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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진리 일깨우는 할아버지의 편지 28통

앨런 맥팔레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류학 교수다.

1971년부터 재직하며 20권 이상의 책을 냈고, 영국 학술원의 특별회원 자격도 얻었다.

그러나 손녀딸 릴리에게는 '아야바야'란 애칭으로 불리는 할아버지일 뿐이다.

어느날 맥팔레인은 사랑하는 손녀딸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존재와 관계, 세상에 대한 각각의 주제를 담은 28통의 편지를 단행본으로 엮은 '릴리에게, 할아버지가'가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번역 출간됐다.

자와할랄 네루가 외동딸 인디라 간디에게 쓴 편지를 모은 '세계사편력'처럼, 이 책은 릴리뿐 아니라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이 시대 지성인의 성찰을 담고 있다.

"릴리야, 할아버지는 네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다. (중략) 내가 영원히 네 곁에 있지 못할 것이므로 지금 네게 편지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했다." (10쪽, 프롤로그) 노 교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 가족, 우정, 사랑과 결혼 등 관계의 문제, 나아가 세상을 엮어나가는 다양한 현상들이 갖는 의미와 문제점들을 알기 쉬운 대화체로 풀어냈다.

편견을 두지 않는 솔직한 가르침에 우선 눈길이 간다.

"성에 대해 반여성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 보수적인 기독교 문명의 잔재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독교는 성을 여전히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인간은 성적 동물이며, 인간의 생존은 성관계에 달려 있고, 성관계는 분명 즐거운 일이란다." (97쪽, 섹스) 인간의 이중성과 부족함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날카로운 지성을 엿보게 한다.

"네가 만약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입장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방문객은 인간이란 대단히 혼란스러운 존재라고 결론지을지 모르지. 인간은 실제로는 동물에 불과하면서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거든.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협력하지만 이기적인 게 바로 인간이다." (9쪽, 프롤로그) 노교수는 이어 관료제의 문제점, 종교와 돈, 시간의 의미, 민주주의의 허구성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날카로우면서도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끝 부분에 제시한 추천도서 목록은 저자가 직접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을 선별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추천도서 목록과는 차별화된다.

마지막 편지글을 담은 에필로그는 인간의 모순된 속성과 삶의 조건을 예리하게 파헤친 '백미'다.

이근영 옮김.

364쪽.

1만4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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