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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메르스에 백기 든 삼성서울병원

[취재파일] 메르스에 백기 든 삼성서울병원
자칭 초일류를 내세우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끝내 두 손을 들었습니다. 국내에서 메르스 첫 환자가 나온지 43일 만이고, 병원 한 간부가 지난11일 국회 답변에서 “국가가 뚫린것이지, 삼성서울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다”고 말한지 3주 만입니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환자분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국민께 사죄까지 한 마당이어서 삼성서울병원으로서는 참담하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심정일 것입니다. 첫 번째 환자를 메르스로 진단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백기를 든 사실도 아이러니 합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메르스의 침투경로를 되짚어 보면 불행의 씨앗을 키운 것은 병원감염관리체계의 허술함에 있었습니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찾아낸 뒤 일주일만에 14번째 감염자가 응급실로 들어왔지만 아무도 메르스로 의심을 하지 않고 이틀간 격리없이 방치했습니다. 기침이 심하고 폐렴증상을 보였음에도 메르스로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메르스 의심증상은 기침, 고열, 폐렴인데도 불구하고, 또 첫 번째 환자를 찾아낸 경험도 있었지만 14번째 감염자 진료과정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밝힌 초기 역학조사도 부실했습니다. 14번째 확진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 대부분 응급실내 세 구역에 머물렀다고 설명했지만 뒤이어 공개된 CCTV는 이 주장을 뒤집고, 새로운 증거를 내놓았습니다. 응급실에 들어온 14번째 환자는 5월27일 오후 3시10분부터 20분까지, 또 오후 6시 5분부터 47분까지 두 차례나 응급실 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다녀오고,영상의학과 접수 데스크 근처를 돌아다닌 사실이 CCTV를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CCTV는 알고 있었는데 병원직원들은 몰랐고, CCTV조사도 늦다보니 방역대책은 또 허술했습니다. 이 틈을 타 메르스 바이러스는 응급실외 병원 주변을 오염시켜 응급실에 가지않고 외래진료를 다녀온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까지 침투한 것입니다. 최대한 넓고 촘촘하게 짜야 할 방역그물은 구멍이 숭숭 뚫려 급기야 환자를 병실과 검사실로 옮겨주는 이송요원까지 메르스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14일 부분폐쇄를 결정하고, 신규외래와 응급실진료를 중단했지만 메르스 바이러스를 종식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또 의료진의 보호구를 소위 우주인 복장으로 통하는 레벨D급으로 올려 지급하고, 총리실에서는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방역관리점검단을 삼성서울병원에 상주시키며 메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이것마저도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6월27일부터 30일까지 4일째 메르스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던 기록이 지난1일, 2일 연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 깨진 것입니다. 메르스에 감염된 두 분 다 중환자실에서 확진환자를 돌봤던 간호사입니다. 당연히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보건당국은 보호구를 착용하고 벗고 하는 과정에서 부주의가 있었는 지 등을 포함해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지금까지 모두12명입니다. 이송요원과 안전요원까지 포함하면 14명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6명의 의료진은 14번째 환자로부터 응급실 구역에서 감염됐고, 나머지 4명은 안전요원을 보살피던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입니다.

메르스에 감염된 전체 의료진(의사,간호사,방사선사) 24명 중 딱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유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의 감염이 많았던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자세한 원인은 역학조사결과 나오겠지만 메르스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보호구 착용부터 사후 위생관리 등에서 다른 병원 의료진보다 철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90번째 환자에게 응급실, 중환자실이 뚫려 제3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을지대병원에서는 2주간의 코호트 격리동안 환자는 물론 37명의 간호사중 단 한 명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고 안전하게 방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4일간 격리에서 풀려난 한 간호사는 철저하게 보호구를 갖춰 입고, 꼼꼼하게 손 씻기를 반복한 덕분인 것 같다고 메르스를 퇴치한 비결을 소개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3일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메르스 환자 15명중 12명을 국립의료원 등 두곳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3명중 1명은 곧 퇴원 할 것이고, 2명은 기저질환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고 합니다.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된 의료진 900명에 대한 전수조사도 시작됐습니다.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경우라도 유전자검사에서 메르스로 확진되는 사례가 있어서 환자들을 돌봐야할 의료진들이기에 모두 메르스 검사를 실시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또 몇 명의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자로 나올 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최근 확진자로 판정된 간호사 두 명으로 인한 추가 감염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병원부분 폐쇄에 이어 메르스환자 타병원 전원, 의료진 전수조사까지 대책이 줄을 잇고 있지만 잠복기를 감안해 앞으로 수 주 동안은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불씨에 대한 걱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晩時之歎입니다.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방심하고 자만하다 무참하게 당한 것입니다. 쓰라린 패배를 했지만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Back to Basics’에 삼성서울병원이 다시 일어설 길이 있고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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