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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대한체육회 "폭행 파문 남종현 회장 징계 못 한다"

[취재파일 단독] 대한체육회 "폭행 파문 남종현 회장 징계 못 한다"
대한체육회가 최근 중고연맹 회장 폭행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을 징계할 법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현 규정에 따르면 대한체육회가 가맹경기단체장을 직접 징계할 조항이 없다. 다만 해당 경기단체에 징계를 권고하거나 요구할 수는 있다. 즉 남종현 회장 처벌 권한은 대한유도회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가맹경기단체장이 검찰에 의해 기소될 경우 직무가 정지되지만 기소되기 전에는 체육회로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대한유도회는 남종현 회장의 직무를 정지하거나 더 나아가 제명할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대한유도회 이사회가 주로 남종현 회장 인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임명한 수장을 자신들의 손으로 감히(?) 징계하기는 어렵습니다.

남 회장은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시에서 열린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경기 종료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그래미 공장 연회장에서 만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산하 중고연맹회장인 A 씨를 향해 맥주잔을 던졌습니다. 남 회장이 던진 맥주잔에 얼굴을 맞은 A 씨는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상처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남 회장이 건배 제의를 하러 나온 A 씨에게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라고 얘기했고 이를 거부하자 맥주잔을 얼굴로 던졌다고 합니다.

A 씨는 춘천경찰서에 남 회장을 폭력행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형법상 상해죄 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현행법상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집단·흉기 등 상해)은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 회장의 추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21일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경기가 열리는 도원체육관에서 출입증이 없는 지인 3명을 동반 입장시키려다가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자 언성을 높이며 "유도회 회장은 유도 경기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며 "여기서는 내가 왕"이라고 소리쳤습니다. 남 회장은 현장에 있던 중부서 모 과장 등 경찰관 2명에게도 4∼5차례 욕설을 퍼부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유도회에 경위서 제출을 지시한 뒤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직접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당시에도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지난 6월 9일 대한체육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귀를 의심케 할 만한 상식 이하의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두 단체의 통합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남 회장은 정부, 즉 문화체육관광부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리우 올림픽이 끝나고 통합을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뭐가 급해 빨리 결론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정부가 훈령을 내려 보내고 간여를 하고 있는데 이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일이다. 이런 구상을 한 사람은 현재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메르스보다 더한 '메루치 대가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체육인들이 분열되고 경기단체장들이 분열돼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릴 텐데 이 책임을 '메루치 대가리'같은 사람이 져야 한다고 본다."

'메루치'는 멸치의 사투리입니다. 대가리는 머리의 비속어입니다. 여기서 말한 '메루치 대가리' 같은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을 가리킵니다. 체육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지칭하는지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남종현 회장은 숙취 해소제로 유명한 '여명 808'를 만드는 그래미의 회장으로 현직 대한유도회 회장입니다. 쉽게 말해 공인(公人)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공인은 아무리 흥분해도 할 말과 못할 말이 있고 할 짓과 못할 짓이 있습니다. 그는 언행과 자질에서 도저히 대한유도회장을 맡을 수 없다는 점이 여러 차례 입증됐습니다. 법의 심판을 달게 받는 것은 물론 하루빨리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게 체육계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함량미달의 경기단체장을 대한체육회가 강력히 징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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