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약속 못 지킨 이재용, 보호대상이 된 의료진

[취재파일] 약속 못 지킨 이재용, 보호대상이 된 의료진
●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 약속 못 지킨 이재용 부회장
"사과 드립니다.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렇게 공식 사과한 건 6월 23일, 메르스 발생 한 달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이날은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 시한인 24일 바로 전날이기도 했다. 추가 환자가 계속 나오면서 부분폐쇄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였고, 실제로 무기한 연장됐다. 이 부회장의 사과에 대해서는 잘 했다는 여론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던 약속은 못 지키게 됐다.

● 확진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유는..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이던 확진자 대부분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퇴원 예정인 확진자 1명과, 메르스는 완치돼 음성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기저질환 치료가 필요한 2명을 제외한 12명이 대상이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격리 치료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메르스 확진자 치료는, 확진자를 잘 치료해 완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확진자로 인한 추가 감염을 막는 것도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은 후자 쪽에서 낙제점 수준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사람은 7월 3일 현재 89명이다. 전체 확진 환자 184명 중 48.4%에 이른다. 이중에서 의료진과 병원종사자는 14명이다. 35번과 62번, 138번, 169번, 181번 이렇게 의사 5명과, 60번, 78번, 79번, 164번, 183번, 184번 간호사 6명, 162번 방사선사 1명, 135번 안전요원 1명, 137번 이송요원 1명이다. 또 여기서 162번, 164번, 169번, 181번, 183번, 184번 6명은 일반 확진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된 의료진이다. 확진자를 격리치료해놓고 정작 이를 돌보던 의료진이 잇따라 감염된 것이다.

의료진 감염이 계속 나와서 당국이 보호 수준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도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 의료진 보호를 위해서라도, 더는 확진자 치료를 삼성에 맡길 수 없다는 게 이번 확진자 전원 조치의 진짜 의미다.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계속 감염된다면 이에 대한 조치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만 의료진 감염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는 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보호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황당한 상황이다.

● 메르스를 우습게 봤던 걸까?

삼성서울병원 측은, 의료진 감염이 계속 나온 것과 관련해 격리치료 중인 환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삼성병원엔, 확진자는 최대 25명까지, 전원 조치가 결정되기 직전엔 15명의 확진자가 있었다.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 중인 병원 중에서 가장 많다. 또 확진자에 준해서 관리해야 하는 의심환자도 다수 있었다.

한 달 넘게 메르스 사태가 진행되면서 의료진을 비롯한 직원 피로도도 높아졌다. 과노동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도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압병실이 없기 때문에 이동식 음압기로 임시로 음압 상태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메르스 확진자와 의심환자만 집중 치료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등 다른 병원에선 확진자 치료 중에 감염된 의료진이 거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빅 5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과 이름값에서는 비교 대상이 아닌 병원들이었는데도 그랬다.

감염된 의료진 중 일부는 삼성 측의 설명과는 달리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 감염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걸까, 아니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우습게 봤던 걸까. 지금 상황은 삼성서울병원이 고개 들고 항변하기 힘들게 됐다.

● "국가 뚫렸다"고 했지만 삼성도 뚫렸다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응급실에 방치해 무수한 감염자가 나왔던 건 정보 공개를 늦게 했던 정부 탓이 크다. 그래서 삼성병원의 한 과장은 "국가가 뚫렸다"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확진자를 진료한 의료진이 계속 감염되고 있는 건 정부 책임보다는 삼성 탓이 크다.

보건당국은 확진자 진료에 참여했던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 900명을 전부 검사해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개인보호구 착용법을 다시 교육했다. 감염 우려 속에서, 실제로 감염이 되면서 고생했던 삼성 의료진이 계속 메르스 감염의 피해자가 되는 것, 그리고 진정세라던 메르스가 다시 확산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고 있다. 

▶ 삼성, 치료 책임진다더니…결국 다른 병원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