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동성 결혼' 허용…미국의 선택은?

[취재파일] '동성 결혼' 허용…미국의 선택은?
지난 23일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62%가 동성 결혼에 찬성하면서 투표를 통해 동성끼리 결혼을 인정한 최초의 국가가 된 겁니다. 물론 네델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들은 이미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법원 판결이나 의회 입법을 통해 허용된 경우여서 아일랜드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국민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60%를 넘기면서 최근 25년 간 아일랜드에서 치러진 투표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동성 결혼을 적극 주장했던 아일랜드 노동당의 이엄 길모어 당수는 "평등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의 매우 강력한 선언"이라고 평가했고,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면서 동성애자임을 밝힌 레오 바라드카르 보건장관은 "국민투표라기 보다 시민혁명 같다"고 벅찬 감정을 털어놓기도했습니다.

투표를 통한 아일랜드의 동성 결혼 합법화도 놀라운 소식이지만, 가장 강력하게 동성결혼에 반대할 것 같은 기독계가 동성 결혼에 대한 진보적 모습을 속속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프랑스 개신교는 최근 목사의 동성커플 축복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동성 간 결혼을 인정했는데, 이런 결정 또한 프랑스 최대 개신교 단체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고 찬성 93표에 반대 3표라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했습니다.

아직도 동성결혼에 대한 매우 보수적인 시각이 견고한 바티칸이지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굉장히 전향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습니다. 2013년 7월 "동성애자인 사람이 좋은 의지로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심판할 수 있느냐"는 언급을 한 겁니다. 교황의 이 발언은 교황이 동성애자를 포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동성 결혼에 대해 유럽 국가들의 합법화 움직임은 활발한 반면, 다인종이 모여 있는 미국은 매우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습니다. 개방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지역과 아주 엄격하게 동성 결혼을 금기시하는 지역의 민심이 매우 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랜 기간 '뜨거운 감자'처럼 건드리기 어려웠던 '동성 결혼'의 합법화 문제가 현재 미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의 장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미국 전역에서 허용할지에 관한 역사적인 심의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로 명확하게 갈린 대법관 9명은 첫 심의부터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습니다. 보수적 시각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이란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개념이 천 년 이상 지속해왔다"면서 "때문에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이 이 문제를 더 잘 안다고 말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수적인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 역시 "역사적인 관점에서 결혼이란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시각을 밝혔습니다. 반면, 진보적인 입장인 대법관들은 "결혼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각 주는 이 권리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며 동성결혼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첫 심의에서 주심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던진 질문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남성이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면 여성은 왜 여성과 결혼할 수 없는가? 이건 성차별 아닌가?"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주심을 제외하고 보수 4명, 진보 4명으로 정확하게 갈린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놓을까요?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종종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넘나드는 의견을 내놓았던 로버츠 대법원장은 최종적으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요? 세계 최대의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인류사의 오랜 기간 결론을 내지 못한 '화두'였던 동성 결혼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허용 결정은 다음 달 말에 나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