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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뉴스] 검증 '하나마나'…목숨 위협하는 부실 가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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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을 책임진 가설물이 이렇게 무너지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가설물이 무너지거나 여기서 추락해 숨지는 건설 노동자가 한해 349명(2013년). 전체 산업 재해 사망자의 37% 수준입니다.

SBS 탐사보도팀이 왜 이렇게 많은가, 그 이유를 알아봤더니, 제 성능에 크게 미달하는 부실 가설재가 근로자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최우철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사내용>

농촌지역에 자리 잡은 한 가설업체 창고에 중간이 휜 파이프가 놓여 있습니다.

직원 한 명이 강철로 된 원 모양 교정기 안에 휜 파이프를 넣고선, 팔에 체중을 실어 누르자 감쪽같이 펴집니다.

[가설물용 파이프 임대업자 : (6m 짜리를) '여기가 이렇게 또 휘었어.' 그럼 양쪽을 잘라내고 '얘는 (원래) 3m야.' 3m로 (현장에) 나가요.]

가설물용 파이프는 상태가 좋을 경우 재사용이 허가되는데, 일부 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폐품 수준의 파이프를 억지로 펴서 정상제품으로 납품하는 겁니다.

한번 휘었던 파이프는 설계 하중을 견딜 수 없어 참사의 원인이 됩니다.

[가설물용 파이프 생산업자 : 그냥 뚝 휘어져 버려요. 유통 과정에 중고(재사용품)랑 섞여버리면 누가, 현장 근로자가 어떻게 (강도를) 잽니까? 섞어 쓰지.] 

이런 상황은 잘못된 관리감독 체계 때문입니다.

정부는 가설자재 인증업무를 업자들이 설립한 가설협회에다 위탁해 놓았습니다.

사실상 업계 스스로 하는 방식이다 보니, 검사에 허점이 많습니다.

[전직 가설협회 간부/검사 주체 : (인증검사) 일주일 전에 통보를 합니다. 법에 그렇게 돼 있으니까. 2년에 한 번 나간다니까. 2년에 한 번.]

[가설업체 사장/검사 대상 : '뭐 해줄까? 빨리빨리 하자.' 사장이 그러면. (협회 직원은) '아시죠? 그 품목별로 3개씩만 쫙 빼주세요.' 그러면 저는 이미 새 거 빼놨어요. 좋은 걸로. 100% 합격이죠.] 

그렇다면 새 제품은 어떨까.

[가설물용 파이프 판매업자 : (제일 많이 쓰는 거죠?) 네. 현장에서 쓰는 게 다 이거예요.] 

취재팀이 시중에 널리 유통 중인 3종류의 파이프를 공인기관에 시험의뢰한 결과, 모두 불합격이었습니다.

유연한 성질을 측정하는 연신율이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친 겁니다.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살짝 휘면서 버텨내야 하는데, 유연성이 부족한 파이프는 아예 부러지면서 큰 사고를 유발합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이들 세 제품은 모두 검사를 통과한 제품들이었습니다.

업자들이 검사 때는 튼튼한 제품으로 통과시킨 뒤, 정작 생산 때는 값싼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취재팀이 이 같은 실험 내용과 현장 실태를 알리자, 정부는 품질관리의 허점을 인정하고 관련법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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