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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깨져 배달된 우승 트로피…'추억의 수난'

[취재파일] 깨져 배달된 우승 트로피…'추억의 수난'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추억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날 아름다운 기억들은 우리를 늘 기쁘게 하고 삶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주로 이런 추억의 순간들을 메모나 일기, 사진, 비디오 영상물로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에 많이 출전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어떨까요.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기에 출전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추억의 상징은 바로 경기에서 받은 상장이나 트로피나 메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매 경기에서 자신들이 최선을 다한 땀의 결과인 만큼 선수들은 이런 트로피나 상장을 매우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1960년 로마올림픽 복싱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땄던 무하마드 알리는 그만 자신의 금메달을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에 너무 화가 나 저지른 행동이지만 알리는 시간이 지난 뒤 많은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알리는 이로부터 무려 36년이 흐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때 성화 점화자로 참여한 뒤 IOC로부터 새로운 금메달을 다시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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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수들이 정말로 아끼는 트로피나 메달을 사소한 부주의로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린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허망할까요. 자주 있지 있지는 않지만 이런 일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바르셀로나를 물리치고 스페인 국왕컵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마드리드 선수들은 대형 버스를 타고 시내를 통과하는 축하 퍼레이드를 펼쳤는데 한 선수가 트로피를 높이 들다 그만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트로피는 버스 바퀴에 깔려 순식간에 깡통(?)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들어온 외신 그림을 봤었는데 참으로 허망한 장면이었습니다.

 

같은 해 네덜란드 축구 리그 우승을 차지한 아약스 선수들도 역시 우승 퍼레이드 도중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앞선 경우도 모두 당사자인 선수들의 실수였지만 만약 남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더 망연자실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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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 여자 골프 투어 LPGA에서 통산 5승을 거둔 스웨덴의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에게 이처럼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노르비스트는 지난 달 1일 숍 라이트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 크리스털 트로피를 받았는데, 최근에 상자에 포장된 이 트로피가 깨진 상태로 배달돼 깜짝 놀랐습니다.

망연자실한 노르비스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숍 라이트 클래식 우승을 수천 조각으로 나눠줘 배달해줘 고맙습니다.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네요"라며 택배회사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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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망가진 추억의 정표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노르비스트는 곧바로 마음을 바꿔 먹고 "평소 우승의 영광을 우리 팀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이제는 실제로 트로피를 동료 들과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글을 다시 올리며 대인배 다운 여유를 보여줬습니다. 또 "대회 조직위원회가 택배회사와 함께 새로운 트로피를 만들어주겠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추억은 신이 인간에게만 선물했다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주관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깨진 트로피' 소동으로 노르비스트에게는 잊지 못할 새로운 추억이 생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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