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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겪는 일마저 '불공평'…방치된 취약계층

<앵커>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어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이런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회 취약 계층은 각별한 보호가 더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죠.

SBS 연중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26일)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드러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박아름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메르스 감염 후 9일 근무, 76명 이송, 1천195명 접촉.

'137번 환자'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의 행적이 밝혀지자 파장은 컸습니다.

아픈 몸으로 생업에 충실했을 뿐인데 잠재적 슈퍼전파자라는 낙인까지 찍혔습니다.

확진 환자와 접촉했음에도 비정규직이라 관리 대상에서 누락돼 자가격리 통보를 받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 : 응급실 이송요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희의 책임이고 불찰입니다.]  

메르스 발병 초기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송 요원 같은 비정규직들은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됐습니다.

환자와 직접 접촉이 다반사였지만 보호장구는 뒤늦게 지급됐습니다.

[대형병원 이송요원 : (저는) 마스크만 쓰고 들어간 상태였어요, 무방비 상태로. 간호사랑 의사는 (보호장비를) 다 착용하고 있었죠. (간호사가) '그냥 의심 환자예요.'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어이가 없더라고요. 그럼 저희는 어떡합니까.]   

감염될까 매 순간 두렵지만 생계 걱정에 일을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대학병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 청소하는 분들이 고령자고 '내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이래도 내색도 못하고 고용불안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메르스 사태가 터지고 국립중앙의료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노숙인이나 기초수급자들은 병실을 내줘야 했습니다.

[쪽방 주민 : 메르스 와서 수술 날짜를 일주일 못 잡았어요. 6월 5일에 수술하고 외래환자를 10일에 다 내보낸 거예요. 불편해도 하는 수 없죠.]  

대체병원을 찾기조차 어려운 에이즈 환자들은 전국으로 흩어졌고, 비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도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 : 막막하죠. 약 떨어지면 또 어디 가서 약을 지어야 하나. 일반 병원 가서 에이즈 얘기하면 터부시 되잖아요.]  

이들의 안전망이 돼야 할 공공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김호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위기는 노인, 빈곤층,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옵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전염병을 겪는 일마저 공평하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한 셈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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