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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아시아 국방비 경쟁 어디까지?①

[칼럼] 동아시아 국방비 경쟁 어디까지?①
최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남중국해에 인공 섬을 만들면서 이를 견제하는 미국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필리핀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난사 군도(스프래틀리 제도, 필리핀 명 칼라얀 군도) 일대에 인공 섬을 조성하면서 무기까지 반입했다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 "난사 군도는 중국의 영토이며, 중국은 군사적 방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이들 섬에 배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에 대한 미군의 정찰 행위를 도발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 정책 이후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군사적 견제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미국은 일본까지 끌어들여 중국 압박 카드로 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1, 2위의 군사대국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국이 워낙 압도적인 국방비를 쓰고 있지만 중국이 지금처럼 확장을 계속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우위에 서리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국방비 확장이 계속되면서 주변국들도 국방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동아시아는 지금 군사력 확대 경쟁이 가장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국제안보문제를 다룬 2014년판 연감을 냈습니다. 2013년 현재 세계 국방비 지출을 보면 아프리카가 8.3%, 아메리카가 -6.8%, 아시아 오세아니아가 3.6%, 유럽이 -0.7%, 중동이 4.0%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북아프리카 9.6%, 사하라 남부지역이 7.3%, 동유럽 5.3%, 동남아시아 5.0%, 동아시아 4.7%, 중동 4.0% 순으로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각 국 별 비교 자료를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지난 4월에 발행된 SIPRI의 2015년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세계 국방비 지출 규모가 큰 10개 나라에 동아시아 국가 3개국이 들어있습니다. 2014년 세계 각국이 쓴 국방비 총액은 모두 1조 7,760억 달러나 됩니다. 미국이 6,100억 달러로 단연 1위이고, 중국이 2,160억 달러(추정액) 큰 차이로 2위입니다. 이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영국, 인도, 독일, 일본, 한국 순입니다. 중국과 일본, 한국, 세 나라가 10위권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일본이 458억 달러, 한국이 367억 달러를 국방비로 썼다고 SIPRI는 밝혔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국방비도 만만치 않은 수준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4년도 북한의 국방비는 71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동아시아 4개국의 국방비 총액 3,056억 달러는 전 세계 국방비의 17.2%나 됩니다. 여기에 동아시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미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면 동아시아는 그야말로 첨예한 국방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중국의 국방비 확장 정책이 눈에 띕니다. 2005년부터 14년 사이 10년간 무려 167%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세계 1위입니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0.4%로 약간 뒷걸음질 쳤습니다. UAE가 135%, 사우디가 112% 증가로 중동 국가들의 무장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34%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일본은 -3.7%입니다. 통일부 자료로 계산한 북한의 국방비는 같은 기간 145%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전반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미국과 유럽이 국방비를 줄이고 있지만 중국과 중동지역은 계속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SIPRI는 중국이 지난 수십년 간 GDP의 2%에서 2.2%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어지는 한 국방비도 계속 늘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당연히 주변국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이나 필리핀이 우선 긴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늘려 2005년부터 14년 사이 128%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2014년에도 전 해보다 9.6% 증가한 43억 달러의 국방비를 사용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이나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기에 미국의 경계심까지 작용하면서 동아시아는 본격적인 국방비 경쟁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북한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 변수까지 있어 당분간 이 지역에서 국방비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각 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비중으로 따져보면, 중국이 2.1%, 일본은 1.0%, 한국은 2.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워낙 많은 국방비를 사용해서인지 3.8%나 됩니다. 북한은 2014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2014년 국방비가 전체 예산의 15.9%라고 발표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국방비가 발표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면서 실질국방비가 국민총소득(GNI)의 3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 재정 대비 국방비 비중은 14.4%나 됩니다.(국방부 자료) 예산 대비로만 보면 남북한이 비슷한 수준의 국방비를 쓰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동아시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은 군사적인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한국의 싸드 배치 논란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까지 관심을 갖고 있고, 일본의 자위대 역할 확대는 역사문제와 결부돼 주변국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가 부딪치고 있는 영토 주권 문제는 언제라도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군사적인 견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가 외교적으로 풀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 상대에 대한 위력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는 유혹은 언제라도 존재합니다. 그에 대비해서라도 지금 국방비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각 국은 판단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현실적으로 국방비를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에 닥치면 어쩔 수 없이 국방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유럽의 경우 2005년부터 14년 사이 프랑스기 -3.2%, 영국이 -5.5%, 독일이 -0.8%, 이탈리아가 -27%로 줄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보입니다. 한국도 딱 한 해 전년보다 국방비가 줄은 적이 있습니다. 1999년 국방비는 그 전해 보다 0.4% 준 13조 7,490억 원이었습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98년에는 0.1% 증가로 국방비가 편성됐는데, 이듬해에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외환위기 여파에 당시 새로 들어선 김대중 정부의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경제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렵다고 합니다. 수출도 계속 줄고 있고,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국방비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에서도 가장 국방비 확장 경쟁이 심한 동아시아의 국가로서 홀로 국방비를 삭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의 국방비는 어느 수준이 적정할 지,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국방 정책을 세워야할 지, 논의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싸드 배치 문제 하나만도 제대로 대응 못하고 허둥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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