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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각자 해석한 '개정 국회법'…예고된 '3각' 충돌

[취재파일] 각자 해석한 '개정 국회법'…예고된 '3각' 충돌
지난달 29일 공무원연금법과 함께 처리된 국회법 개정 논란이 큰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이중, 삼중의 전선이 형성돼 있습니다. 현재로서 개정 국회법이 정부로 송부되기 전 수정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시사한대로 끝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파장은 어떻게 번질까요?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과 여당 원내지도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탈당과 원내지도부의 사퇴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게 당청갈등이 봉합된다고 가정하면 이번에는 국회 파행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개정 후 국회법 제98조의 2 ③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야는 지금 두 번째 문장에 있는 '처리'가 강행규정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협상의 두 주역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강제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여당 내 친박계와 청와대, 정부의 법 해석이 야당 측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시간을 지난달 29일 새벽 1시로 되돌리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원내대표간 합의대로 국회법을 고치기로 한 다음 새벽 1시가 넘어 겨우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가 열립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처리' 부문의 강제성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논의가 이뤄졌을까요? 아래는 속기록 내용입니다. 

▶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 = 수석(전문위원)님, 마지막으로 제가 한 가지 한 번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이 '처리'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수석께서도 강행규정인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지금 해석을 분명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까, 아까?

▶ 한공식 수석 전문위원 = 예, 그렇습니다.

▶ 새누리당 조해진 소위원장 = 처리한다는 의미가 무엇이냐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는 거지요.

▶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 그 뜻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 이야기지요.

▶ 한공식 수석 전문위원 = 예.

▶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 =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권한이 없는 것이지.

▶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 각자의 해석에 따르는 거지.

▶ 새누리당 조해진 소위원장 = 그러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였습니다. 법을 만드는 의원도, 전문지식을 가지고 입법활동을 도와줘야할 전문위원도 '처리'의 강제성에 대해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명확하게 해석하지 않은 채 제각각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해석할 권한이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짐작컨대 '강제성'을 전제로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각자 해석에 따르면 된다는 여당 의원들에게는 '강제성'이 없음을 항변할 심사가 엿보입니다. 심도 있는 논의는 커녕 소위에서 무슨 뜻인지 해석조차 엇갈린 국회법 개정안은 그로부터 두 시간 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졸속입법의 책임에서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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