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OECD 국가 중 '유리 천장'이 가장 단단한 나라는?

[취재파일] OECD 국가 중 '유리 천장'이 가장 단단한 나라는?
영국 옥스퍼드대에 여성 총장이 탄생했습니다.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을 꼽을 때 첫 손에 꼽히는 이 대학에서 여성이 총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900년 옥스퍼드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옥스퍼드대 역사상 첫 여성총장이 될 주인공은 현재 스코틀랜드 명문대학인 세인트 앤드루스대 총장인 루이스 리처드슨입니다. 옥스퍼드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 900년 만에 나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여전히 서구에서도 '유리천장'(여성의 사회참여나 직장 내 승진)이 단단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유리 천장'은 어느 정도로 단단할까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OECD 2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유리 천장' 지수를 점수로 환산했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했는데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꼴찌인 28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핀란드, 2위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폴란드와 프랑스가 4위와 5위를 차지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 남녀 임금 격차, 출산휴가기간 등 전 영역에서 아주 고르게 점수가 낮았다는 겁니다. 그나마 최고점을 받은 항목은 평균임금에서 순 보육비 부문이었는데, 이는 무상 의무교육 덕분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합니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성 평등 보고서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국가별 성 평등 순위에서 조사 대상 14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17위를 기록했습니다. 2013년보다 무려 6계단이나 떨어졌고, 2010년 이후부터 계속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 활동과 기회부문에서 동일 직종 임금 격차, 임원 수 등 주요 수치를 따져보면 순위는 더욱 내려갑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남녀의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커서 남성 근로자 임금을 100으로 잡았을 때, 여성 임금은 62.6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최근 미국 버팔로대 연구진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직장 내 유리천장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남성의 부정적 자아 도취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자아 도취 성향이 강한데 이런 성향이 공격적 성향으로 이어져 직장 내 승진 등 자리 욕심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버팔로대의 연구는 유리 천장이 단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설명하는 데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사실 별로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성 본연의 성향이 어떠하든 간에 인류는  보다 현명한 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녀 평등', '양성 평등'은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되풀이 된 슬로건이라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귀가 닳도록 '듣고 말해온 슬로건'임에도 여전히 현실은 그닥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존엄한 인격체로서 평등한 발전을 이룰 수 있어야만, 그 사회는 제대로 진보한다"는 진리가 우리나라에서도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 가능하게 실현되길 기대해 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