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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어율 9'…A군의 '명문대 입학 미스터리'

[취재파일] '방어율 9'…A군의 '명문대 입학 미스터리'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취재파일 ‘4할 타자를 재수생으로 만든 입시 커넥션’에서 소개한 P군의 신분을 본인과 학부모의 동의하에 밝힙니다. P는 지난해 서울고를 졸업한 홍승우 군입니다.

지난해 서울고 1번 타자 우익수로 활약한 홍승우군은 타율 0.429를 기록하며  팀을 3번(주말리그 전반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이나 우승시켰고, 수훈상 3번, 타격상 1번을 수상한 유망주였습니다. 그런데 ‘입시 커넥션’에 희생돼 지금은 야구를 접고, 재수를 하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고교 4할 타자'를 재수생으로 만든 '입시 커넥션'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홍승우 군의 이야기와는 정반대 상황에 있는 A군의 입시 관련 의혹을 제기하려 합니다. 수준 이하의 실력으로 명문대 야구선수가 된 A군의 ‘입시 미스터리’입니다.

● '방어율 9'로 명문 S대에 입학한 A군

서울의 M고등학교의 투수 출신인 A군은 지난해 야구명문 S대학에 야구특기생으로 입학했습니다. S대학은 프로에 지명받지 못 한 고교 선수들에게는 ‘1지망’로 꼽히는 곳입니다. 지금도 많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는 대학입니다. 그런데 A군의 성적만 보면 S대학은 커녕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많은(?) 성적이었습니다. 고교 3년 동안 투구이닝은 10이닝도 되지 않았고, 단 1승도 없이 1패에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9점대였습니다.

S대학에 합격한 다른 투수들의 성적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입학한 다른 투수들의 평균 기록은 40이닝 투구에 5승 2패 방어율 4.16이었습니다. (신분 보호를 위해 개별  기록은 비밀에 부치겠습니다.)

몇몇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입시비리 의혹 관련 제보에는 A군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습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중학교 때 거의 출전 기록이 없는 A군이 대학 진학율이 높은 M고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뒷돈에 관한 소문이 무성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돈과 관련된 소문은 그냥 소문으로 덮어두기로 하고 철저히 확인된 사실과 생생한 증언을 기초로 가감 없이 의혹을 제기하겠습니다.

● 쉬운 경기에만 출전…'방어율 9'도 쉽지 않았다

A군은 M고교에 투수로 입학한 뒤 서울 지역 주말리그 경기에만 등판했고,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전국 대회에는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한 번 떨어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에 내세우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던 ‘존재감이 떨어지는 투수’였던 것 같습니다.

A군은 지난 해 4월 K고와 주말리그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는데, 15타자를 상대로 7안타 3실점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당시 A군을 상대했던 K고 3학년 ㄱ군의 충격적인 이야기 들어보시죠.

“그 때까지 A라는 투수는 들어보질 못했는데, 던지는 공이 말이 안 되게 느리더라고요. 웬만한 야수보다도 느렸던 것 같애요. 제가 첫 타석, 두 번째 타석 모두 안타를 쳤죠. 2회 투아웃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쳤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도루해서 죽으라’는 지시를 해서 어이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저는 2루로 뛰다가 일부러 아웃이 됐죠.

그런데 저하고 똑같은 지시를 받은 애들이 또 있었어요. 그런데 그 쪽 배터리가 도루를 잘 못 잡더라고요. 투구 자체가 느리니까 쉽지 않았겠죠. 우리가 4점 차로 이겼는데, 제대로 했으면 점수 차는 훨씬 컸을 거예요.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리 감독님이 M고 감독한테 뛰어가더니 머리를 숙이는 거예요. 죄인 같았어요.”


첫 패전을 기록한 뒤 A군은 5월 구원투수로 두 번의 등판기회를 잡습니다. 모두 큰 점수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8,9회 등판했는데, A군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습니다. 두 경기에서 6타자를 상대로 3안타 3사사구로 5점을 내주고 내려왔습니다. 이때까지 평균자책점은 무려 24점이었습니다.

6월이 지나도록 A군의 투구이닝은 5이닝도 되지 않았습니다. S대학은 물론 웬만한 대학 지원 자격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A군은 서울의 최하위권 학교인 P고와 경기에 전격 선발 등판해 믿기 힘든 호투를 펼치면서 극적으로(?) S대학 지원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데 A군의 기록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A군은 P고 타선을 상대로 5이닝 동안 노히트노런을 기록합니다. 그런데 삼진 1개에 사사구를 6개나 내주면서도 ‘투구수’는 64개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의 타자들을 2~3구내에 처리했다는 얘기입니다. 외야 뜬공은 4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타구는 병살타 2개를 포함해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64개의 투구수는 A군의 생애 최다 기록이었습니다. 아무리 P고 타선이 약체라 하더라도 기형적인 기록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시 A군을 상대했던 P고의 감독은 “A군을 기억하지 못한다.”고만 말했습니다. 

이것이 A군의 마지막 등판이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기적같은 ‘5이닝 무실점‘으로 A군은 지난해 평균자책점을 10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S대 입학 준비‘는 모두 끝난 겁니다.

● 허술한 입시요강…'10분 비공개 테스트'로만 선발?

A군이 입학한 S대학은 홍승우 군이 지원했다가 떨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4할 타자가 떨어진 대학을 ‘방어율 9’ A군이 합격한 겁니다. 이 정도 차이라면 “야수와 투수라 비교가 힘들다는 말은 필요 없어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한 비교입니다. (참고로 S대학에 입학한 다른 야수들의 성적도 모두 홍승우 군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야수 합격생들의 평균타율은 0.248였고, 출전 경기수 안타, 득점, 타점 모두 홍 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만큼 홍 군은 억울한 피해자였습니다.)

홍군의 부모님은 “S대학의 입시 요강이 너무 허술해 지원 자격이 너무 낮게 설정됐고,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입시 비리‘에 대한 강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고교 3년 내내 쌓아 올린 많은 성적들은 ’입시 자격 요건‘이 갖춰지는 순간 무시되고만 비공개 테스트, 한 마디로 ’밀실 테스트‘로 합격자를 선발했다는 겁니다.  

“S대학의 투수 지원 자격요건은 10이닝도 되지 않습니다. 몇 경기만 던지면 S대학에 지원할 수 있어요. 그런데 경쟁률은 거의 1대 1에 가깝습니다. S대 같은 명문대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할 텐데 말이죠. 사전에 얘기가 끝났다는 겁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미 합격자가 다 돌아요. A군도 그랬고요.

작년에는 더 심했어요. 원래 S대학 야구 실기 테스트는 서울 캠퍼스에서 공개적으로 해왔는데, 작년에는 지방 캠퍼스로 이동해서 10분 동안 비공개 테스트를 했어요. 또 항상 해 왔던 미니게임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버스에 앉혀 놓고 한 명씩 불러서 테스트를 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다른 애들이 얼마나 잘 했는지, 테스트는 공평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거죠.

승우는 대회 성적도 좋았지만, 실기 테스트도 잘 봤다고 했습니다. 수비 테스트에서는 한 개도 놓치지 않았고, 배팅 테스트 때도 잘 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애는 떨어졌죠. 실기 테스트 점수가 엉망이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요. 대회 성적이 엉망인 A군이 붙은 걸 보면 실기테스트 점수가 좋았다는 얘기인데, 그 테스트를 지켜 본 사람은 담당 교수 빼고는 아무도 없어요. 공정하지가 않아요. 엄연히 대회 성적이 존재하는데, ‘10분 비공개 테스트‘로 당락을 가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절차는 적법했다. S대가 별거냐?"

그렇다면 S대학은 왜 A군을 뽑은 았을까?  S대학 감독과 통화를 했습니다.

기자: A군의 어떤 면을 보고 뽑았나요?
S대 감독: 가능성을 보고 뽑았습니다

기자: 몇 경기 뛰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가능성을 봤나요?
S대 감독: (다소 얼버무리며) ”얘가 사이드거든요....“(A는 오버핸드 투수입니다.)

기자: A가 사이드암이었나요?
S대 감독: 오버였는데 바꿨죠.

기자: 언제요?
S대 감독: 대학 들어 와서요.

한 마디로 ‘사이드암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는 건데, 10이닝도 안 되는 투구를 모두 오버핸드로만 던졌던 A군에게 ‘사이드암으로서 가능성’을 어떻게 봤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갑자기 실기 테스트에서 ‘사이드암’으로 던졌다면 더 말이 되질 않습니다.

S대 감독은 ‘비공개 테스트’에 대해
“원래는 공개테스트를 해왔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비공개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는 “신입생 선발 과정은 교수님들로 구성된 선발 위원회에서 정하기 때문에 감독 소관이 아니다.”라고만 대답했습니다.

A군의 모교인 M고교의 감독은 야구계에서는 ‘대학 잘 보내는 감독’으로 유명했습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자를 다루는 솜씨도 노련하고 당당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는 ‘A군의 의혹’에 대해 말을 꺼내자 자신 있게 언성을 높였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학에 간 아이를 두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느냐? 그런 소문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기자가 이런 소문이나 따지고 드느냐? 나한테 무슨 얘기를 듣고 싶은 거냐?”며 몰아붙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A군이 S대학을 갈 성적은 아니지 않느냐? 누가 봐도 의심할 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S대학이 별겁니까? 별거예요?”라며 따지고 들었습니다.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질 것 같지 않아 “S대학이 별거인지 아닌지는 학생들에게 물어보시죠.”라며 마무리했습니다.

맞습니다. A군의 입학은 절차상 하자가 없어 보입니다. S대학 지원 자격을 갖췄고, 실기 테스트를 통해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절차를 맞추기가 너무 쉬웠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명색이 명문대학의 지원 자격 요건이 지난번에 의혹을 제기했던 C대학의 지원 자격보다도 맞추기가 쉬웠으니까요.

대학진학에 일가견이 있는 M고교 감독에겐 S대 정도는 별거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테스트까지 비공개로 했으니 외부의 입김이 끼어들 수 있는 요건은 완벽하게 갖춘 셈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는 ‘A군의 S대 입학‘ 관련 의혹이 그저 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걸 여기저기서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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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학의 올해 입시요강을 보니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더군요. 홍승우 군 같은 피해자, A군 같은 수혜자가 또 나올 겁니다. 또 의혹과 소문은 꼬리를 물겠죠.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마음은 무겁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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