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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구협회의 황당한 '중계권 계약' 추진

지난 1일 대한야구협회 이사회에서는 ‘아마야구 중계권 계약’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박상희 회장의 당선에 앞장섰던 O이사가 추진한 계약 건이자, 박 회장의 취임 후 첫 사업이어서 관심은 컸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중계권 계약의 주요 골자는 “초중고, 대학 야구까지 모든 대회 중계권을 1년 1억 원씩 10년(2015년~2024년) 10억 원을 받기로 하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회사인 A사에게 넘긴다.”는 것입니다.


O이사는 예전부터 "돈 버는 대한야구협회를 만들겠다"며 “중계권을 비롯한 마케팅 권리 판매로 10년간 120억 원의 계약을 맺겠다.“고 큰 소리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10분의 1도 안 되는 10년 10억 계약을 내놓으면서 “이제 아마야구도 중계권을 파는 시대가 됐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시 이사회에서 공개된 계약서를 입수해 들여다봤더니, 사실상 1년 1억 원도 안 되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황당 계약’이었습니다. 일부 이사들의 반발로 계약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계약을 왜 추진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계약 내용을 조목조목 들여다보겠습니다.

● 중계권에 취재권까지…퍼주기식 무한 권리 계약

대한야구협회가 넘겨주는 권리는 중계권은 물론 방송사의 ENG 취재권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방송 취재까지 막을 수 있는 권리를 준 겁니다. 또 국내외 모든 매체의 방송과 공공지역에서 방영(Public Exhibition)하는 권리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전국대회(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대통령배) 중계권마저 넘겨준다는 겁니다. 주최 언론사의 계열 종편 TV (TV 조선, JTBC, 채널A)에서 대회를 중계하려면 A사로부터 중계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주인 허락도 없이 물건을 팔아 먹는 셈입니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습니다.

● 숙박에 식비까지…제작지원 계약?

대한야구협회는 무한 권리를 주면서 전폭적인 제작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별도의 스폰서를 유치할 경우 중계방송 제작 지원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중계방송에 필요한 현장 스텝을 위한 숙소 및 식사 등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고 돼 있습니다. 구인광고를 연상시키는 ‘숙식제공’ 항목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제반사항은 뭘 염두해둔 걸까요? 제반사항으로도 모자라 ‘제작비 지원에 대해 별도로 협의한다‘고도 했습니다. 중계권료를 받는 계약인지 제작지원금을 주는 계약인지 모호할 정돕니다.
 
권리는 퍼주고 의무만 떠안는 비합리적인 계약입니다.

● ‘중계권 계약건‘은 O이사 연임용?

앞서 얘기한 대로 이 계약 안은 일부 이사들의 반발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이사들은 “어차피 하나마나한 계약인데다가 대한야구협회에게 굴욕감만 안기는 계약”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계약을 추진한 O이사는 왜 이 ‘굴욕 계약’을 추진했을까요?

O이사는 지금까지 무리한 업무추진과 잦은 ‘말바꾸기’로 야구인들 사이에서 신임을 많이 잃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박상희 회장의 선거운동을 도와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O이사가 부각되면서 야구협회 대의원들이 우려를 표명하자, 박 회장은 “당선되면 O이사를 중용하지 않겠다.”며 약속했고, 박 회장 당선 이후 O이사도 “박 회장에게 사표를 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O이사는 이번 이사회에서 상임이사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재신임됐습니다. 일부 이사들이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박상희 회장은 “중계권 계약 업무의 연속성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재신임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렇게 O이사는 많은 야구인들의 우려 대로 박 회장 옆을 지키게 됐습니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같습니다.

어쩌면 박 회장도, O이사도 이 ‘중계권 계약‘이 무산될 거라는 걸을 알았을 지도 모릅니다.

● '돈벌이' 하려다 6,000만 원 떠안은 야구협회

대한야구협회와 계약하기로 했던 A사 관계자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한 달 전쯤 O이사가 전화를 해서 중계권 얘기를 꺼냈습니다. 1년에 1억 원씩 10년간 계약할 테니 일단 봉황대기 중계부터 해달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그 전부터 아마야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O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였죠. 사실 협상을 한 것도 없고, 거의 O이사가 준비한 대로 계약하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이후 O이사가 중계권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더라고요. 그러다가 또 '계약이 곧 할 거니까 황금사자기도 중계를 해달라'고 했어요. 또 했죠.   

아마추어 야구대회에 중계권료를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돈을 받고 중계하는 게 현실이죠. 저희가 이번 계약에 응했던 것은 아마추어 야구를 지원한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용만 당하다가 뒤통수 맞은 거죠. 선거전에 이용하기 위해서 중계권을 꺼내든 건 아닐까요?”


A사는 앞으로 대한야구협회와 “중계권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봉황대기와 황금사자기 중계에 소요된 제작비 6,000만 원을 대한야구협회에 청구했습니다. 대한야구협회는 O이사의 어설픈 일처리로 ‘돈벌이‘는 고사하고 6,000만 원만 떠안게 됐습니다.

박상희 회장은 “중계권 협상을 위해 TF팀을 만들어 계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TF팀은 O이사가 이끌게 됩니다. 그런데 더욱 입지가 좁아진 O이사가 더 나은 계약안을 들고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O이사 업무의 연속성만 쭉~ 이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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