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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원하는 상임위에 넣어주겠다" 약속 후 두 달

[취재파일] "원하는 상임위에 넣어주겠다" 약속 후 두 달
● 4월 28일, 서울 관악구 유세차 위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번에 바꿔주시면 우리 새누리당에서 젊은 일꾼 오신환 크게 키우겠습니다. 당의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 위원으로 모셔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유승민_64

● 3월 19일, 새누리당 성남 현장최고위원회

당선되면 원하는 자리를 꼭 드려서, 발전 이루시겠다고 했는데 저도 원내대표로서 원하시는 상임위, 원하시는 자리 꼭 모시고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조금 있으면 두 달입니다. 야당에 압승을 거두면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새누리당 안상수, 오신환, 신상진 후보는 지금 어떤 상임위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어제 (6월 16일) 날짜로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임위원을 살펴보면 새누리당 의원 세 명 가운데 오직 한 명, 신상진 의원만이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됐습니다. 다른 두 명, 오신환 의원과 안상수 의원은 아직 상임위가 없습니다.

당초 새누리당의 세 의원은 모두 국토교통위원회 배정되길 희망했습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초선 의원들이 자신의 활약을 알리기 좋은 상임위입니다. 도로나 철도 같은 사회적 생산 기반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숙원 사업인 00도로 확충을 위해 00억 원을 유치했다.' 고 자랑할 수 있다면 표를 얻는데도 훨씬 유리하니까요.

실제로 지난 재보궐 선거 때만 안상수 의원은 강화-영종을 잇는 연도교 건설을, 오신환 의원은 경전철 신림선이나 강남도시순환고속도로 책임 개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공약 이행 성과를 내려면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되는 게 제일 좋겠죠. 내년 총선까지 1년 밖에 시간이 없는 세 명의 의원들에게 국토위원회 배정은 '지역을 위해 확실하게 일했다'는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국토교통위원회의 여당 몫은 모두 16명.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세 의원을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한다는 건 이미 배정돼 있는 의원을 빼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한창 활동 중인 의원을, 게다가 그 의원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눈에 띄는' 활약이 절실한 건 마찬가지일 텐데 누가 누굴 뺄 수 있을까요. 기존 의원들이 양보라도 하면 모를까 '생니'를 뽑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원내지도부 입장에서는 한 의원을 원하는 상임위에 배정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나가야 하는 의원과 척을 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_새누리당국회

일단 새누리당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송광호 의원이 뇌물수수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겨우 만들어진 한 자리에 신상진 의원을 배정했습니다. 신상진 의원이 선거운동을 할 당시 위례-성남-광주 지하철 연장구간 유치를 공약했던 점, 이번에 국회에서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습니다. 참고로 무소속으로 광주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도 옛 통합진보당 의원이었던 오병윤 전 의원의 상임위를 이어 받아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됐습니다.

이제 안상수, 오신환 두 의원이 어디로 가느냐가 남아있는데요. 지금으로서는 앞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인해 국토교통위원회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탓일까요? 국토교통위원회를 희망했던 두 의원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는데요. 원내지도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안상수 의원은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를, 오신환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쪽으로 방향을 조금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상수 의원은 농업과 수산업 지역이 섞여 있는 인천 서구 강화군을이라는 지역구 특성을 고려했고요. 오신환 의원 역시 '사법고시 존치'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여러 가지로 관련성이 있는 상임위를 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가고 싶은 상임위를 배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어떤 상임위든 빨리 배정받아서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나서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당선된 지 두달이 가까워오도록 상임위 활동을 못하고 있는 의원들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빛나는 활약을 기대하고 표를 던졌는데 '반쪽' 밖에 역할을 못하고 있는 지역구 의원을 보는 유권자들은 또 어떻고요.

대신, 지역구 예산을 챙겨갈 수 있는 예결위만큼은 안상수, 오신환, 신상진 의원 모두 포기 못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상임위 배정 권한이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로부터 예결위에 넣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의원도 있습니다. 예결위는 다른 상임위와 겸직이 가능합니다. 두 의원 입장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배정을 못 받았는데 예결위까지 맡지 못하게 되면 여러가지로 '낯'이 서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들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 난무한다고들 합니다. 선거기간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고 했던 약속들이 잘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어서 나온 말이죠. 상임위 배정 문제도 자칫하면 공약(空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상임위에 최우선 배정하겠다."는 말에 악의야 있었겠습니까. 당이 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다만, 그 약속이 선거가 끝난 후 복잡한 상황을 만들 거라는 걸 몰랐느냐는 궁금합니다. 모르고 했다 하면 말이 안 되거나, 이렇게까지 좋은 선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측 못했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알았으면서도 일단 던져보자식으로 말을 한 거라면 문제일 거고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가 끝나고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당선자들과 함께 재보궐 선거지역을 돌았습니다. 당선자들이 "1년을 4년처럼 쓸 수 있도록 돕겠다."라는 취지입니다. 그 말이 어느 정도 지켜질 지 조만간 결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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