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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KFC에서 팔았다는 '쥐 튀김'…그 진실은?

[월드리포트] KFC에서 팔았다는 '쥐 튀김'…그 진실은?
현지 시간 지난 17일, 미국 주요 외신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남성이 KFC에서 '치킨 텐더'를 주문했는데 그 안에서 '쥐' 모양의 튀김이 들어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남성이 찍어 둔 사진도 기사와 함께 게재됐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 왼쪽에 머리가 보이고 가운데 두툼한 부분이 배, 그리고 긴 꼬리까지 영락없는 쥐 모양입니다.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25살 딕슨이라는 남성입니다. 현지시간 지난 12일, LA에 있는 KFC에서 산 치킨 3조각 가운데 하나라는 겁니다. 이 남성은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이상한 고무 맛이 나서 KFC에 다시 들고 찾아갔더니 매니저가 "쥐가 맞다" 면서 한 끼 무료 식사를 제안했다는 겁니다. 딕슨은 이런 사실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KFC의 반응도 함께 실었습니다. KFC는 치킨 텐더는 모양이 제 각각이라서 여러 모양이 나올 수 있다면서 쥐 튀김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여기까지 기사를 읽어보면 KFC는 매우 뻔뻔하고 부도덕한 기업이 분명해 보입니다.
 
취재파일
 
처음 이 기사를 접한 기자 역시 'KFC의 뻔뻔함'에 분개하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 봤습니다. 누가 일부러 쥐를 튀긴 것은 아닐 것이고, 제일 유력한 가능성은 쥐가 밀가루 반죽이 담긴 통에 빠졌는데 KFC 직원이 이를 모르고 튀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선, KFC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이 쥐 튀김 이슈를 제기한 딕슨이 KFC의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의문은 딕슨이 그 '쥐 튀김'을 발견하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고무 맛이 났다는 대목이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쥐 모양이 분명한데 그걸 알면서도 맛을 봤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특파원은 필요에 따라 직접 취재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외신 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문이 생기면 우선적으로 다른 외신 기사들을 검색해보게 됩니다. 이번 경우에도 딕슨을 찾아 대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다른 관련 기사들은 어떻게 썼는지 검색해봤습니다. 같은 날 ABC와 허핑턴 포스트에 실린 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아래 사진은 두 기사에 실린 사진입니다. KFC가 제공한 사진인데, 바로 딕슨이 올려놓은 사진을 KFC가 분석한 겁니다.
월드리포트

위의 사진 왼쪽은 앞서 봤던 사진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이 쥐 튀김을 뒤집어놓은 뒤 찍은 겁니다. 그런데 오른쪽 하단을 보면 한입 베어 문 듯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안을 보면 흰색 살이 보입니다. 쥐라면 껍질이 있어야 하는데 껍질이 없이 흰색 살에 곧바로 튀김 옷이 입혀진 게 보입니다. 그리고 살의 형태도 치킨의 살결과 비슷해 보입니다. 
 
KFC의 성명도 실려 있었습니다. "해당 고객은 KFC에 심각한 클레임을 제기하고도 조사에 협조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쥐 모양 튀김을 보고자 했으나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기초해 볼 때 그가 대중을 속이고 KFC에 해를 미치려 한다고 생각지 않을 수 없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KFC는 여러 차례 그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직접 만나기를 거부했고 변호사를 통한 만남조차 회피했다는 겁니다. 이 외신 기자가 딕슨에게 취재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거부했다는 것도 함께 실렸습니다.
 
아무래도 기자는 생산자보다 소비자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게 됩니다. 또 그것이 흥미로운 소재면 더욱 촉각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쥐 튀김 기사를 처음 읽게 됐을 때 다룰 만한 소재라고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다른 외신 기사들을 통해 확인한 여러 사실들을 종합해 봤을 때 보도하지 않는 게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자와 함께 일하는 스텝들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기자는 지난해 6월, 이 <월드리포트> 코너를 통해서 한쪽 눈을 개에게 물려 실명해 커다란 붕대를 붙이고 다니는 3살 소녀를 KFC가 '보기 흉해서 다른 손님에게 방해되니 나가라'며 문전 박대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KFC도 당시 이 소녀에게 사과와 함께 치료비 배상 등을 약속했기에 큰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 사연이 미국 주요 외신에 소개되면서 이 소녀를 돕기 위한 자선 모금운동까지 일어나 거액이 모여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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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뒤 이 소녀의 사연이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외신에 떴습니다. KFC가 모든 CCTV 화면을 검색했는데 KFC에 온 사실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겁니다. 소녀의 가족들은 언론의 확인을 거부하며 잠적했습니다. 그녀를 돕기 위한 자선 모금 운동도 중단됐고 모금된 돈도 기부자들에게 모두 되돌려줬습니다. 당시 기자는 새로 밝혀진 이런 내용을 <월드리포트>를 통해 다시 기사화했습니다. 모른 채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새로 밝혀진 사실 관계를 전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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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도 기자는 쥐 튀김의 실체적 진실이 궁금합니다. 딕슨의 사기인지 아니면 오해에서 비롯된 에피소드인지, 그렇지 않으면 진실로 그것이 쥐 튀김이었는지, 그 진실이 새로 밝혀지게 되면 <월드리포트>를 통해 다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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