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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타보니…

[칼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타보니…
지난 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안보포럼에 참석한 한국의 중견 언론인들이 하와이에 정박 중인 미국의 최신예 핵 잠수함 미시시피호에 승선했다. 미 태평양 사령부의 초청이다. 미국이 핵잠수함을 한국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내부가 자세히 공개됐다. 심지어 어뢰실까지.

핵잠수함은 군사기밀로 잘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왜 이 시점에서 한국 언론에 공개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잠수함에 올랐다. 물론 바닷속 잠수가 아니라 정박해 있는 잠수함의 내부를 돌아보는 거다. 잠수함에는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됐다. 대신 미군 측에서 우리 일행의 모습을 촬영해 CD에 담아 그날 밤 숙소로 전달해왔다.

● 핵추진 잠수함 미시시피호 (SSN - 782)

우리에게 내부를 공개한 잠수함은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시피호. 배수량 7800톤, 길이 115미터의 버지니아급으로 아직 작전에 투입된 적이 없는 최신예 핵 추진 공격형 잠수함이다. 2011년 12월 건조돼, 지난해 11월 하와이 진주만 히컴 합동기지에 배치됐다.
 
통역을 포함한 일행 15명은 2개 조로 나뉘어 승선했다. 잠수함 내부가 비좁아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 1조는 함장(중령), 2조는 부함장(소령)이 안내했는데 필자는 2조였다.

논설위원 칼럼_핵잠

잠수함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좁고 가파른 사다리 길이었다.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역시 좁은 복도가 나온다. 잠수함 표면을 지표로 보아 맨 윗층을 지하 1층이라고 부른다. 잠수함 내부는 지하 1, 2, 3층. 이렇게 3개 층으로 이뤄진 구조다.

논설위원 칼럼_핵잠
지하 1층 좁은 복도의 옆에는 선원들의 침실이 있다. 킹사이즈 침대 하나 들어가는 공간에 6명이 잘 수 있도록되어 있다. 3층짜리 침대가 마주 보는 구조다. 잠수함 공간이 좁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키가 아주 큰 사람은 잠수함 요원으로 선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시시피호의 승무원은 모두 137명이다.

논설위원 칼럼_핵잠
● 수중침투 장치(Lock out trunk)

침실을 지나 좀 더 가면 동그란 철제문이 나온다. 바닷속에서 특수요원들이 잠수복을 입고 밖을 오갈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문이 차단되고 물이 들어온 뒤에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다시 좁은 계단을 내려가 지하 2층으로 향한다.

● 작전실 (Commanding room)
 
지하 2층에는 잠수함을 조종하는 작전실이 있다. 6년 이상 경력의 정예 요원들이 일하는 장소다. 함장 자리는 작전실 전경을 볼 수 있는 뒤쪽에 있고, 앞쪽에는 여러가지 모니터와 함께 조종석이 있다. 조타수와 부조타수, 두 사람이 잠수함을 조종하는데 조이스틱으로 조종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조이스틱을 앞으로 밀면 밑으로 하강, 당기면 상승, 그리고 좌우로 돌리며 방향을 바꾼다.

잠수함의 상징인 잠망경은 없었다.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로 밖을 내다보고 모니터에 보여주기 때문에 잠망경은 흘러간 장비가 되었다. 그래서 작전실도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논설위원 칼럼_핵잠

● 어뢰실 (Torpedo room)

다시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어뢰실이다. 잠수함 내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다. 미시시피호는 24발의 어뢰를 장착하는데 연습용 어뢰(오렌지색)와 실전 어뢰(초록색) 한 발씩을 볼 수 있었다. 어뢰를 움직이는 레일들이 있고 4개의 발사장치가 있어서 짧은 시간에 재장전과 발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특수부대원 같은 외부 인력이 잠수함에 승선할 경우 이 어뢰실에 그들이 머물 공간을 만든다고 한다.

어뢰의 파괴력은? '한 방에 배 한 척'(one shot, one ship)이라고 대답한다. 미시시피호는 토마호크 미사일도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 만은 공개하지 않았다.

논설위원 칼럼_핵잠

● 잠수함 식당에서의 대화

이렇게 조종실과 어뢰실을 보고 다시 지하 1층으로 올라갔다. 잠수함 내 식당이 나온다. 의자와 테이블 사이가 좁다. 키가 크거나 뚱뚱한 사람은 앉기가 힘들다. 식당 벽면에 삼성전자 TV가 걸려 있다. 주로 DVD를 보는 용도다. 우리 2조를 안내한 부함장과 함께 잠수함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잠수함에서 식사는 어떻게 하나?>
- 보다시피 공간이 좁아서 돌아가면서 식사를 한다. 잠수함 생활이 어려운 만큼 최대한 좋은 식사를 제공하려고 한다. 잠수함에서 물과 산소는 만들어 내지만 음식은 싣고 간 것들을 소비한다. 야채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10일 이내에 떨어진다. 잠수함 내에선 술이나 담배는 전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잠수함 선원이 되나?>
- 백 퍼센트 지원병 가운데 선발한다. 우리는 미 해군 중 상위 10%에 드는 요원들이라고 자부한다. 한번 잠수함 병이 되면 군 생활 내내 보직이 바뀌지 않는다. 선발된 병사들은 6개월에서 2년에 걸쳐 군사훈련을 받고 이후에도 6개월 이상 실전 훈련 등을 거쳐 배치된다.

<잠수함을 타면 느낌이 어떤가? 물속에서 흔들리지는 않나?>
- 예전 모델은 밑으로 잠수할 때 많이 흔들렸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몸체를 바꿨다. 흔들림 없이 편안하다.

<본인의 근무 경험은?>
- 21년 동안 5개 잠수함을 탔다.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56일간 잠수한 게 가장 길었다.

<이런 잠수함 1대의 건조비는 어떻게 되나?>
- 미시시피호의 건조비는 20억 달러다.

● "북한 잠수함 능력? 하하 우리가 지지는 않겠지"

1조를 안내한 함장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고 일행들이 전했다.

<북한의 잠수함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글쎄...내가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웃음. "뭐 그런 친구들과 우리를 비교하느냐"는 뉘앙스였다고 한다.)

이렇게 미국의 핵 잠수함 내부를 살펴보았다. 군사전문가라면 더 많은 것을 보았겠지만 아쉽게도 일행 중 그런 전문가는 없었다. 미군 측은 한국의 중견 언론인들에게 핵잠수함 내부를 공개하는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포럼 일정에서 만난 미 태평양 사령부의 고위 군인들은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는데 잠수함 공개도 그 일환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미군측 인사들은 한국의 군사력도 강하며 한미 동맹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Rebalance) 정책 속에서 한미일 동맹에 한국을 단단히 붙잡아 놓으려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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