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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흑인 = 가축에서 무지개색 물결까지…평등을 향한 긴 여정

[월드리포트] 흑인 = 가축에서 무지개색 물결까지…평등을 향한 긴 여정
● 무지개색 물결

지난 금요일 백악관을 무지개색으로 물들인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연방대법원이 5대 4로 동성결혼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것인데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무지개색이 동성애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과 워싱턴 D.C 등 미 곳곳을 물들였습니다.



판결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듯이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내 여론은 찬성이 더 많아졌고 이미 전체 50개주 가운데 수도 워싱턴 D.C와 전체 2/3인 36개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한 상태였으며 집권 2기 오바마 정부는 꾸준히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정책을 펴왔기 때문입니다.

● 평등을 향한 여정의 큰 발걸음

물론 연방대법원의 최근 행보는 예상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줬습니다, 2년 전인 2013년 6월 대법원은 1996년 만든 결혼보호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결혼보호법은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해 동성커플에게 연방정부가 각종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어서 사실상 동성결혼을 허용한 결정이 이듬해인 지난해 10월에 나왔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버지니아 주등 5개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해달라고 낸 상고를 각하했습니다. 당시 이들 주의 항소법원은 동성결혼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는데 이에 불복한 5개주가 제기한 상고를 이유없다며 심리하지 않아 항소법원 판결, 즉 동성결혼이 합헌이란 판결을 확정지은 것입니다. 이 결정으로 이미 항소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주정부가 상고하지 않은 6개주도 자동적으로 동성결혼이 허용됐습니다. 이 판결로 동성결혼이 미 전역에서 허용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번 결정이 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한 많은 말로 대법원의 판단을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승리다", "미국이 좀 더 완벽해졌다", "자랑스런 결정"이라고 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발언은 "Today is a big step in our march toward equality" 즉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었습니다.
 
● 158년 전 흑인 = 가축이라던 미 연방 대법원

민주주의의 가장 큰 기본가치는 자유와 평등일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롤모델인 미국은 이런 기본가치를 가장 숭상하는 국가일텐데 현직 흑인 미국 대통령은 평등을 향한 여정의 큰 발걸음이란 표현을 쓰며 스스로 미국이 평등을 향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고 토로했을까요?
                                                  
남북전쟁이 있기 전만 해도 미국은 그 어느나라보다 인종차별이 심한 불평등한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대법원은 인종차별을 합법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백인 주인을 따라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북부주에서 살았던 흑인노예 드레드 스카트(Dread Scott) 는 주인이 숨지자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겠다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가게 됐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1857년 당시 대법원은 헌법은 흑인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노예가 비록 자유주에 살았다해도 마찬가지이며 법원에 소송을 낼 권리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노에를 백인이 소유한 가축과 마찬가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 '드레드 스카트' 사건 판결은 미 대법원의 최악의 10대 판결가운데 하나로도 꼽히는데요 이후 남북전쟁의 중요한 기폭제가 됐습니다. 북부연합의 승리로 1865년 노예제도는 폐지됐고 이후 흑인에게도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투표세'와 '문맹검사' 등을 통해 흑인들의 참정권은 유명무실했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해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한  이른바 '셀마의 행진' 끝에 1965년에야 흑인은 진정한 투표권을 얻게 됩니다.)
셀마 행진
▲ 1965년 셀마 - 몽고메리 행진

● "동등하지만 분리는 가능"

노예제도가 폐지됐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고 식당도 학교도 심지어 교통수단도 백인과 함께 이용할 수 없었는데 이런 인종간 차별을 인정하는 또 다른 최악의 판결이 나옵니다.

가계도로 볼 때 7/8은 백인이고 1/8만 흑인인 호머 플래시가 흑백 좌석을 분리한 열차에서 백인 자리에 앉았다 루이지애나법에 따라 체포돼 재판을 받습니다. 대법원은 1896년 이 사건에 대해 이른바 '분리 평등(separate but equal)이란 개념을 만들어 냅니다. 비록 흑인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해도 개별주가 흑백을 분리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운송수단이나 학교 등 공공시설에서 자리를 따로 만들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리평등 개념은 60년이 지나서야 교육은 물론 모든 생활분야에서 분리평등이 불평등하다는 대법원의 두 건의 판결이 나온뒤에야 법적으로는 사라지게 됩니다.

● 깜둥이 '니거'를 말하는 흑인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아프리카-아메리칸, 즉 흑인 미국인입니다. '니거'는 '니그로'란 흑인노예를 일컫는 말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용어로 둘 다 미국에서는 금기시하는 단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종주의로부터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그 인종주의라는 게 공개적 장소에서 깜둥이(니거)라 부를 정도로 무례한 수준이 아니라 해도"라고 말했습니다. 깜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인종차별 의식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백인 청년의 흑인교회 총기 난사사건 뒤 나온 발언이지만 그만큼 미국 내 단단하고 높은 흑백간 차별의 현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끊이지 않은 백인경관의 흑인에 대한 총격사건과 최근 벌어진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뿐이 아닙니다. 지난 1년간 미국에서 만난 교포들 가운데 일부는 백인은 물론 흑인으로부터도 인종차별적 말을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나도 만약 그럴 경우를 당하면 대응하지 말고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식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은 흉기를 갖고 있을 수 있거나 성격이 과격해 대응하면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며 그냥 재수없게 걸렸다고 생각하고 물러서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난 뒤 백인으로부터 차별을 받아온 흑인이 다른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법을 배운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 이민자 나라가 이민자 천국될까?

미국인 가운데 현재 백인은 62%, 흑인은 약 13%이며 히스패닉은 흑인보다 많은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50년에는 히스패닉이 미국 인구의 28%에 이를 것이라고 미 인구조사국은 전망했습니다. 유색인종이 미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히스패닉
혹자는 미국이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의 근간은 미국의 바닥을 굳건히 받히고 있는 이 히스패닉들이라고 말합니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미국인들이 꺼려하는 3D 업종에 종사하며 미국 사회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흑인에 대한 차별 이상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히스패닉계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이들을 위한 이민개혁법 등은 기득권층의 반발 속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이민자를 차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 텐데 그 당연함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아직도 대통령의 말처럼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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