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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살인범 누명 소년의 옥살이 10년, 진범은 따로?

대담 :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용의자 측 박준영 변호사

▷ 한수진/사회자:

지난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끔찍하게 살해됐습니다. 범인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붙잡혔는데요. 15살의 10대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년이 10년 동안 옥살이를 하는 동안 진범이 따로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고 경찰이 진범을 붙잡고도 놔줬다는 논란이 계속 됐습니다. 그리고 엊그제죠.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판결이 내려졌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박준영 변호사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변호사님 나와 계시지요.

▶ 박준영 변호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님 사건이 오래된 만큼 내용도 복잡하던데요. 대체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옥살이까지 하게 된 건가요?

▶ 박준영 변호사:

방금 말씀하신 대로 2000년 8월 10일 새벽에 익산에 있는 약촌오거리라는 곳에서 택시기사가 처참한 모습을 발견이 됐습니다. 살인 사건에서 15세였던 최 군이 살인범으로 몰렸던 것이고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고 2010년에 출소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처음에 목격자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면서요?

▶ 박준영 변호사: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어쩌다가 3일 만에 용의자로 체포가 됐을까요?

▶ 박준영 변호사:

최군이 그 당시에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발생 직후에 현장을 지나간 걸 봤습니다. 남자 2명이 뛰어가는 걸 봤거든요. 이런 사실을 그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얘기했던 것이고 그러면서 최 군이 목격자 조사 이후에 남아있었으면 문제가 안 됐을 텐데 일 때문에 천안에 갔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경찰은 목격자 조사 이후에 천안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그런 상황 자체를 의심했었던 것이고 범행을 추긍하면서 자백을 받아낸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백을 했다고요?

▶ 박준영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범인이 아니라면 끝까지 아니라고 진술을 했으면 됐을 텐데 어떻게 자백을 했을까요?

▶ 박준영 변호사:

당시 최 군이 15세 청소년이었던 거죠. 그 당시에 폭행, 그리고 또 잠을 재우지 않는 가혹 행위 이런 여러 가지 물리적인 압박이 컸습니다. 직접적으로 경찰들이 인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폭행 사실을 봤다는 분도 있고 또 최군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도 폭행을 했거든요. 이런 사정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는 사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주변 사람들까지 폭행을 했다고요?

▶ 박준영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처음 최 군 같은 경우에는 천안에서 익산으로 내려왔는데 익산에 내려와서 최 군이 데리고 경찰서로 데리고 간 게 아니고 여관으로 데려갔습니다. 여관에서부터 폭행이 있었던 것이고 거기에서 최초 자백을 받아낸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2심을 준비하면서 국선변호사가 형량을 줄이자고 설득도 했다면서요?

▶ 박준영 변호사:

수사 과정에서 자백을 하긴 했지만 1심 재판 과정에서 범인을 부인했습니다. 1심에서 징역 15년이 됐거든요. 징역 15년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 하면, 당시 15세 최 군에게는 법정 최고형이었습니다. 사형,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었거든요.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이후에 항소를 하는 과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했는데 항소심에도 국선변호사가 설득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형량을 줄이려면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자백을 하게 됐던 것이고 결국 5년을 감형 받고 징역 10년이 최종 선고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때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던 모양이군요?

▶ 박준영 변호사:

사실상 누가 도움을 제대로 주지 않은 상황이었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출소 이후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도 취재를 했고요. 당시 최 군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정황도 하나 둘 드러났다면서요?

▶ 박준영 변호사:

택시에 타코미터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택시의 주행기록인데요. 속도라든가 주행시간 그리고 급정거 기록을 여러 가지 객관적인 근거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근거들에 비쳐봤을 때 택시가 최종 정차한 시간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최군의 통화 기록이 있었습니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는 정황이 드러난 거죠.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면 최종 경찰 기록과 택시의 통화기록이 겹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 군의 자백 내용대로라면 전화 통화를 하면서 택시 기사를 칼로 찌르는 그런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최군에 옷 등에서도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데 혈흔이라는 것은 아무리 씻어내도 발견될 수밖에 없다, 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범행 장소라는 곳이 택시 안이라는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혈흔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정황도 있었던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최 군의 무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나왔던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럼 변호사님 애초에 경찰 수사에서도 이런 증거들을 안 챙겼을리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당시 익산경찰서에서 뭘 보고 최 군을 범인으로 확신했을까요?

▶ 박준영 변호사:

이런 정황들은 드러나 있었죠. 그런데 이런 정황들이 무시됐고 사실상 자백이 가장 강력한 증가가 됐던 것이고 법원에서조차도 이런 자백 내용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안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직 자백밖에 없었다는 거죠?

▶ 박준영 변호사:

사실상 자백뿐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변호사님 말씀대로 오직 자백 하나만으로 살인자가 된 상황이었군요. 15살 소년이. 그런데요. 최 군이 3년 정도 형을 살았을 때 군산경찰서에서 진범을 잡았다고 하던데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 박준영 변호사:

복역을 하던 중이었죠. 2003년 6월 경에. 군산경찰서에서 실제 범인은 따로 있다는 첩보를. 첩보 내용이 상당히 신빙성 있었던 것이고. 첩보 내용에 근거해서 진범을 숨겨줬다는 임 모 씨를 체포해서 조사하다 보니까 자백을 한 거예요. 진범을 알고 있고 숨겨줬다. 그에 근거해서 진범을 검거했던 것이고 그 진범이 순순히 임 모 씨가 자백했다는 얘길 듣고 자백을 했습니다. 그 자백 내용이 굉장히 리얼했습니다.

그 당시에 범행을 목적으로 택시강도를 목적으로 집에서 먼저 식칼을 들고 왔었던 것이고, 금품을 요구하는데 택시 기사가 너무 몸집이 커서 자칫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런 내용들이 굉장히 구체적이었던 것이고, 또 택시기사랑 마지막으로 했던 말 중에 약촌오거리 강도야 라고 외치면서 죽음을 맞이했거든요. 무전기로 있었는데 무전기록과 굉장히 부합한 진술을 한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 진범은 풀려났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최 군은 10년형 끝까지 살게 된 건데 이건 왜 그런가요?

▶ 박준영 변호사:

구속 영장.. 경찰이 직접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야 하는 거거든요. 이 당시에 경찰들은 굉장히 수사에 열의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달라고 신청했는데 검사가 불구속 수사 지휘를 내리게 되거든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다 보니까 자백을 했던 사람들이 아니 자백을 했는데도 자신들을 구속 안 시키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결국은 자백 내용을 번복하게 됐던 것이고 내가 그 사건의 범인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진술한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번복을 하고 결국은 3년 후에 흐지부지 사건이 종결이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될 수 있나 싶네요. 그러다 보니까 그 소년은 10년형을 다 산 거고 이제는 소년이 아니라 청년이 돼서 출소를 했고. 출소 후에 바로 재심 청구를 한 건가요?

▶ 박준영 변호사:

2013년 4월에 저희가 재심 청구를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2013년 4월에. 그래서 2년이 좀 넘어서 바로 엊그제 재심청구가 받아진 거죠?

▶ 박준영 변호사: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 박준영 변호사:

일반적으로 우리 시국사건의 경우에는 재심이 많이 이뤄지고 있죠. 일반 형사사건인 경우 이런 강력 사건은 재심이 거의 전무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말씀이시죠?

▶ 박준영 변호사: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강도 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은 첫 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그렇게 어렵다는 형사사건 재심이 받아들여진 이유를 뭐라고 봐야 되겠습니까?

▶ 박준영 변호사:

최군의 유죄 판결의 증거들이 허술했고 그리고 3년 후에 잡혔던 진범과 진범의 주변사람들의 자백 진술들이 너무나 구체적이었고 이 사건과 부합하다고 본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공소시효는 5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거네요? 그 안에 진범을 잡아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수사가 잘 되겠습니까?

▶ 박준영 변호사:

이 사건의 진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공소시효 50일 남은 상황에서 범인을 잡아라 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담감이 큰 사건이죠. 그런데 이 사건은 2003년도에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 당시 경찰이. 그래서 지금이라도 당장 열의만 있다면 50일이 아니라 일주일만 남겨놓고도 충분히 진범으로 그 당시 지목됐던 사람을 기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제서라도 경찰이 명예회복 해야겠는데요.

▶ 박준영 변호사:

잘못을 바로 잡아야죠.

▷ 한수진/사회자: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진실을 밝힐 수 있다.

▶ 박준영 변호사:

그렇습니다. 일주일이 아니라 단 며칠이라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최 군이요, 이제는 최 군이라고 할 수 없겠는데요. 지금 어떤 심정일지.

▶ 박준영 변호사:

최 군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익숙한 사람은 아닙니다. 굉장히 소극적이고요. 그런데 재심이 된 이후에는 먼저 전화를 걸어와서 고맙다는 얘길 저한테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진범이 잡히게 돼도 그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10년이란 시간 보상받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 박준영 변호사: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30살 청년이 됐잖아요. 가장 간절한 바람은 뭐라고 하나요?

▶ 박준영 변호사: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무슨 뜻인가요?

▶ 박준영 변호사:

자기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10년 옥살이한 기간이 최군이 15살에 들어갔다가 25살에 나왔는데요. 사실상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나왔을 때도 세상의 시선은 자신을 온전하게 보통 사람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겁니다. 누명을 벗고 평범한 사람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싶다는 게 최 군의 소박한 욕심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어린 나이에 참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말이죠. 이제서라도 꼭 밝혀져야 되겠습니다. 변호사님 끝까지 애써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준영 변호사: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박준영 변호사였습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SBS 보도는 12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 저녁 SBS TV 뉴스토리에서도 다룰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관심 있는 분들 시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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