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정은 용인술,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 '하수'

김정은 용인술,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 '하수'
독재정권은 보통 공포를 통치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체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3대로 이어지는 이들 지도자의 '공포정치'는 정치적 성격이나 스타일, 권력 핵심층에 미치는 후유증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은 숙청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집권세력으로 만들고 1인독재 체제를 강화했다면 김정은의 숙청은 스스로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시로 휘두르는 숙청의 칼날은 일반 주민이 아닌 권력 핵심층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집권 이후 지난 3년6개월간 북한 체제의 근간인 군부와 노동당의 고위 핵심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습니다.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처형했고 고모인 김경희 마저 장성택 처형 이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초대 군 총참모장이었던 리영호,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곁에서 체제 안정과 '업적 쌓기'를 주도했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등 중상층부 핵심들이 줄줄이 사라졌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포를 통해 권력을 다지려는 것이겠지만, 정작 정치적 세력의 주축이 될 핵심들을 제거함으로써 스스로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핵심인사들 역시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릅니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숙청된 인사들을 지켜보면서 북한 권력층 내에서는 불안과 동요,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안팎의 분석입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 권력 상층부 가운데 자기 보신 행태가 많이 늘어 책임자가 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많은 간부들이 공포정치에 떨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는 최고지도자로서의 용인술과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하지도, 교육도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는 일인 절대 독재체제가 구축된 김정일 정권에서 김정일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일반인과 철저히 차단된 채 모든 사람이 떠받드는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20대의 어린 나이에 최고 권좌에 앉다보니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절대 권력자의 절대 권력만을 절대시하면서 숙청을 휘두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도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김정일은 김정은과 달리 정치적 고초를 겪으면서 세력을 구축하고 측근정치로 철권통치를 유지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졸업 이후 1964년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되기 이전에는 당시 위세를 떨치던 계모 김성애와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이런 시련 속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인간관계와 의리를 중시했고 측근들에 대한 각별한 신임으로 권력층의 결집을 이뤘습니다.

설사 측근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잠시 처벌기간을 거친 뒤 재신임하는 방식으로 감동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일 체제에서 권력층은 김정일 곁으로 다가가기 위한 치열한 충성경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 소식통은 "김정일은 겉으로는 김일성의 아들이어서 호강하며 큰 것 같지만, 실제는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웠고 이것이 훗날 통치에 좋은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북한 같은 독재체제에서 권력층이 충성심으로 뭉치면 체제는 굳건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광복 이후 정권을 잡은 김일성 주석도 1960년대 말까지 소련파, 연안파, 남로당 출신 등 수많은 정치적 반대파를 가차없이 숙청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숙청은 자신과 자신의 빨치산 세력에 대항하는 반대파에 대한 숙청이어서 오히려 권력 장악에 기여했고 이를 기반으로 일인 독재체제를 완벽히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3대 세습을 거치면서 김일성·김정일 체제의 근간이었던 권력층의 결집과 충성심은 김정은 체제에서 생존을 위한 면종복배로 바뀌고 공동운명체 의식도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서 권력 핵심층은 최고지도자와 운명 공동체이고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지키는 게 살길이라고 인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김정은 정권에서 자행되는 공포정치로 권력 핵심층의 인식에 변화가 오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가 체제 기반을 흔드는 잠재적 요인이 될지언정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