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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갈수록 영악해지는 IS, 오바마 행정부의 해법은?

[월드리포트] 갈수록 영악해지는 IS, 오바마 행정부의 해법은?
수백 명뿐인 IS가 6천 명의 이라크 군을 물리치고 이라크의 요충지 라마디를 차지한 일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IS가 너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이라크군이 너무 약한 것인지 또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숨어 있는 지 라마디 전투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작정하고 이라크군에 비수를 날렸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군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지원할 수는 있어도 싸울 의지까지 줄 수는 없다"면서 이라크군의 전투의지 상실을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IS의 자살폭탄 공격에 이라크군이 속절없이 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폭탄을 가득 실은 불도저로 이라크 군의 방어선을 뚫고 30대의 자살폭탄 트럭을 동원해 이라크 군에 일격을 가했다는 겁니다. 트럭 1대에 실린 폭탄의 위력이 1996년 오클라호마 시티 연방건물 테러와 맞먹는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내놓은 분석을 보면 라마디 전투는 투지도 애국심도 전투의지도 아닌 지략 대결에서 승패가 갈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싱크탱크들은 IS의 가장 최대 승인으로 '모래폭풍'을 꼽았습니다. 자연의 힘을 이용할 줄 알았는거죠. IS는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노숙과 야영으로 다져진 조직입니다. 사막의 날씨와 지형을 한 눈에 꿰뚫고 있습니다.

● '자연의 힘'을 이용한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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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폭풍은 사막지대에서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이 부는 날 일어납니다. 작열하는 태양에 낮에 뜨거워진 지표면의 공기는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대류현상에 따라 상승하게 됩니다. 이때 사막의 가는 모래 입자도 함께 올라가게 되죠. 이 상황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거대한 모래폭풍이 형성됩니다. 길이가 보통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고 높이는 수 킬로미터까지 하늘로 치솟기도 합니다. 지난 4월에 미국 넓이 만한 거대 모래폭풍이 아라비아 반도를 뒤덮은 위성사진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모래폭풍은 태양빛까지 가려버리면서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버립니다.

이런 모래폭풍이 불 때면 미국의 전투기와 정찰기도 좀처럼 원활한 작전을 수행하기 힘듭니다. 항공기 출격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설사 출격을 했다 치더라도 모래폭풍으로 인해 첨단장비가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IS는 이 점을 간파하고 모래폭풍이 불 때 라마디에 총공격을 가했습니다. 모래폭풍으로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았을 테니 IS가 다가오는 걸 이라크군은 뒤늦게 알았을 겁니다. 여기에 공습 지원도 안 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겠죠.

모래폭풍이 한 철 내내 부는 것도 아닐 텐데 이라크군과 미군도 IS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기습적으로 당하기만 했을까요? 여기에는 IS의 교묘한 이동 전술이 빛을 발휘했습니다. IS는 병력과 장비를 한꺼번에 이동시키지 않았습니다. 2~3명씩 짝을 지어 민간인 행렬에 숨어 들어 라마디로 하나 둘씩 집결했습니다. 평상복 차림의 민간인 대열에서 일일이 IS 조직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미국의 공습도 IS의 차량과 기지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민간인 차량에 숨어든 IS를 찾아내기란 더더욱 어려웠겠죠. IS가 라마디에서 전투를 벌인 건 한 달이 훨씬 넘었습니다. IS는 라마디 전투가 시작될 때부터 시 외곽에 참호와 지하 무기고를 마련해놓고 오랫동안 병력과 무기를 차곡차곡 모아온 것입니다. 그런 뒤 모래폭풍이 불어오자 기습적으로 총공세를 가한 것이죠.

● "IS는 파괴자" 허 찔린 국제사회

IS의 영악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IS가 시리아 팔미라를 장악하자마자 국제사회에서는 2천년 고도가 파괴될 운명에 처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시리아 중부에 위치한 팔미라는 고대 무역의 중심지로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이 산재해 있어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립니다. 지금까지 IS의 행태를 봤을 때 팔미라도 IS에 파괴된 이라크의 님루드나 하트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처럼 여겨졌습니다. 국제사회가 팔미라의 유적이 언제 파괴될 지 하루하루 촉각을 곤두세운 사이 IS는 보란 듯이 국제사회에 한 방을 날립니다. 팔미라 파괴로? 아닙니다. 그 반대였습니다.

지난 26일 IS가 팔미라 유적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처참히 망가진 유적지를 떠올리며 영상을 열었더니 광각렌즈를 써가며 촬영한 화면에는 고대 건축물들이 온전히 보존된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뭐 하는 거지? 파괴를 앞두고 전과 후를 비교하라고 예고편을 보낸 건가? 라고 생각했더니 다음날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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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라이스 알사우디'라는 IS 지휘관이 시리아 반정부 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팔미라를 보호할 것이며 도시는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자신들은 이단자들이 숭배하던 다신교의 조각상을 파괴할 뿐이지 역사적인 도시를 훼손할 이유가 없다며 유서 깊은 건물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팔미라의 조각상 수백 점은 이미 시리아 정부가 훼손을 우려해 안전한 곳으로 옮긴 상태입니다. 팔미라에는 거대 돌기둥과 건축물만이 남아 있어서 의외로 유적 훼손은 정도가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죠.

팔미라에 대한 IS의 대응은 "아, 얼마나 영악한가" 혀를 내두르게 만듭니다. 언제는 유적지를 송두리째 폭파시키며 사람들을 전율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우린 무작정 때려부수는 그런 조직이 아니라며 그저 이슬람의 원리주의에 맞게 이단에 대응할 뿐이라며 자신들의 '우상 파괴'를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파괴를 우려하며 IS를 비난했던 국제사회에게 "일부 사람들의 생각처럼 불도저로 유적을 밀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침까지 놓습니다. 고단수도 이런 고단수는 없습니다. 고대 건축물은 놔두고 조각상만 파괴하면 '역사적 유물' 훼손이 아닌가? 교묘한 말 장난으로 마치 자신들을 이슬람의 실천적 전도사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과정을 종합해 볼 때 전선이 장기화될수록 IS는 쇠퇴하기는 커녕 전술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수적 열세를 똑바로 인지하고 적은 수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병력이나 장비에서 앞서는 이라크군의 약점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상대할 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자살폭탄 공격이 그 좋은 예입니다. 무작정 달려드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자살폭탄 공격을 집중해 효과를 극대화할 지 면밀한 시나리오를 써놓고 자폭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 美 "전략 변화" 그 방향은?

무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보여진 라마디에는 다급하게 빠져나간 이라크 군이 버리고간 탄약과 폭탄, 무기를 IS가 잔뜩 수거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라마디의 길가에는 이라크군의 장갑차와 탱크가 주인없이 버려져 있습니다. IS는 이 러시아제와 미국제 최신무기들에 자신들의 깃발만 꽂고서는 곧장 이라크 군을 향해 총구를 겨눌 겁니다.

IS의 달라진 전술과 무기에 대해 이제는 미 백악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공보국장은 'IS 격퇴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정부군에 지원하는 장비와 시간에 따른 IS의 변화에 맞춰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IS 격퇴 전략 변화 예고는 '이라크군의 전투의지 상실'이란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발언과 맞물려서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 어떤 변화를 낳을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라마디 함락 이후 미 공화당과 보수파의 지상군 투입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지상군 투입의 압박을 떨치고 '미군 공습' '이라크군 지상전' 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어떤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 지 지켜볼 일입니다.


▶ IS "팔미라 유적 보호…'우상' 조각상은 파괴"
▶ 햇빛까지 삼킨 '거대 모래폭풍'…IS 격퇴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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