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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금 안 주고, 최저임금은 더 안 주는 나라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사상 최대'

[취재파일] 임금 안 주고, 최저임금은 더 안 주는 나라
내년부터 최저임금은 6,030원입니다. 올해보다 8.1% 올랐습니다. 지난 해보다 높은 폭으로 올랐다고 홍보도 됐습니다. 내년부턴 최저임금을 시급뿐 아니라 월급으로도 표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생들도 주말 휴일수당을 챙길 수 있다는 겁니다. 잠시 덧붙이자면 주말 휴일수당은 ‘원래’ 챙겨줘야 하는 겁니다. 근로기준법상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겐 의무적으로 챙겨줘야 합니다. 관행적으로 안 지켜지던 걸 명문화하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얼마를 줄 것인가’보단 ‘정말 줄 것인가’입니다.

먼저 올해 취재한 노동자 관련 뉴스중에 ‘최대’라고 불렸던 것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 초단시간 노동자 사상 최대

근로기준법상 주말 휴일수당을 챙겨줘야 하는 기준은 ‘최소’ 1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15시간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지난 2월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통계 기준상 초단시간 노동자는 18시간을 밑도는 노동자를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15시간 미만 노동자가 대부분입니다.

한 수도권의 초등학교 다문화 강사가 그랬습니다. 교육청의 예산 감축으로 근무시간을 줄였다고 했습니다. 하루에 2시간 아래로 근무시간을 제한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해봤자 14시간입니다. 임금도 절반, 4대 보험혜택도 중단됐습니다. ‘주지 않으려고’ 만든 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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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불 임금 규모 2009년 이후 최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 체불이 치솟았던 적이 있습니다. 2009년입니다. 지난 해는 그 때 이후 임금체불 규모가 최대였습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못 받는 노동자는 29만 3천 명이었습니다. 노동자 한 명당 못 받은 돈은 451만 원, 합하면 1조 3천억 원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랜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경영악화 영향이 영세 영업장에 집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떼먹는 업주입니다.

경북 구미의 금형 제조업체 업주가 그랬습니다. 이 업주가 체불한 임금은 5억 5천만 원.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들은 샤워하다가 가족 몰래 울고, 친구도 피해 다녔습니다. 누구는 매월 부모님께 보내던 용돈을 끊기 어려워 친구네 집에 얹혀살았고 누구는 아내 수술까지 미루면서 고통을 참아야 했습니다. ‘주지 않아서’ 생기는 고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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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사상 최대
올해 3월 기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는 232만 명입니다. 사상 최대입니다. 전체 노동자가 1천879만 명이라고 하니, 8명 중에 1명(12.4%)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는 청년층과 노년층, 학력별로 보면 대학생에 집중됐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은 같은 얘기를 합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면 이른바 ‘수습’기간을 거칩니다. 사실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익혀지는 업무인데 시급만 최저임금 아래로 받습니다. 고된 업무로 힘들어 그만두기라도 하면 업주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 또 ‘수습’ 급여를 주면 됩니다. ‘제대로 주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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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들은 어떤 처벌을 받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처벌을 안 받습니다. 임금체불로 형사 처벌을 받는 업주는 1년에 열 명 정돕니다. 매년12명, 13명 정도가 형사처벌을 받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못 지키는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3년동안 사법 처리한 건수는 34건입니다. 1만 6천건의 위반 건수중 34건을 사법처리했습니다.
임금체불을 해도,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해도 ‘시정조치’를 하면 잘 끝납니다. 사업주 입장에서 잘 끝납니다. 사업주 입장에선 돈을 안주다가 적발되면 그때 돈을 줘도 됩니다. ‘시정조치’가 되면 통상 법적인 제재를 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도 가장 중요한건 돈을 돌려주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처벌이 없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일일이 다 처벌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제가 만난 근로감독관 말을 인용하자면, 임금체불은 보통 노동자들이 참다 참다 못 참아서 고발해 적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일이 다 적발해 처벌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시정조치’하면 잘 끝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노동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게 근로감독관입니다. 현재 1천4백명 정도 있습니다. 감독관 한 명이 1천7백여 개의 사업체, 1만 5천 명의 노동자를 담당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근로감독관은 업무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기회만 되면 다른 곳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일하던 근로감독관들도 얼마 못 버티고 나갔다고 합니다. 의욕을 갖고 적발해도 법적 제재가 없으니 더 힘이 빠질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임금은 안 주고, 최저임금은 더 안주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안 주는 수치’는 사상 최대를 가리키고 있지만, 처벌할 수 있는 여건도 처벌 수위도 밑바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체불에 1년에 업주 10명 정도 형사 처벌한다는 사실은 허탈감마저 줍니다. ‘얼마나 줄지’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정말 주도록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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