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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흑인 사회 우상' 빌 코스비의 두 얼굴

미국 중산층 흑인 가정의 행복한 일상을 담은 편안한 시트콤 '코스비 가족', 당시 미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돼 인종적 편견을 깨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적이면서 가정적인 아버지로 출연한 빌 코스비는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합니다.

50년 동안 미국의 대표 코미디언이자 흑인 사회의 우상으로 살아온 그가 77살에 심각한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노(No)는 거절을 뜻합니다. 연쇄 성폭행범은 당장 떠나라.]

3, 40년 전 젊은 시절의 빌 코스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터져 나온 것입니다.

피해 여성은 20명을 넘었는데 상당수가 당시 어린 연예인 지망생들로 약을 탄 음료를 먹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제 47살이 된 인기 모델 출신 여성도 10대 시절에 당한 상처를 공개했습니다.

[바바라 보먼 : 당시 모두가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어요. 나는 그를 아버지처럼 생각했죠.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에 한 피해 여성이 제기한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상당수 피해자들은 무명의 약자보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코스비 편을 드는 세태에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크게 확산된 SNS를 통해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비는 수많은 질문에도 계속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방송 진행자 : 제기된 모든 의혹들에 대해 답변 안 하실 겁니까? ]

[빌 코스비 : 누군가 그런 질문을 하라고 시킨 겁니까? 그런 의도에 말려들 수는 없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미 NBC 방송은 코스비 주연의 연속극 방영을 취소했고 대학들도 그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없애고 자문위원에서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2005년에 같은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던 코스비가 여성과의 성관계를 위해 진정제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던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당시 피해여성과 합의에 이르면서 비공개로 묻혔던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아직 빌 코스비 측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50년 동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왕성한 장학사업과 통 큰 기부로 큰 존경을 받았던 원로 스타의 두 얼굴에 미국인들의 충격은 크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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