환경이 적지 않았습니다.

“첫해에 주 5일제로 일한다면 보통 140, 150만원을 받아요. 한 달에. 이직률이 상상을 초월할 거예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다 힘드니까요. 남들 쉴 때도 일하고, 남들 일할 때도 일해야 하는 게 이 직업입니다“
- 20년 경력의 셰프

“복지나 이런 부분도 (보장받기가) 힘들거든요. (지인이 취업한 업장에서는) 쉬는 시간도 없었고, 밥을 제공해주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장사가 안 된다고 (쉴 수 있는) 의자까지 뺏어버렸어요. 그래서 그만뒀죠.”
- 5년 경력의 셰프

상황이 이런 만큼,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 요리사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답변이었습니다. 요식업계 구인구직 사이트의 구직란을 보면 대부분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가 기본인 게 사실입니다. 4대 보험이 적용 안 되는 곳은 부지기수죠.

물론, 요리업계의 근무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 포천이 2015년 최악의 직업을 소개했는데, 요리사가 4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주방 내 폭력’ 문제가 논란이 돼 기사화된 바 있습니다. 
▶ "미국 최악 직업은 신문기자…최고 직업은 보험계리사"
▶ 프랑스 일류 요리사들, 주방 내 폭력 없애기 나서


본격적인 요리 방송의 인기에 앞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바 있는 이른바 1세대 셰프, 에드워드권은 아마도 가장 배고픈 직업 중 하나가 요리사일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식사를 위해 일하다보니, 정작 요리사는 하루에 한끼 챙겨 먹기도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야~ 셰프? 주방장?’ 돈 많이 벌잖아‘ 하시는데 정말 아니거든요. 굉장히 힘들고 고된 직업입니다. 그 이면의 모습을 보시지 않기 때무에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게 있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공된 화려하고 멋지고, 유쾌한 ‘요섹남’의 모습도 요리사의 한 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요리사들의 생활 이면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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