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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목숨으로 갚아라"…어머니의 절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월드리포트] "목숨으로 갚아라"…어머니의 절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자 사연입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보편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고, 일본의 사연인 만큼 일본인 특유의 '복수'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범죄 피해 유족의 아픔'을 느끼기도 했고,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법원의 사형 판결과 집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벌여 왔습니다. 꼬박꼬박 공판에 참가했고, 필요할 때면 기자회견이나 TV인터뷰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울음을 참아가며 효녀였던 딸의 살아 있을 때의 모습과 딸이 죽은 이후 자신의 생활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TV 인터뷰로 보도된 어머니의 심정을 글로 다시 전합니다.        

● "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8년 전 흉악범에게 딸을 잃은 어머니(이소가이 후미코, 63세)는 담담하게 TV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딸을 살해한 범인 가운데 1명이 사형됐다는 뉴스가 나온 뒤였습니다.

"역시 자연스럽게 딸 생각이 났습니다. 괴로움보다는 딸을 잃었다는 슬픔이 훨씬 크고, 범인을 미워하는 시간보다는 몇 배나 몇 배나 딸을 잃은 슬픔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피해자 1명인 사건의 범인이 사형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피해자의 숫자보다 범행의 잔혹성을 보고 처벌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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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무기징역형을 받은 범인 2명을 겨냥한 듯한 말을 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범인 1명에 대한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돼 다행입니다. 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A. 야미사이트(범행 모의 사이트) 살인사건

2007년 8월 24일 밤 10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귀갓길 31살 여성이 3인조 강도에게 납치됐습니다. 범인은 범행 모의사이트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이들은 피해여성으로부터 6만 2천 엔의 현금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성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할지 모른다는 범인의 두려움 때문에 결국 강도살인사건이 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왔던 '모녀 가정'의 효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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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으로 갚아라' 한 맺힌 어머니의 절규

범인 가운데 1명이 이튿날 자수하면서 범인 3명은 쉽게 검거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야산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습니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 이소가이 후미코 씨의 투쟁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범인에게 극형을 내려야 한다'는 수기를 언론에 직접 기고하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단 1개월 만에 시민 10만 명의 서명이 모였고, 2008년 말 서명 숫자는 3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해외의 일본인과 외국인도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2009년 3월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검찰은 범인 3명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범인 2명에게는 사형, 범행 후 자수한 1명에게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때 사설을 통해 '피해자가 1명이라는 점에서 사형판결은 이례적이지만,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범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죄를 서로 미루는 비겁함을 보았다며, 범인들에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미련없이 깨끗하게 목숨으로 갚으세요. 그 길밖에 없습니다." (사건 발생 150일 인터뷰)

B. 범인 1명 사형, 2명은 무기징역

피해 여성을 직접 살해한 1명의 범인은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사형 판결이 난 다른 한 명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습니다. 결국 사건  발생 6년 만인 2013년 7월, '1명 사형, 2명 무기징역'으로 범인의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일본이 선진국 가운데 실제 사형을 집행하는 몇 안되는 나라이긴 하지만, 사형판결을 받은 사형수가 129명이나 존재한다는 점과 피해자가 1명뿐인 사건의 사형수라는 점에서 실제 사형집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 사건 발생 8년, 사형 판결 2년 만에 이 사건의 사형수에 대한 형을 집행했습니다. 사형을 집행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일본 언론은 어머니의 집념이 범인을 사형대에 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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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에게는 살인범의 죽음을 알리지 않을 겁니다' 

일본인은 망자의 위패와 제단을 집안에 마련해 놓고 명복을 빕니다.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살인범의 사형 집행을 딸에게 알릴 것이냐"고.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절대 딸에게는 알리지 않을 겁니다. 유족으로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할 게 없습니다." 어머니 이소가이 씨는 생각하기도 싫은 사건을 부여잡고 8년간 홀로 긴 싸움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C. 일본인 80% 사형제도 찬성

사형이 집행되자 인권단체 등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형집행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와 극형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살인사건피해자 유족회'는 반문했습니다.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 달라, 자신의 아내와 자녀가 살해돼도 사형에 반대할 것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지난해 여론조사를 보면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여론은 8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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