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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토막난 요우커, 시장이 직접 나선다는데…

[취재파일] 반토막난 요우커, 시장이 직접 나선다는데…
"명동에 갔더니, 호객하는 사람들이 중국어가 아니라 한국말로 하더라구요"
최근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는데, 이 말을 함께 듣던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난감해 보였습니다.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명동에서 상인들이 한국말로 호객을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일이 되버린 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린 명동 상권의 현실을 다 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명동 뿐 아니라 관광 서울의 현실을 어떨까요?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니, 올 6월말 한국방문을 취소한 단체 관광객은 13만622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72%가 중화권 관광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 1)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로 인한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지난해 6월에 비해 올해 6월의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표 2)
출처: 한국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업계 중 특히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업계 손실액은 무려 60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표 3)
상황이 이런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서울시가 관광시장 부활을 선언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관광본부장'을 자임하며 직접 뛰겠다고 나선겁니다. 박 시장에게는 지난 1일 민선 6기 시장 1년 기자 회견때 밝힌 '민생과 경제 살리기' 첫번째 시험대인 셈입니다.

우선 박 시장은 다음달 초에 중국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을 찾아가 관광 세일즈를 할 계획입니다. 서울시장이 직접 중국을 찾아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관광을 호소할 예정이고, 중화권 관광객이 회복될 때까지 동남아 국가에도 2차, 3차 관광세일즈를 진행할 거라고 합니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인기가 높은 런닝맨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명동에서 촬영하도록 하고, 중국 프로그램의 서울 촬영도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박 시장이 본인이 외국인 관광객 가이드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는 걸 보니 서울 관광시장 부활을 위한 마음은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을 듯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번 서울시의 관광시장 부활 프로젝트에 뭔가 빠진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뭘까요? 한국 관광의 현실을 되짚어 봅니다. 메르스 사태 이전의 한국 관광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겁니까? 메르스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한국 관광 상품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겁니까?

사실 메르스 사태 이전에도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관광상품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관광객들의 답변도 매우 적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항에서부터 시작되는 택시들의 터무니 없는 바가지 요금, 비빔밥 두 그릇을 20만원에 판매하다 적발된 식당, 말도 안되는 저가로 일단 관광객을 유치해놓고 쇼핑센터를 방문해 강매를 요구하는 여행 일정 등등 일일이 내용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이런 저질의 관광상품이 점차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관광 한국의 이미지는 계속 추락해가고 있었던 게 현실입니다.

서울관광 부활을 위한 대책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빠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모든 걸 메르스 때문이라고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책임을 메르스에게만 떠넘기면  어쩌면 그 메르스는 억울해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몇일 전 오찬장에서 만난 박원순 시장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울관광 부활 대책 내용에는 박 시장의 이런 생각까지는 반영이 되지 않은 듯 합니다. 부디 후속 대책 마련이 진행되고 있길 바랍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쇠뿔도 단 김에 빼야 한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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