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해고된 직원이 활개 치는 '야구협회의 현실'

[취재파일] 해고된 직원이 활개 치는 '야구협회의 현실'
지난 9일 취재파일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야구협회가 침묵하는 이유’가 게재된 뒤 대한야구협회 전 사무국장으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 사무국장은 ‘입시 서류 발급 규정 위반’으로 대한야구협회로부터 해고된 뒤 고소된 인물입니다. 그는 “확인도 안 하고 함부로 기사 쓰지 말라.”며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해명을 적극 반영해 추가 취재한 내용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합니다.

▶ [취재파일]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야구협회가 침묵하는 이유

● 전 사무국장 "각하 아니다" (?)

지난 취재파일에서 이의가 제기된 내용의 일부를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 사무국장이 야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상희 후보의 경쟁자였던 김종업 후보를 업무상 횡령으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뒤 이를 선거전에 이용했다. 고발만 했을 뿐인데 상대 후보를 범법자로 몰아세웠다. 그런데 나중에 이 고발 건은 검찰에서 각하됐다.'

전 사무국장은 ‘고발이 각하됐다’는 부분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각하는 무슨 각하냐? 이 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4월 9일에 처음 고발을 했고, 서류가 미비하다고 해서 서류를 보완해 29일에 다시 제출했다. 지금 수서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분명히 검찰에서 ‘각하‘ 결정 통지서를 확인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취재파일] 주영민
[취재파일] 주영민
추가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4월 9일 서울지검에 고발한 ‘업무상 횡령’건이 5월 26일 ‘각하’ 처분 결정이 내려진 건 틀림없었습니다. 각하 사유는 ‘고발자가 증거자료를 보완해 “추후 다시 고발하겠다.”며 고발 취소장을 작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발 취소장‘까지 작성한 사람이 왜 각하가 아니라고 하는 걸까요?

“고발을 취소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전 사무국장은 ”검찰이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해서 일단 취소했고, 충분한 자료를 보완해 4월 29일에 재고발 했다.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검찰 각하‘는 의미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첫 고발' 각하되기도 전에 '재고발'

확인해 보니 4월 30일 재고발한 게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검찰이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했으면 자료를 보완해 계속 수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전 사무국장은 이걸 취소하고, 그 짧은 기간에 ’충분한(?) 자료를 보완해 다시 처음부터 고발 절차를 밟는 번거로움(?)을 택했습니다. 2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고발과 취소, 재고발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습니다. 첫 번째 고발 건에 대한 각하 처분(5월 26일)이 나오기도 전에 재고발(4월 30일)이 받아들여지면서 ‘재고발’이 ‘첫 번째 고발’을 추월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자문을 구한 변호사 조차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아주 이례적이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4월 30일은 선거 12일 전입니다.

● '각하 통보' 뒤 날아 온 '수사 통보'

전 사무국장은 “피고발자인 김종업 후보가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을 텐데 ‘재고발’ 사실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김 후보측은 “아직까지 업무상 횡령 관련 조사는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5월 27일 ‘각하’ 통지서를 받았을 때 당연히 사건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6월 9일 수서경찰서로부터 ‘업무상 횡령 관련 조사’ 문자 메시지가 오더라. 의아했지만 각하된 그 사건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재고발을 했다니, 어떻게 같은 사건인데 이런 상황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경찰서에서 온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취재파일] 주영민

제가 취재파일을 통해 ‘업무상 횡령 사건이 각하됐다.’고 보도한 시점은 6월 9일 오전 9시쯤이고 김 후보가 경찰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시간은 같은 날 오후 2시 57분입니다. 저도 설마 재고발을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각하’ 여부를 떠나더라도 수사 중인 ‘고발 건’이 회장 선거에 이용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취소한 고발 건'으로도 선거운동?
[취재파일] 주영민

위 사진은 지난 5월 8일 박상희 당시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서울지검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에 “담당검사가 교체됐으니,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개인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메시지에 적힌 ‘바뀐 담당 임모 검사’는 이 사건에 ‘각하’ 처분을 내린 검사였습니다. 사건번호를 확인 한 결과 박상희 후보가 메시지에서 거론한 사건은 전 사무국장이 4월 9일 고발했다가 취소한 고발 건이었습니다. 이미 의미가 없어진 ‘취소된 고발 건‘까지 선거에 이용한 겁니다.

또 ‘담당검사 교체’는 자연스런 절차였습니다. 서울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고발이 들어오면 형사 2부에서 일괄적으로 취합해 각 경찰서로 사건을 할당하고, 경찰에서 조사가 끝난 뒤 검찰로 송치하면 각 경찰서를 담당하는 형사부의 검사로 바뀐다. 담당검사가 바뀌었다고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잘라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검찰에서 보낸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는 문자메시지의 수신자는 고발인인 전 사무국장이었습니다. 그러데 이 문자가 그대로 박상희 당시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점입니다. 박상희 현 회장과 전 사무국장 사이에 끈끈한 연결 고리가 있었다는 걸 말해줍니다.

● 해고된 직원이 '내부문서' 발급…어떻게?

박상희 회장과 전 사무국장의 끈끈한 관계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사무국장이 최근 대한야구협회로 찾아와 ‘박상희 회장과 면담’을 한 뒤 자신의 ‘소송과 관련된 협회 내부 문건’을 복사해 갔다는 겁니다. 또 예전에 자신이 근무했던 사무국장실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 사무국장은 당당히 해명했습니다. 내부 문건 복사에 대해서는 “그 문건은 외부에 공개돼도 별 문제 없는 것이다. 직원들이 안 된다고 해서, 회장을 설득해 허락을 받았고, 신청서를 작성해 사인까지 하고 복사한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무국장실 체류‘에 대한 반응은 좀 황당했습니다. “내가 야구했던 거 아느냐? 난 야구인인데, 야구협회 어디에도 앉을 수 있다. 사무국장 자리에 왜 못 앉나? 뭐가 문제냐? 그럼 어디에 앉아야 되냐?”라며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해고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노동청에 낸 해고 무효 소송이 거의 다 되간다.”며 복직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취재결과 전 사무국장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문서를 복사해 간 것은 맞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신청서 양식이 원래는 없었던 것이라는 겁니다. 내부 문건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 사무국장이 원하는 문건을 내주기 위해 회장의 묵인아래 ‘신청서 양식’이 새로 만들어졌다는 얘기입니다. ‘한 사람을 위한 신청서’인 셈입니다. 지금 야구협회에서는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본질은 '입시비리 의혹'…응답하라! '야구협회'

사안이 민감하다 보니 빈틈이 생기면 관련자들의 공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는 않지만, 항의를 받고 추가 취재를 하면서 의문점들을 따라가다 보니 너무 좁은 골목까지 온 느낌입니다. 자칫 길을 잃을 것 같은 어지럼증도 느낍니다. 한 발 물러나 큰 그림을 봐야겠습니다.

제가 연재하고 있는 취재파일의 본질은 ‘입시비리 의혹 해소’입니다. 자칫하면 덮일 수도 있는 ‘입시비리 의혹’을 공론화시켜 대한야구협회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박상희 회장의 행보는 애매하기만 합니다.

어제(14일) 한 언론사가 인터넷을 통해 ‘박상희 회장과 단독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조금 이상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전 사무국장과의 고소 고발 건’과 관련한 질문에 박 회장은, "일부는 해결됐지만 증거를 보완해서 다시 진행 중인 것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증거를 보완해서 다시 진행 중‘인 쪽은 ‘전 사무국장’이지 ‘대한야구협회’가 아닙니다. 대한야구협회장은 지금 어느 쪽에 서있나요?

▶ [취재파일] "내 아들이 입시비리 피해자입니다"…애타는 父情
▶ [취재파일] '방어율 9'…A군의 '명문대 입학 미스터리'
▶ [취재파일]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야구협회가 침묵하는 이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