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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전쟁터에서 온 눈물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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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대한민국은 전쟁 중입니다. 총부리를 겨눈 적이 아닌 눈에도 보이지 않는 적과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지만, 그 적, 메르스는 아직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점점 늘고 있고, 격리자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와의 전쟁터.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날아온 두 통의 편지가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제(11일) 오후, 한 간호학과 교수가 간호사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이 편지는 후배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메르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듣다가 눈물이 났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메르스와 싸우는 간호사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턱 없이 부족한 인력에 밤이고 낮이고 쉬지 못한 채 일하는 간호사들. 게다가 우주복 같은 방진복은 잠시만 입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됩니다. 그래도 자기 병원에 온 환자는 기어 살리겠다며 과중한 업무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누군가에게 옮길까 봐 병원 밖도 나가지도 못하고 지내는 그들은 다만 서로를 격려할 뿐입니다.’

편지는 메르스가 더 퍼지지 않게 사투하는 환자들과 그들을 지키는 의료진들께 감사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편지에 이어 새로운 편지가 한 통 더 도착했습니다. 바로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 김현아 씨(41)의 편지입니다. 

다음은 중앙일보가 보도한 그녀의 편지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저는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라는 질병의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매일 돌보던 환자는 황망히 세상을 떠났고, 나중에야 그 환자와 저를 갈라놓은 게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메르스’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녀를 격리실 창 너머로 바라보며 저는 한없이 사죄해야 했습니다. 의료인이면서도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낫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20년간 중환자를 돌보며 처음으로 느낀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조차 미안하고 죄송스럽던 시간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저는 격리 대상자가 됐지만 남은 중환자들을 돌봐야 했기에 ‘코호트 격리’라는 최후의 방법으로 매일 병원에 출근합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N95 마스크를 눌러쓰고 손이 부르트도록 씻으며 가운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고 나서야 남은 중환자들을 돌봅니다. 마스크에 눌린 얼굴 피부는 빨갛게 부어오릅니다. 비닐로 된 가운 속으로는 땀이 흐릅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도 이 직업을 사랑하느냐고. 순간, 그동안 나를 바라보던 간절한 눈빛들이 지나갑니다. 어느 모임에선가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내 모습이 스쳐갑니다. 가겠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서 있는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환자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응원해달라고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메르스와의 전쟁이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불행하게 이제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가 초기 대응을 잘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남을 원망하며 관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쟁의 최전방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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