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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한국인 며느리 앞에 무릎 꿇은 일본 시어머니

* 대담 : SBS 도쿄 김승필 특파원

▷ 한수진/사회자: 

글로벌 뉴스 일본 도쿄 연결합니다. 김승필 특파원!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도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 어머니의 집념이 자신의 딸을 살해한 흉악범을 교수대에 세운 사연에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7년 8월 24일 밤 10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귀갓길 31살 여성이 3인조 강도에게 납치됐습니다. 범인들은 피해여성으로부터 6만 2천 엔의 현금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살려달라'는 여성의 애원을 무시하고 여성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왔던 '모녀 가정'의 효녀였습니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이때부터 법원의 사형 판결과 집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자기 딸을 살해한 범인에게 극형을 내리기 위해 엄마가 직접 나선 것이군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피해 여성의 어머니 이소가이 후미코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범인에게 극형을 내려야 한다.'라는 수기를 언론에 직접 기고하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단 1개월 만에 시민 10만 명의 서명이 모였고, 2008년 말 서명 숫자는 30만 명을 넘었습니다. 2009년 3월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범인 2명에게는 사형, 범행 후 자수한 1명에게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때 사설을 통해 '피해자가 1명이라는 점에서 사형판결은 이례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흉악범을 극형에 내려야 한다는 어머니의 호소가 여론을 환기시켰던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딸을 잃은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역시 강하군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이소가이 씨는 꼬박꼬박 공판에 참가했고, 필요할 때면 기자회견이나 TV 인터뷰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울음을 참아가며 효녀였던 딸의 살아 있을 때의 모습과 딸이 죽은 이후 자신의 생활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발생 150일 되는 날 방송됐던 TV 인터뷰 모습을 봤는데요,

이소가이 씨는 "범인들이 재판과정에서 죄를 서로 미루는 비겁함을 보았다."라며, "미련없이 깨끗하게 목숨으로 갚으세요. 그 길밖에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 범인 가운데 한 명은 지난주 사형대에 세워졌군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사건 발생 6년 만인 2013년 7월, '1명 사형, 2명 무기징역'으로 범인의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일본이 선진국 가운데 실제 사형을 집행하는 몇 안 되는 나라이긴 하지만, 사형판결을 받은 사형수가 129명이나 존재한다는 점과 피해자가 1명뿐인 사건의 사형수라는 점에서 실제 사형집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 아무런 예고 없이 사건 발생 8년, 사형 판결 2년 만에 이 사건의 사형수에 대한 형을 집행했습니다.

사형을 집행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일본 언론은 어머니의 집념이 범인을 사형대에 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소가이 씨의 모정, 독하다고 할 정도로 강하군요?
▶ SBS 김승필 특파원: 

네, 일본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사실 일본 사람들은 가족 사랑을 겉으로 잘 드러내진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더 독립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기가 부모와 함께 걸어가다 넘어지면 한국 부모들은 얼른 아이를 일으켜주지만, 일본 부모들은 '간바테' 즉 힘내라라는 말 한마디만 할 뿐입니다.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제가 어이쿠 하며 몸이 반응했는데도, 일본 부모들은 냉정하게 그냥 지켜만 볼 뿐이었습니다. 다른 예를 들면요, 자식이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면 대부분 독립해 부모와 따로 사는 데, 만약 여러 사정 때문에 함께 살게 되면 반드시 부모들은 집세 등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본인과 결혼한 한 한국 여성에게 들은 말인데 일본 남자와 결혼해 시부모님이 임대를 주는 맨션에서 살게 됐다고 합니다.

그때 시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겐 15만 엔에 임대를 주지만, 너희 부부는 가족이니까 14만 5천 엔만 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 하루는 남편의 이런저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술을 하잔 마신 뒤 시어머님에게 하소연 겸 투정을 부렸는데, 그 순간 시어머님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내가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은 데 네가 허락한다면 다시 교육하겠다며 그래도 되겠느냐?"라고 물어오더라는 겁니다. 그 순간 술이 확 깨서 "어머님 제가 잘못했어요." 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고 하는데요.

하여튼 일본인의 가족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냉정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속정은 한국과 마찬가집니다. 단적인 예가 보이스피싱 즉 전화금융사기인데, 자식이 어려운 일에 처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이곳 부모들도 앞뒤 가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섭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전화금융사기가 큰 사회문제인데, 비록 표현하는 방법은 다를 지라도 가족사랑 특히 어머니의 사랑은 만국공통 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소식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 뉴스> 도쿄 김승필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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