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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신경숙 해명 보니 되레 피해자 코스프레"

대담 : 정문순 문학평론가

▷ 한수진/사회자:

신경숙 작가의 단편 소설 '전설'의 표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신경숙 작가가 오늘 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작품은 거둬들이겠다, 당분간 자숙하겠지만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어서 절필은 못 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신경숙 작가의 입장 발표를 문단이나 평단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15년 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전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바 있었던 문학평론가 정문순 씨 연결돼 있습니다.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정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정문순 문학평론가: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일단 선생님, 이 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봤으면 좋겠는데요. 신경숙 작가가 밝힌 심경의 골자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처음에 소설가 이응준 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때 신경숙 씨는 창비라는 출판사를 통해서 그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고 했거든요. 그러나 그 발언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자, 이번에 대답을 수정을 했어요. 뭐라고 했느냐 하면 "내 기억으로는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일단 그 문제가 된 작품 '우국'이죠.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정문순 문학평론가:

"제 기억도 못 믿겠다."고 하고 있고요. 다음에 표절 문제에 대해서 "어떤 소설을 쓰면 그것이 온전히 그 작가만의 것이냐." 이렇게 말을 한 것도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온전히 작가만의 것이냐, 이게 무슨 뜻일까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작가만의 것이 아니니까 표절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 저는 이렇게 해석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해석이 된다고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스스로 변호하는 행위라고 보고요. 절필 권유가 있는데 자신은 할 수가 없고, "나한테 모국어를 떠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렇게 얘기를 했고요. 또 이렇게 비판을 받으면서 "자기 검열을 하고 글을 쓴다면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전반적으로 이번에 논란이 된 표절 혐의 의혹에 대해서 긍정하지 않으면서 수긍하지 않으면서 자기 변명에 치우치고 있지 않나 하는 인터뷰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신경숙 작가는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 한수진/사회자:

하는 말씀이시고 자기 변호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라는 거죠?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 한수진/사회자:

하나하나 짚어보면요. 일단 '우국'을 읽지 않았다, 라는 입장은 바뀐 게 없는 거예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바뀐 게 없다고 할 수 있겠죠. 나는 안 읽었는데 지금은 내 기억을 못 믿겠다. 사실 그렇게 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는데 이런 변명은 일종의 작가회의 사무총장이 신경숙 씨가 소설을 워낙 필사를 통해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표절을 할 수 있지 않나 이렇게 말했던 것이 얹혀가는 발언으로도 보이고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그런 얘기가 있었죠. "창작이라는 것도 독서의 영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도 신경숙 작가가 한 말인데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그러나 최소한 '우국'에 대해서 신경숙 씨가 읽지 않고서는 '전설'을 쓸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두 작품 간의 유사 관계를 볼 경우 읽지 않고서는 쓸 수가 없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어떤가요? 작가가 너무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불분명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워낙 대단한 작품이니까 이런 작품이 신경숙 작가에게는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큰 인상이 없었다, 이런 인상으로도 읽히고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작품을 본다면 작품을 볼 경우에 최소한 너무나 단행본이 많기 때문에 신 씨가 '우국'을 보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다고 보고 있는데요. 아무리 무의식적으로 내가 열심히 읽은 작가의 문장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가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일종의 10여 개 이상의 동일한 문장이 반복되고요. 문장 서사 구성이나 어떤 내용 전개, 인물의 성격 형상화 특히 제가 보기에는 이 신경숙 작가가 '우국'의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한 수준을 넘어서서 그 작가의 사상 체계까지 표절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상 체계까지도 표절한 느낌을 받았다?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그 정도로 너무나 닮아있는데 그런 유사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 한수진/사회자:

또 인터뷰를 보니까 이런 말씀은 했어요.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 본인의 작품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를 해본 결과 표절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런 말씀은 하셨네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그런 것도 당신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읽은 기억이 없는 거 같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더 이상 논쟁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있는 건데요.

▷ 한수진/사회자: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건 본인도 표절이라고 할 만한 소지가 있다, 라는 거에 대해서는 인정을 한 거죠?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 정문순 문학평론가:

문제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이죠. 나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당신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답은 없다. 판단은 제3자에게 맡기자. 이런 식으로 해서 사실은 보통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말하기 쉬운 변명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나는 의도가 없었는데 당신이 그렇게 받았다면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모르겠다, 이렇게 농치는 거죠. 그거의 진정성 있는 수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설'이라는 작품 말고도 표절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완전히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 같지는 않아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인터뷰 내용 중에 이번에 또 새로 발견된 신경숙 씨가 남의 시 제목을 자기 소설 제목으로 무단으로 따온 부분이 드러났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어떻게든 신경숙 씨의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까 어떻게 말했는가 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는 그게 관행이었다.

▷ 한수진/사회자: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이 문단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다?

▶ 정문순 문학평론가:

그때는 관행이었고 작가들끼리 그 정도는 용인되었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그것도 사실과 다르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사실과 다릅니다. 신경숙 씨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거나 자기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고요. 상당히 어떻게 보면 표절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몇몇 개 부인한 표절에 대해서 상당히 물러서는 대신 그건 문제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이 표절 자체에 대해서 어떤 경계 의식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상당히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신경숙 씨 인터뷰를 보면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생각했는데 이제 모든 게 제 탓이다." 라고 하면서 "어쨌든 표절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해당 작품 '전설'은 출판사랑 의논해서 거둬들이겠다."는 거고요. 그런데 절필은 안 된다. 절필에 대한 일부 문단에서 얘기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라고 밝혔어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결국 작가 생활을 계속 하겠다는 건데요. 절필에 대한 선택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해야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부분까지 하지 말라 할 수는 없지만 절필 요구까지 나오는 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 최소한 문제의식이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 씨에 대해서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면 표절 논란에 대한 신경숙 작가의 이런 입장 발표가 문단 내에서 논란이 잦아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커지는 그런 계기가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세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이거는 독자들이 울고 있는데 사실 뺨을 때려주는 격이 아닌가, 그 정도로 전혀 문제 수습할 의지가 없는 인터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다시 입장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 한수진/사회자:

다시 입장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 정문순 문학평론가:

이 정도로는 너무 많이 부족해서 전혀 문제를 봉합하거나 받아들일 여지가 없고 더 문제를 키우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고요.

▷ 한수진/사회자:

가령 어떤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된다고 보시는 건가요? 어떤 점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는 건가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이번의 표절 건에 대해서 분명히, 분명히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명백히 표절이기 때문에 이건 반증할 여지가 없어요. 그래서 겸허하게 수용을 하고요.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같고요. 사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상처받은 사람은 독자입니다. 그런데 인터뷰 보면 본인 신 씨 스스로가 약자인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이 사태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고, 자신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지에 대해서 현실에 대한 진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부분도 인정해야 할 것 같고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오히려 신경숙 작가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라는 말씀이시군요.

▶ 정문순 문학평론가:

네.

▷ 한수진/사회자:

정작 상처를 입은 건 독자들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는 지적이셨고요. 그래서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건 분명한 표절이다. 사실 정 선생님께서 15년 전에 신경숙 씨 표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인터뷰에서도 질문이 있던데 말이죠. 당시 2000년에 정 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어떻게 봤느냐? 읽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당시에 너무 여러 가지로 공격을 받고 있던 때라 어떤 글도 읽지 않았다.

▶ 정문순 문학평론가:

그런 태도도 사실은 일종의 발뺌이나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거나 회피하는 태도라고 보는데요. 글쎄 뭐 본인 변명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런 태도는 적어도 작가라면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라면 자기에게 쏟아지는 어떤 비판적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든 도전하든 수용하든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되죠. 그런 식으로 발뺌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죠.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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